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성 moon song Sep 08. 2022

당신이 향유한 작품만이  당신에게 의미 있는 예술

아트페어에서든 갤러리에서든 미술관에서든

*이글은 화성시문화재단의 웹진 <화분>의 9월호 칼럼이자 뉴스레터로 게재되었습니다.


COLUMN, THE 담다

당신이 향유한 작품만이

당신에게 의미 있는 예술이 된다. 



미술계에 발을 담그고 있기에 이따금 전시나 작품 감상에 대한 조언을 요청받곤 한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에도 지인 한 명이 조언을 구했다. 뉴스에 나온 아트페어가 궁금한데 미술에 문외한인 본인이 가기에 괜찮은지 어떻게 관람하면 좋을지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질문에 곧바로 답하기 전에 거꾸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궁금한지,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이전의 관람 경험에서 좋았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조언을 구하곤 했던 많은 이들을 떠올리며 이 글을 읽을 분들에게도 미술계의 동향을 짚는 것과 더불어 전시 관람에 참고가 되는 글을 써보고자 한다.


2022년 9월 현재 한국미술시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미술시장의 규모 자체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20년까지 3천억 원대에 머물렀던 미술시장은 2021년 9157억 원 대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1) 전문가들은 2022년 전체 미술시장의 규모가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2)

이는 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정상급 아트페어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아트 바젤(Art Basel), 피아크(FIAC)와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Frieze)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제아트페어 키아프(Kiaf)와 5년간 아트페어를 공동 개최를 선언하고 2022년 9월 그 시작이기 때문이다. 특히 프리즈의 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이 “예술가와 미술관, 갤러리, 수집가 등의 수가 많아 독보적”이기에 선택했음을 밝혔다.3) 요컨대, 세계적 아트페어가 먼저 주목할 정도로 한국미술시장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공동 개최되는 아트페어는 국내의 대표적인 갤러리부터 세계에서 손꼽히는 정상급 갤러리들까지 350여 개의 갤러리가 참여해 아시아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트페어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VIP만 허용된 입장 첫날부터 인산인해”에 “완판 행렬”로 “수익 규모에서 뉴욕과 LA를 제칠 것”이라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으니 한국미술시장의 신기록을 세우는 건 아마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한국미술시장의 기념비적인 기록들을 한국미술계 전체를 보여주는 것으로 혹은 여러분의 전시 관람의 기준으로 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구매자로서의 방문객도, 판매자로서의 갤러리도, 그리고 그들로 인한 미술시장의 규모 증가도 결국은 상품으로서 거래되는 소수의 작품과 갤러리, 컬렉터 그리고 그들의 특성이 반영된 미술시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최고라 불리는 작품들이나 시장에서 선호하는 작품들을 직접 감상하고 싶다거나 사보고자 하는 등 상품으로서 작품을 경험하고자 한다면 아트페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다수의 방문객이 몰리고 소수의 매매가 이뤄지는 현장 특성상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감상이나, 미술사적 맥락이라 동시대적 흐름에 대한 이해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뒤집어 말하면, 좀 더 깊이 있는 감상이나 폭넓은 이해를 위해서는 아트페어와 같이 단기간 대규모의 작품 매매가 목적이 아닌 전시들을 살필 필요가 있다. 갤러리의 경우는 아트페어보다는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하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단기간의 전시들이다. 이에 비교하면 국공립미술관이나 대학 및 사립미술관과 같은 미술관들은 모두에게 열린 전시로 가장 장기간 운영하고 제반 지식을 충실히 전달하고자 한다. 애초에 우리나라의 법에서도 밝히고 있듯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시설”4)이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양적으로도 미술관들이 기획하는 전시들이 전체 한국미술 전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1년만을 살펴보아도,5) 미술관은 공간의 수로 보나 전시의 횟수로 보나 한국미술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화랑의 절반을 육박한다. 여기에 참여 작가 수나 관람객 수는 다른 어느 전시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 미술관 전시야말로 비용과 횟수, 기간, 다양한 작가와 주제 전달의 노력 등을 종합하여 고려했을 때 관람객들이 가장 접근하고 이해하기 쉬운 전시인 셈이다.


그런데 많은 관람객이 막상 미술관에 오면 미술관 문턱이 높다고 느끼는 것 같다. 미술계에서 일하며 직접 마주한 관람객들만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마주한 관람객들에게도 어렵다는 호소를 듣곤 했다. 미술관의 차분한 분위기가 주눅을 들게 한다거나 전시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술관에 가지 않는다고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었다. 명확한 통계가 없는 탓에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전시를 관람한 이들 외에도 많은 사람이 그와 같은 불편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그래서 전시를 볼까 했다가도 선뜻 나서지 못한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건 미술관에서 일하는 이들 또한 관람객이 어렵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미술관에서는 관람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하여 설문조사를 해서 결과를 반영하기도 하고 더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자 이벤트와 행사를 열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를 쓰지만 관람객의 마음을 얻기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미술관 전시실 너머에 여러분을 맞이하는 이들이 있고 그들 역시 여러분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전시가 조금 더 편안하게 혹은 조금 더 흥미롭게 보이지 않는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시나 미술관의 담당자에게 관람객을 위해 준비한 것들을 물어보고 이용해 보는 건 어떤가. 요즘은 아트페어든 갤러리든 미술관이든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의 이해와 감상을 돕기 위한 채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감상에 몰입하는 것을 돕는 의자부터 리플렛이나 책자와 같은 안내문 제공,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도슨트 전시해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와의 대화나 전시장 투어, 공연과 같은 이벤트, 작가의 강연이나 토론회 같은 전시연계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내용과 형식을 아우른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 디딤돌 삼는다면 전시가 한결 재미있어질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작품은 향유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당신이 진정으로 향유한, 말 그대로 누리어 가진 작품만이 당신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는 예술이 될 수 있다. 너무 많은 전시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엇을 감상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중에서 나의 마음을 건드리는 작품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 해도 그 앞에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면 당신의 삶에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작품이나 가장 비싼 작품 혹은 요즘 유행하는 작품을 무작정 따라가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끌리는 것에 솔직해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감상의 시작이다. 무엇에 끌리는지, 그것이 주는 기쁨은 어떠한지. 작품과의 대화 속에서 충분히 작품을 음미한 다음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의 취향을 확인하고 표현하는 것으로 점차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 미술계에서 일하는 이들도 같은 과정을 거쳐오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나가고 있다. 먼저 발을 들여 조금 더 많은 작품을 만났을 뿐.

그와 같은 경험은 이진경의 말을 빌리면, 작품의 알 수 없는 매혹에 끌려가는 것이며 낯선 것과의 만남으로 연대의 쾌감을 느끼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도록 하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것이다.6) 여러분이 낯선 작품에 끌려 음미할 기회를 누리길 바란다. 그 작품으로 작가와 감응하는 쾌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자신을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기를 그렇게 우리가 각자의 한계를 넘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작품을 통해서 서로를 분리하고 고립시키는 장벽을 무너뜨리는 게 되는 것.7) 이것이야말로 예술이 갖는 고유한 가치이자 의미일 것이다.


1)예술경영지원센터, 「2021년 한국미술시장 결산」, 2021.

2)예술경영지원센터, 「2022년 상반기 한국미술시장 결산」, 2022.

3)김준억,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CEO “서울서 100년 더 개최할 수도”」, 연합뉴스, 2022.09.02.

4)국가법령정보센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시행령 제2조 2 [대통령령 제32537호, 2022. 3. 15., 일부개정]

5)예술경영지원센터, 「2021년 한국미술시장 결산」, 2021.

6)이진경,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휴머니스트, 2011.

7)Dewey, J, Art as Experience, New York: Capricorn, 1934.

매거진의 이전글 "말하고 싶어요. 어디든 당신과 함께 가고 싶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