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성 moon song Oct 03. 2022

아, 통했다.  서로 같은 걸 느끼고 보고.

<우리는 왜 예술을> 인터뷰3-(2):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고은경

<우리는 왜 예술을>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고은경






아, 통했다. 서로 같은 걸 느끼고 보고.     


관람객들을 만나면 어떠세요. 나누는 데에서 오는 힐링이 있다고 하셨는데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이 주는 희열 같은 건가요.

고: 음 (생각하며) 그건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나에게 되게 감동적인 작품이 있어요. 작품이 다 다르잖아요. 나한테.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게. 그렇게 내게 감동적인 작품에 대해서 그런 내 마음을 담아서 설명했을 때 관람객들도 똑같이 그렇게 반응을 해주면, 굉장히 좋아요. ‘아 나랑 저 사람이랑 통했다. 이 작품에 있어서 서로 같은 걸 느끼고 보고.’

그리고 정말 십몇 년을 하면서 딱 두 번 있었는데. 다 끝나고 나서 따로 와서 이야기를 해주는 관람객이 있었어요. ‘선생님 설명 너무 좋아요’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딱 두 명 있었어요. 한 명은 싸인을 해달라고 그래서 너무 당황했어요. 그분이 좀 오버(해서 칭찬)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웃음) 다른 한 분은 ‘도슨트 선생님들 설명을 몇 번 들었는데 선생님 설명이 제일 좋아요’ 그렇게 이야기해주셨죠.

나는 미술, 예술이라는 영역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거보다는 좀 지식적인 부분이 모자라더라도 어떻게 느껴지느냐는 게 더 중요한 거 같아요. 내 느낌에도 솔직하고 관람객들도 자기 느낌에 솔직하고 그래서 우리가 이 세상을 살 때 항상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서 미술관에서만큼은 충분히 자신의 감성적인 부분을 만나고 키우고 하는 순간을 좀 얻어갔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는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람들은 미술관에서도 긴장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나도 다른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데나 궁궐 같은 곳에서도 사람들 설명을 듣는 사람이라 여러 해설을 듣다 보면 사람마다 다 개성이 있고 다 다른데요. 좀-. 지식을 너무나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들 설명을 들으면, 느낌이 없는 설명을 들으면, 피곤해요. 그리고 ‘아, 내가 여기에 즐기러 왔지, 공부하러 왔나.’ 생각하게 돼요. 그래서 나는 그런 주의로 해설을 하는 편이에요. 내가 일단 편하고 내가 즐거워야 듣는 사람도 똑같은 걸 느낀다고 생각을 해요.      

관람객들과 함께할 때 관람객이 반응하는 건 어떤 걸로 느끼세요. 우리가 지금 같이 호흡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건 어떤 순간일까요.

고: 그건 아이컨택을 하잖아요, 아이컨택을 하면 그 느낌이 전달이 되죠. 그 사람이 이해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듣고 있는지 대충 이렇게 (눈을 마주보는 흉내를 내면서) 아이컨택을 하면서 그 느낌이 전달이 되는 거 같고요.

음-, (생각하며) 마지막 클로징 멘트할 때, 그때 보면 이제 관람객들의 느낌을 통해서 내가 전달받는다기보다는 나 스스로의 느낌이 있어요. ‘아, 정말 뿌듯하다. (웃음) 아, 정말 이 작품들이 너무 좋다. 아니면 아, 그래 이러니까 내가 도슨트를 하는 거지.’라는 나 자신의 그 느낌이 있어요. 일단. 그 느낌이 있고 나서야 이제 관람객들이 어떤 반응인지 보이는 건데, 거의 비슷해요. 그런 느낌이 들면. 그리고 또 어떤 날은 이상하게 말이 안 나오고 아주 쉬운 단언데 생각이 안 나고 그럴 때가 있어요. 똑같은 전시인데도 ‘아, 오늘은 좀 왜 이렇게 안 되지, 관람객들 반응도 별로네.’ 그런 느낌이 드는 날도 있어요. 근데 물론 대부분은 좋은 느낌이 많으니까 이 와중에도 불구하고 (도슨트를) 하고 있는 거겠죠. (웃음)     


아까 선생님이 힐링이라는 하실 때 그리고 이걸 나눌 때의 즐거움이라고 하실 때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도슨트가 관람객에게 교육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선생님은 같은 관람객의 눈으로 미리 보고 전달해주는 좀 더 수평적인 관계라 생각하시는 건가요.

고: 그니까 알려줘야 된다는 게 음-, 솔직히 뭐 몰라도 되잖아요. (웃음) 관심 없으면 몰라도 돼죠.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돼고요. 근데 알고 싶으니까 온 거잖아요. (웃음) 그리고 나도 알고 싶으니까 도슨트활동을 하는 거죠. 알려고 하는 목적은 똑같은 거 같아요. 시민이나 나나. 근데 단, 나는 여기다 내 시간을 투자하고 미리 좀 더 공부를 했을 뿐이죠.

관람객들은 그냥 와서 구경을 하는 데 뭔가 아는 사람이 설명을 해주면 좋은 거죠. 내가 다른 미술관에 가서 다른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내가 공부해서 그걸 다 알 수 없잖아요. 리플렛을 봐도 모르겠고. 그런데 누군가가 아주 쉽게 그것도 중요한 작품들을 딱딱 골라가면서 느낌을 또 아는 걸 전달을 한단 말이에요. 그럼 나는 시간도 벌고 그 사람을 통해서 또 받는 감상이 있잖아요. 도슨트를 통해서 받는 감상이 있거든요. 나도 똑같아요. 내가 시민으로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었을 때, 또 내가 도슨트로서 시민에게 설명했을 때, 나는 별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미술관도 다 오는 건 아니잖아요. 좋으니까 오는 거고 감상하고 싶으니까 오는 거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걸 매개로 감상하는 건 똑같죠.      


그럼 선생님은 다른 도슨트들도 많이 들어보시는 편이세요? 다른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고: 네, 나는 꼭 들어요. 도슨트 프로그램이 있으면 도슨트프로그램에 시간을 맞춰서 가요. 그냥 갔다 하더라도 도슨트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듣고 와요.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내가 그냥 혼자서 팜플렛 가지고 둘러보는 거하고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을 보는 게 또 달라요.

그리고 그 도슨트가 어떻게 설명하느냐도 궁금해요. 왜냐면 내가 도슨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박물관 도슨트는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할까. 저 사람은 아 이걸 이렇게 설명하는구나. 나랑 좀 다르네.’ 이런 걸 또 느낄 수 있고. (박물관은) 미술관 분위기와 다르잖아요. 작품의 범위도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도슨트 설명을 들으려고 해요. 없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선생님은 도슨트로서 관람객에게 설명할 때 어떤 걸 주로 고려를 하시나요.

고: 나는, 정답을 주는 게 아니고 내 느낌을 얘기해주는 것 같아요. 그니까 나는 이렇게 느꼈다, 나는 이 작품 너무 좋다. 관람객들 입장에서는 ‘아 저 도슨트는 저걸 좋아하는구나.’ 나는 그게 좋을 수도 있고 다른 작품이 좋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내가 굳이 그렇게 내 느낌을 이야기하는 건-, 뭐라고 그럴까, 그냥 객관적인 사실만 전달하면 굉장히 드라이하거든요. 내 입장에서는요. 물론 선택은 관람객의 몫이지만요.

나는 다른 도슨트 선생님들이 설명할 때 ‘그러니까 이 작품은 이렇다.’ 하고 강조하는 게 아니라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이렇게 자기 느낌을 이야기해주고 그 작품에 대해서 솔직하게 감상을 끌어내 주는 설명이 좋더라고요. 그것에서 오는 느낌이 있어요. ‘아 저 사람 저 작품 저렇게 느꼈구나. 아 그렇게 보니까 또 그렇게 보이네.’ 이렇게요.      


그렇다면 관람객들에게 도슨트의 역할은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고: 미디어의 역할인 것 같아요. 작가와 관람객들이 전시에서 그냥 작품으로 마주하는 직접적인 환경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나는 (심리상담가로) 심리 쪽을 공부했잖아요. 치유 효과가 있어요.      


관람객들에게 치유효과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고: 도슨트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도 도슨트를 듣는 사람들에게도 둘 다. 음, (생각하며) 치유효과가 있는 건 미술치료나 이런 쪽에서 이미 많이 알려졌죠. 미술이라는 게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그런 가치가 있는 거죠. 뭐라고 해야 하나. 비물질적인 가치인 거죠. 그러니까 도슨트라는 거는 그림을 보고 설명을 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잖아요. 도슨트 자신에게도 치유 효과가 있는 거고 그 다음에 그 작품을 감상하러 온 사람한테도 치유효과가 있는 거고.

근데 여기에서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기긴 해요. 항상 좋은 측면만 있을까요? 이 미디어의 역할이? 나쁜 측면도 있을 거 같아요. 내가 어떤 얘길 들었냐면요, 도슨트의 폐해에 대해 들었어요. ‘나는 그냥 혼자 자유롭게 보고 싶은데 왜 내가 도슨트를 따라 다녀야 해? 그리고 왜 저 도슨트는 자꾸 나를 가르치려고 해? 나 공부하기 싫거든? 어우, 짜증나. 설명 듣고 싶지 않거든?’ (웃음) 설명을 공부하는 거처럼 하는 게 너무 짜증이 난대요. 그래서 차라리 안 듣는 게 작품 감상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요. (웃음) 아주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아 이게 무조건적으로 도움이 되는 게 아니구나. 사람들 각각의 취향도 있고 방해를 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사실은 그 있잖아요. 귀에 끼고 다니는 거, 도슨트가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 들리고 끼고 있는 사람들한테만 들리는 거요. 그걸 써야 돼요. 사실은. 그거를 쓰고 아니면 시간을 정확하게 공지해서 듣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그 시간 이외에 감상할 수 있도록 하거나. 그니까 어찌 됐든 듣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듣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 도슨트(docent)란 전시해설로 관람객의 감상을 돕는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도슨트는 전시의 기획의도에 따라 관람객을 이끌고 전시실을 돌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해설을 하는데 이때 작품에 대한 단순한 정보전달뿐 아니라 작가의 삶이나 기법적인 특징, 사회문화적인 배경 등 풍부한 맥락을 함께 전함으로써 관람객이 작품을 좀 더 잘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1907년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서 제도로 시작되고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광주비엔날레를 기점으로 도슨트 제도가 유입되었다. 미술관은 우리나라 법에서도 밝히고 있듯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곳”이지만 대중예술에 비해 미술전시의 관람률은 높지 않다. 미술관도 이를 인식하고 관람객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도슨트 제도는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에서 대부분 자원봉사로서 도슨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특히 시립미술관은 2003년부터 ‘도슨트 양성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슨트 제도를 운영해온 모범사례로 꼽힌다.

** 본 인터뷰는 2018년 석사논문을 위한 질적 연구에서 도슨트 활동에 관한 약 6개월 간의 참여관찰과 심층 인터뷰의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이다. 도슨트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본인의 논문 “미술관 도슨트의 역할 갈등에 관한 문화기술적 사례연구”를 참조하길 바란다.  

이전 08화 힐링이 돼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