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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Oct 05. 2022

편협함, 완고하게 굳어가는 것들을 깨는   

<우리는 왜 예술을> 인터뷰3-(3):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고은경

<우리는 왜 예술을>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고은경






편협함, 완고하게 굳어가는 것들을 깨는      


선생님은 도슨트가 관람객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말씀해주셨는데요. 그건 도슨트만의 고유한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면, 해석이라든가 전달에 있어서 말이죠. 

고: 네네. 그걸 설명하는 방식. 그리고 그걸 어떻게 취합해서 전달을 하느냐에 있어서. 또는 내 느낌을 이야기하는 방식, 이런 것들은 (도슨트만의) 고유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그건 학예사들이나 다른 미술관 전문인력이 할 수 없는 도슨트들만의 영역이겠네요. 

고: 음. (생각하며) 분명하게 다른 부분이 있어요. 우리도 그러잖아요, 아는 것과 가르치는 건 다르다고요. 교수도 많이 알고 있지만 수업시간에 엄청 재미없는 경우도 있잖아요. (웃음) 말을 전달하는 건 연습을 해서 되는 것도 있고 타고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어떤 사람들은 전달할 때 호소력이 있게 전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미있게 전달하는 사람도 있죠. 말투며 표정이며 몸짓 이런 것들이 다 다르단 말이죠. 똑같은 작품이라도 이거를 어떻게 표현을 하고 어떻게 호소력 있는 전달을 하느냐. 여기에서 도슨트가 필요한 거 같아요. 그래서 관람객들이 미술을 좋아할 수 있게. 

그니까 관심이 있어서 왔지만 그냥 한 번 훅 보고 갔으면 미술에 대한 애정도 안 생기고 그다음에 또 올지 미지수였는데 도슨트 설명을 들으니까 ‘어, 정말 미술작품이 너무 좋구나. 나 다음에 또 와야지’ 이런 느낌을 갖게. 아니면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통해서 ‘아, 내가 좀 착하게 살아야겠구나, 아 내가 타인을 좀 돌봐야 되겠구나, 그런 어떤 선한 마음을 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생각해볼 수 있잖아요. 이번 전시에서처럼 소수자와 관련된 작품들이 걸림으로 인해서 사회에 대한 의식을 다시 바꿔볼 수 있는 계기도 되는 거 같아요. 작품을 통해서. 미술작품이 꼭 미적인 것만 아니라 삶과 연결이 되어 있잖아요. 그게 예술인데, 질문을 던지는 거라고 하잖아요. 삶과 연결이 됨으로써 자기의 삶을 생각하게 하고 정말 보다 더 여유롭게 할 수 있는. 

나는 미술이 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내가 기존에 어떤 틀 안에 있는 늘 만나는 사람만 늘 보던 것만 보는 그런 게 아니라 ‘어, 이 작가는 참 특이하다. 이런 생각을 하네.’ 하게 되는 걸 되게 많이 느꼈거든요. 특히 현대미술, 한국 현대미술에서 생각을 깨는 작업들을 하는 게 또 하나의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방식의 어떤 편협함, 완고하게 굳어가는 그런 것들을 깨는데.      

그렇다면 도슨트 활동에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고: (단호하게) 네. (생각하며) 전문성이라고 하는 건, 직업으로 한다고 하면 아마 미술사학과를 나온 사람으로 한해서 뽑고 그럴 수도 있겠죠. 직업으로 만든다는 조건에 의해선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근데 그걸 어떻게 풀어내서 전달하느냐 하는 부분에서의 전문성은 경험이에요. 물론 그 경험이 세월이 간다고 해서 누구나 다 잘 한다고 하는 건 아니겠죠. (웃음) 그 경험에, 뭐라고 그럴까, 내재되어 있는 내공은 큰 거 같아요.      


도슨트가 숙련화되는 전문가라는 말씀이신 건가요.

고: 그렇죠. 음-, 풀어서 전달하는 부분에서의 전문성이 하나가 있는 거 같고. 그다음엔 만약에 도슨트가 정말 전문 직업이 된다고 하면, 중간중간에 그 전문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되겠죠. 그냥 작품만 주고 ‘도슨트들이 알아서 해라’ 이게 아니라 그 사람의 실력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있어야겠죠. 모든 전문직이라는 게 다 그렇잖아요. 예를 들면, 의사도 그렇잖아요. 인턴, 레지던트, 그런 게 다 왜 있겠어요.     


선생님도 처음 뽑히셨을 때 전공자가 아니었지만 미술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했고 도슨트 양성 교육과정을 들으셨다고 하셨는데요. 그건 어떠셨나요. 

고: 그때 일주일에 한 번은 오전, 한 번은 두 신가에 시작해서 ‘아 이게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할 수가 없는 일이겠구나’ 했던 기억이 나요. 평일날 두 시였으니까요. 나는 그때 일반 직장이 아니라 학원 강사를 했기 때문에 조금 유동적으로 시간을 맞출 수 있었어요. 그래서 할 수 있었죠. 지금같이 정기적으로 나가는 직장이었다면 할 수가 없는 거죠. 그리고 지금까지도 직장생활을 계속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제약이 있었죠. 예를 들어 월요일 날 (새로 시작하는 전시) 교육이 있다면, 교육을 못 들으면 작품에 대한 이해도 힘들고 그런 부분들이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한테 어려움을 많이 줬죠. 그러니까 도슨트가 자원봉사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원봉사는 아니죠. 

또 어떤 사람들은 미술에 대해 장벽 같은 걸 느끼는 것 같아요. ‘나는 미술을 몰라’ 이런 사람들은 아예 (도슨트에) 도전을 못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사실은 알고 싶어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근데 마치 자기가 미술을 알아야지만 도슨트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끼는 장벽이 좀 있다고 그래야 되나요. 스스로가 미술이라는 것을 대하는 장벽. 일반적으로 봤을 때는 뭔가 미술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이어야 하고 그것이 질적으로 어느 수준이 되어야지만 도슨트를 할 수 있다고 하는 그런 선입견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좀 안타까웠어요. 어떻게 보면 미술이라는 것에 대해서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고 그런 사람들이 (도슨트를 시작)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해요.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게 오히려 더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일반 관람객의 입장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사람이 시작함으로써 그게 더 인프라가 확장되는 거잖아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으면 자원봉사로서도 시민의식을 갖는 데에도 더 좋을 것 같아요.      


선생님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슨트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앞으로의 도슨트 활동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고: (생각하면서) 도슨트를 바라보는 내 느낌은, 솔직히 말하자면, 도슨트가 자원봉사와 직업의 어떤 갈림길에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우리 사회가 4차 산업사회로 가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좀 더 전문화될 거라고 하잖아요, 그런 게 바로 도슨트라고 생각을 해요. 나는 이게 직업으로 개발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래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어 하는 이 일을 하면서, 이런 일들로 밥을 먹고살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근데 나에게는 이런 일들이 궁궐(해설사)도 있고 여기 도슨트도 있지만 밥을 먹고살 수가 없어요. (웃음) 현재로서는 열악해요. 도슨트를 직업으로 채용하는 데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조건이 너무나 열악해요. 백만 원 정도의 임금에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계약직. 대학원 이상의 영어 가능, 수화까지 가능한 자, 이런 것들을 요구하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열악하죠. 그렇게 뽑아 놓고 그 대우도 너무나 하찮아요. 도슨트가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게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왜 (직업으로) 뽑지 않을까요. 이걸 하는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되지 않을까요. 

나는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게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기본소득으로 먹고살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이런 자원봉사자들이 굉장히 많아질 거예요. 기본 소득을 받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일 안 하고 나태해지고 술이나 마시고 그런 건 아니라고 봐요. 자기가 먹고살 수 있는 것만 해결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 그리고 타인과 공유하고 세상을 좋게 하는 일을 더 많이 할 거란 말이죠. 내 생각은 그래요. (웃음)          



* 도슨트(docent)란 전시해설로 관람객의 감상을 돕는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도슨트는 전시의 기획의도에 따라 관람객을 이끌고 전시실을 돌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해설을 하는데 이때 작품에 대한 단순한 정보전달뿐 아니라 작가의 삶이나 기법적인 특징, 사회문화적인 배경 등 풍부한 맥락을 함께 전함으로써 관람객이 작품을 좀 더 잘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1907년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서 제도로 시작되고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광주비엔날레를 기점으로 도슨트 제도가 유입되었다. 미술관은 우리나라 법에서도 밝히고 있듯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곳”이지만 대중예술에 비해 미술전시의 관람률은 높지 않다. 미술관도 이를 인식하고 관람객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도슨트 제도는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에서 대부분 자원봉사로서 도슨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특히 시립미술관은 2003년부터 ‘도슨트 양성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슨트 제도를 운영해온 모범사례로 꼽힌다.

** 본 인터뷰는 2018년 석사논문을 위한 질적 연구에서 도슨트 활동에 관한 약 6개월 간의 참여관찰과 심층 인터뷰의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이다. 도슨트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본인의 논문 “미술관 도슨트의 역할 갈등에 관한 문화기술적 사례연구”를 참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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