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성 moon song Nov 03. 2022

작품의 소비재화,
바야흐로 취향의 시대

2022년 이론적 관점과 주체별로 살펴본 미술사와 시각문화지형도

미술사와 시각문화의 가장자리에서 일을 하다보니 이 분야에 대한 관점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분야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나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라도. 직접 그려보면 막연했던 것들이 좀 더 명확해지고 나의 관점도 확인하게 되고 내가 지향하는 가치나 방향도 정리해보게 된다. 인식의 한계로 인한 부족한 점과 보충할 것도 역시.

2022년 현재의 지형도는 두 가지 관점으로 그려보았다. 학술적 연구를 중심으로 이론적 관점으로 본 미술사와 시각문화의 지형도 그리고 분야 안에서 활동하는 이들 즉 주체별로 본 미술사와 시각문화의 지형도.


1. 이론적 관점으로 본 미술사와 시각문화 지형도: 작품과 시각문화의 소비재

동시대 시각문화가 미술사에 포함되는가는 논쟁적 주제이다. 그러나 동시대가 미술사에 포함된다 안된다를 이야기하기 전에 지금껏 미술사에 기록되어 현재까지 전해지는 작품들과 그 작품들에 대한 이론, 이론적인 관점들을 생각해보면 간결하게 정리되는 지점이 있다. 미술작품들과 동시대의 시각문화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이론의 검증을 통해서 살아남은 것들만이 미술사에 기록되고 또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이를 세 축으로 가늠해보자면 2022년 현재도 역시 거대한 시대적인 흐름과 지역문화의 특성이 도드라지는 공간 그리고 이론적 방향을 따라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와중에도 특히 도드라진다고 여겨지는 건 미술작품과 시각문화의 상품화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것. 순수미술작품의 공개나 유통, 향유조차 처음부터 상품과 협업으로 진행되어 상품의 공개, 유통, 소비 자체가 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자연스레 고급문화와 대중문화가 강력하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자장속에서 이미지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며 짧은 시간 다량으로 유행하고 사라지는 대중문화적 특성을 보이는 듯 하다. 여기에 더해 주목받는 작품과 유행하는 사조들을 대형전시나 공공기관에서도 조명함으로써 작품으로서의 가치에 힘을 실어주며 투자할 가치의 근거로 일조하고 이와 같은 상호작용이 작품의 소비재로서의 강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작품의 상품으로서의 측면이 강조되면서 미술사와 시각문화에서 중요한 존재로 주목받지 못했던 향유자로서의 소비자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자본이 있는 개인들의 취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존중받고 있다. 대형아트페어에서 컬렉터의 구매금액 최고가 갱신 뉴스들을 비롯해 투자처이자 소비재로서의 작품구매, 구매자분석 리포트등을 주목하고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공공기관의 보고와 연구들은 이를 너무나 잘 보여준다.





2. 주체로 본 미술사와 시각문화의 지형도: 창작과 향유 그리고 매개

위와 같은 상황을 바탕으로 다시 주체에 주목해서 미술사와 시각문화의 지형도를 그려본다면, 결국은 창작과 향유 그리고 그것을 매개하는 이들로 압축할 수 있다. 실제로 창작은 향유로 인해 존재가치를 찾고 그 둘의 상호작용을 돕기 위해 매개가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주체의 역동에 초점을 두고 이론적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이론적 관점에서는 늘 창작과 매개에 연구가 집중되어 왔다. 특히 창작과 매개에 대해서도 행위를 하는 주체에 대한 연구는 작가에 대한 연구가 작가론으로 진행되어온 게 대부분이었다. 매개의 주체인 큐레이터에 대한 연구나 향유의 주체인 관람객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그마저도 전시기획이나 직무전문성 혹은 전시만족도나 결과 개선등을 위한 연구들이 대부분으로 박물관미술관의 조직운영이나 관리의 관점에서 진행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앞으로는 미술사와 시각문화에 대한 연구든 그 안에서의 활동이든 결국은 창작으로 쏠린 무게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하고 또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짐작한다. 나 역시 그와 같은 관점에서 향유에 더욱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작업을 또 연구를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그와 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작업을 해나가게 될 것이다. 더불어 개인적인 프로젝트로 작품과 미술문화의 상품화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향유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탐색해보려 한다. 다시 말하자면 사심이 듬뿍담긴 현재 서울의 시각문화 감상기. 하다보면 좀 더 풍부한 감상을 나아가 더 나은 안목을 궁극적으로는 향유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나라는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라 하더라도 향유의 과정, 대상과 방법,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이들도 각자의 향유의 장면들을 가늠하고 또 사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바야흐로, 취향의 시대가 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술사와 시각문화의 지형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