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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Sep 21. 2022

칠십 팔십이 되어도 하고 싶어요.

<우리는 왜 예술을> 인터뷰2-(3):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윤정애

우리는 왜 예술을,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윤정애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도슨트의 역할은 무언가요.

윤: 도슨트는 일단, (생각하며) 문화봉사자예요. 지적으로 높은 수준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그리고 많은 것을 갖춰야 하는. 제일 좋은 건 작품 이해에 도움을 주는 사람. 저는 그게 제일 먼저인 거 같아요. 어떤 블로거는 도슨팅을 미리 들으면 안 된다고 그럼 내 생각이 거기에 한정되어 버린다고 그렇게 썼더라고요. 들으면 그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된다고. 그럴 수도 있지만 저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자주 써요.

도슨트 설명 없이 보면 아무 의미 없는 작품들 점점 많아지잖아요. 사실은. 전에는 예를 들면 인상파 작가들은 굳이 도슨트 없어도 좋잖아요. 그냥 보기만 해도 좋지만 요즘 같은 때엔 오히려 도슨트의 설명이 더 필요한 때가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전시가 (그냥 이해하기) 어려워질수록 그 전시설명도 굉장히 어렵고 (작품의) 캡션 같은 것도 점점 어려워지니까. 전시된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자원봉사자로서의 역할이 제일 크다고 봐요. 저는.

또 도슨트라는 게 생긴 이유가, 미술관에서 필요해서 생긴 거잖아요. 도슨트는 미술관의 전시 교육 일부분을 맡는 거란 말이죠. 도슨트(docent)라는 단어도 원래 가르치다는 뜻이잖아요. 원래 (도슨트 제도가) 생기게 된 연유가 박물관이 가지는 교육적인 목표라고 생각해요.      


그럼 선생님은 도슨트를 일종의 교육자로 생각하시는 거죠.

윤: 그러니까 정보를 전달하는 게 제일 우선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왜냐면 우리 미술관이야 친절하게 캡션도 많이 들어간 전시도 있지만 어떤 전시에 가면 정말 작가, 제목, 이렇게만 있는 작품들도 있잖아요. 그럴 때는 도슨트한테 한마디만 들어도 그 작품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수 있으니까요.      


도슨트가 다른 미술관의 전문인력들, 예를 들면 학예사나 전시안내 스텝들과 같은 전시와 관련된 다른 인력들과 구분되는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윤: 관람객과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존재, 관람객의 반응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존재인 거 같아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도슨트는 어떤 걸까요.

윤: 이상적인 도슨트는, 그러니까 (생각하며) 제가 말한 걸 다 종합해서 말한다면, 진정한 봉사정신을 가지고 철저히 준비하고 관람객의 입장에 서서 열심히 작품에 대한 정보를 잘 전달해주는 사람.      


그럼 도슨트가 갖고 있는 고유한, 전문적인 영역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윤: 네, 그건 정말 필요한 거 같아요. 지금처럼 점점 디지털화되고 4차 산업혁명의 결과로 언젠가는 진짜 로봇이 다 설명할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추세로 보면 인공지능이 모든 걸 다 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겠지만. 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될지는.

그런데 그 아우라는. 그러니까 우리가 충분히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는 명화를 굳이 와서 보는 건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말도 있듯이 원화가 주는 아우라가 굉장히 좋기 때문이겠죠. 그것처럼 아무리 인공지능 로봇이 이쁘고 설명을 잘해도 살아있는 사람을 못 따라갈 거 같아요. 솔직히. 그렇죠. 눈을 마주친다거나.

모르죠, 우리가 죽고 나면 그런 세상이 올지도. (웃음) 그러나 지금은 아무래도 이 노령화 사회에서 사람들의 문화적인 수준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데 그런 (면대면의 도슨트가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봤어요.      


혹시 도슨트로서 좀 더 바라시는 게 있다면요. 선생님.

윤: 저는 그런 걸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많잖아요, 찾아가는 미술관이라든가 미술관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 (미술관이) 그런 것에 도슨트들을 좀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있어요. 솔직히. 우리(도슨트)가 전시연계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거나 관람객을 만나는 걸 제안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것들이 우리한테 차례가 올진 모르겠어요.

저는 시니어 도슨트 생겼으면 제일 좋겠어요. 오히려 (이런 시대이니) 시니어 도슨트 제도가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 도슨트 선생님들이 도슨트 간담회 때 그러잖아요. 칠십, 팔십이 되어도 하고 싶다고. 외국에는 그런 도슨트가 정말 많아요. 대부분 할머니고 (도슨트를 대하는 관람객의) 반응들도 그런 (나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없는데….      

선생님들이 만드시면 어떨까요. 그럼 충분히 미술관에서도 호응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윤: 그래서 제가 진짜 65세가 돼서 은퇴할 때쯤 되면 건의를 해볼까도 생각 중이에요. (웃음)     


근데 미술관에서 선생님들이 65세가 넘으신다고 해서 은퇴하라고 할까요.

윤: 선발제도가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인원이 점점 늘어나니까 이게 관리하기도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고. 다만 저는 시니어 도슨트가 생겼으면 참 좋겠다는 소망이 있고. (웃음)

이전 05화 굉장히 흥미로운 도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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