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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Sep 20. 2022

너무 신나요, 솔직히.

<우리는 왜 예술을> 인터뷰2-(2):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윤정애

우리는 왜 예술을,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윤정애






선생님께선 관람객들과의 상호작용이 도슨트 활동의 큰 매력이라고 하셨는데요. 내가 이 사람들이랑 호흡하고 있구나 느끼신 적을 구체적으로 여쭤봐도 될까요. 좋은 순간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고 하셨는데요.

윤: 좋은 경우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윤석남 전이 참 좋았어요. 메르스 때문에 한 달 밖에 못해서 너무 아쉬웠는데. 그때는 심지어 우는 관람객이 두 번이나 있었어요. 전시설명을 들으면서 특히 (작가가 어머니를 그린 작품에서) 그 어머니를 업고 가볍다고 느끼는 그 파트에서 한 분이 흑흑 흐느껴 울었고 다른 타임에 어떤 젊은 분 한 분이 내 설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친구들도 와서 들었는데 굉장히 좋아하면서 저한테 칭찬도 많이 해주더라고요. 윤석남 전이 설명이 참 재미있었잖아요. 또 여성들이 특히 좋아했었고. 또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끝나고는 자기 사진기를 들더니 사진 한 장만 찍자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점잖으셔서 거절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찍어드리고. 너무 좋았다고 저도 너무 멋있다고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받고 그게 굉장히 좋았던 경험이었어요.

또 한 번은 천경자 1주기 전 때 거의 매번 인사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너무 재미있었고 잘 들었다고 그러고 (같이) 사진 찍자고 그러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관람객들이랑 어떤 순간이 제일 좋으세요.

윤: 열심히 들으시고 눈 마주치시고 특히 막 표정으로 공감해주시는 분들 있어요. 제가 “이렇습니다” 하면 (호응하는 표정 흉내 내는) “아~”하고 온몸으로 반응해주시는 그런 관람객들을 만나면 제가 너무 신나요, 솔직히. 그니까 제 도슨팅에 굉장히 리액션이 좋을 때 저도 (좋죠). 근데 가끔 실수하죠. 오버하죠. 그만해야 되는데 (관람객들이) 대답을 잘하면 신나서 자꾸 질문하고 그런 게 좀 (웃음) (궁금증을 유발하려면) 질문도 한두 개만 해야 되는데.

그런데 슬플 때는 이제 (관람객들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몇 명씩 막 빠질 때. 그때 정말 속상해요. 근데 (스스로 속으로) 위로해요. 아 약속 있을 거야. 그렇게 안 하면 되게 다운돼요. 그리고 다른 관람객들한테도 영향을 미쳐요. 힐끔힐끔 보게 되잖아. 듣고 있다가 “어, 저 사람 재미없어서 가나보다” 자꾸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관람객들이 힘들고 속상하고. (관람객들에게) 많이 좌우되는 거 같아요.      


도슨트가 관람객들한테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세요.

윤: 요번에 (새로운 전시를 위해) 도슨트 교육을 하시는 분도 매일 듣고 있다고 그러는 거예요. 미술을 보는 게 아니라 듣고 있다고. (오디오 가이드를 들어야 하니까) 조용히 해 그런다고. (전시를 안내하는) 오디오도 있지만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아우라를 얘기해요. (도슨트가) 작품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게끔 해주는 훌륭한 조력자일까 아닐까. 미술의 참가치라든가 의미를 알게끔 도와주는 사람.      


그럼 오디오 가이드와 도슨트의 결정적인 차이가 바로 그 아우라라고 생각하시나요.

윤: 그리고 인터랙티브. 서로 교감할 수 있다는 거요. 오디오한테는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잖아요. 교감이 되게 중요한 거 같아요. 특히 정말 모순이지만, 미디어아트란 첨단기술이 활용된 거지만 거기서 여전히 필요한 건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교감인 것 같아요.

이번 전시에서 “오묘한 진리의 숲” (미디어아트 작품에서 나오는 인터뷰를) 들으니까 자원봉사자가 그런 얘기 하잖아요, 너무 힘든 줄 알았지만 내가 너무 즐거웠다고. 그게 우리의 답인 거 같아요. 저도 첫 전시 전에는 (도슨팅을 들으러 온 관람객을 기다리는) 그 십 분간 (전시실 입구) 그 앞에 기다릴 때 막 두근두근하고 입이 마르고 “잊어버리면 어떡하나 생각 안 나면 그런데 이걸 왜 하나” 싶은데. (도슨트로 전시를 준비할 때) 너무 공부하는 게 힘들고 어떨 땐 내가 이 긴장을 왜 해야 되나 싶지만. (도슨트로 교감하며) 느끼는 기쁨, 그 기쁨이 큰 거 같아요. 얻는 게 더 많고.      

예전에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게 기억나는데요. 전시 서문에 어려운 말이 많지만, 누구나 알아듣는 게 아니어서 내가 그걸 풀어서 관람객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관람객과 교감하기 위해 관람객의 시선에 맞추시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윤: 그렇죠, 항상 관람객의 눈으로 봐야 될 거 같아요. 어려운 말을 (도슨팅 중에 그냥 말로) 하면 못 알아듣거든요. 바로 그 부분이 제가 생각했을 땐 도슨트가 (오디오 가이드와 달리)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도슨팅을 위한 대본(스크립트)을 쓰실 때 주로 어떤 걸 고려하시나요.

윤: 음 (생각하며) 저는 이제 쉬운 말로 하려고 해요. 평론가들의 글이라든가 주로 전시 서문 같은 것들 읽으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잖아요. 멋있게는 썼는데. 그런 걸 다 관람객에 맞춰서 쉽게 설명하려고 그래요. 그래서 저는 문어체 절대 안 쓰려고 노력하고 말하듯이 대화하듯이 써요. 제가 농담하고 질문하는 것도, 크크 이런 웃음소리도 넣어요. 여러 가지 애드리브 같은 것도 많이 상상해서 관람객이 이런 반응을 했을 때 이렇게, 하며 거의 말하듯이 구어체로 다 써요. “감사합니다. 마침”까지요.      


작품 선택을 할 때 기준이 있으세요?

윤: 기준은 (생각하며) 큐레이터의 의도에 맞추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요새는 그런 질문을 잘 안 하지만 (전시 준비를 위한 도슨트 교육시간에) 설명해야 하는 작품이 뭡니까라고 꼭 물어봐요. 제가 마음에 안 들어도 큐레이터의 의도에서 (그 작품이) 꼭 필요하다고 하면 너무 싫어도 준비를 했었어요. 그다음에는 적절한 배분이에요. 동선을 생각하면서 (설명할 작품을) 적절하게 배분해요. 그리고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가는 꼭 해주는 편이고요. 그게 제 기준인 거 같아요.      


그 세 가지 기준을 벗어났는데도 하는 경우가 혹시 있으세요?

윤: 별로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일인전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죠. 그럴 때도 하다 보면 굉장히 보람 있어요. 한 작가에 대해서 많이 알아가는 기쁨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도 위의 기준이 아니어도 좋아서 선택하는 작품이나 이런 게 있으세요?

윤: 하다 보면 좋아지는 작품도 있고 첫인상에 좋은 작품도 있는데요, 저는 정말 생각해보면 도슨트 체질인 게, (그 작품이) 굉장히 싫다가도 열심히 준비를 하고 설명을 하다 보면 그 작품이 좋아져요. 그리고 작품이 싫으면 설명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싫은 작품을 설명해야 할 땐 어떻게 하세요?

윤: 그럴 때는 안 좋더라도 해야죠.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에. 내가 싫은 거지 이 전시회에서 꼭 설명해야 할 작품이라고 큐레이터도 생각하는 거고 저도 전체적으로 전시를 보며 (필요하다고) 느끼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내 마음에 너무 안 드는 경우에는, 그럴 때는 저는 이제 관객들하고 교감하려고 해요. 농담을 한다든가 딴 이슈를 가지고 연결해서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해요. 조금도 좋아하지도 않으면 거기서 굉장히 딱딱하고 얼버무리게 되더라고요. 제가 해도 마음에 안 들어요. 아, 이건 아닌데 이런 마음 때문에 그럴 때 아예 농담이라든가 질문도 많이 하고 그런 식으로 애써 좋아하려고 노력을 해요. 그러면 웬만한 전시는 다 좋아지게 되더라고요. 하다 보면.      


전시의 의도에 따른 주요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설명하게 되지만 작품이 많은 경우에는 나머지 중에서 도슨트가 자의적으로 선택을 하게 되잖아요. 그건 도스트의 권한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선생님의 선택 기준이 궁금했어요.  

윤: 그럴 때는 (생각하며) 제가 좋아하는 게 우선순위고 그다음에는 자료가 많은 작가. 왜냐면 풍부하게 설명을 해주는 게 좋으니까. 그리고 좋아한다기보단 재미있게 느껴지는 흥미로운 작가. (웃음) 관람객들이 좋아하겠다 딱 이런 마음이 드는 작가.



* 도슨트(docent)란 전시해설로 관람객의 감상을 돕는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도슨트는 전시의 기획의도에 따라 관람객을 이끌고 전시실을 돌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해설을 하는데 이때 작품에 대한 단순한 정보전달뿐 아니라 작가의 삶이나 기법적인 특징, 사회문화적인 배경 등 풍부한 맥락을 함께 전함으로써 관람객이 작품을 좀 더 잘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1907년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서 제도로 시작되고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광주비엔날레를 기점으로 도슨트 제도가 유입되었다. 미술관은 우리나라 법에서도 밝히고 있듯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곳”이지만 대중예술에 비해 미술전시의 관람률은 높지 않다. 미술관도 이를 인식하고 관람객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도슨트 제도는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에서 대부분 자원봉사로서 도슨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특히 시립미술관은 2003년부터 ‘도슨트 양성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슨트 제도를 운영해온 모범사례로 꼽힌다.

** 본 인터뷰는 2018년 석사논문을 위한 질적 연구에서 도슨트 활동에 관한 약 6개월 간의 참여관찰과 심층 인터뷰의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이다. 도슨트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본인의 논문 “미술관 도슨트의 역할 갈등에 관한 문화기술적 사례연구”를 참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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