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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Jun 01. 2021

"말하고 싶어요.
어디든 당신과 함께 가고 싶다고"

<온 더 무브>, <인섬니악 시티> 책으로 읽는 사랑

1. 

다시금 천천히 빌 헤이스와 올리버 색스의 문장들을 읽어내려가며 새삼 생각한다. 많은 제약 속에서,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도 아름다운 일인가. 그리고 그것에 더해 그 누군가가 자신에게 주는 사랑에 그 역시 사랑으로 화답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 그 기적을 올리버 색스는 깨닫는다. 자신이 온마음을 다해서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한 빌을 사랑하고 있음을. 자살충동을 느낄만큼 고통스러운 통증속에서. 그리고 깨닫게 된 그 순간 그는 그 마음이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과도 같음을 알았기에 그 마음이 벅차 어쩔 줄을 모른다. 


빌리가 떠나 있는 내내 끊임없이 그를 생각했지만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이제나저제나 전화가 걸려오기만을 기다렸다. 간절히, 떨리는 마음으로. 늘 통화하던 시각에 전화가 오지 않는 날에는 교통사고로 몸을 못 쓰게 된 건 아닌지,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걱정이 되어 덜덜 떨었고 한두 시간 뒤에 전화가 오면 안도감에 흐느낄 뻔하기를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온 더 무브>, 올리버 색스



2. 

그의 '간절히, 떨리는 마음'을 가늠해본다. 기적같이 피어난 곱디고운 그 마음이 차마 손에 쥐면 깨질까 불면 날아갈까 싶었을까. 너무나 소중해 덜덜 떨며 수화기 너머 목소리에 안도하고 눈물을 흘리고 마는 그 애닳음. 그가 절절히 느낀 그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고 싶었겠지. 그 마음이 향하는 상대에게 나 역시도 당신을 사랑하노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상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올리버 색스는 전화를 걸어 더듬거리며 입밖으로 내어 그의 사랑을 고백하고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2009. 12. 26

O가, 뉴옥에서 전화를 걸어와, 더듬거리며 말했다. "내가 온갖 제약을 갖고 있다는 거 알아요. 장벽을 쳤죠. 빌리하고 사람 많은 곳에 다니는 것도 꺼려했어요. 이제 말하고 싶어요. 나도 당신을 사랑하고, 어디든 당신과 함께 가고 싶다고." 

나라 반대쪽에서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도, 당신하고, 어디든 가겠습니다. 젊은이." 내가 말했다. 


<인섬니악 시티>, 빌 헤이스


3. 

"나도 당신을 사랑하고, 어디든 당신과 함께 가고 싶다"는 고백에 '나도, 당신하고, 어디든 가겠습니다."라고 대답한 빌. 그들의 함박웃음을 그 충만한 기쁨을 나도 느낀다. 다시금 서로의 마음이 서로를 향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들에게 묻는다. 그것이 각자 맹목적으로 자신이 바라는 상대를 바라보거나 상대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님을, 있는 그대로의 상대에 대한 애정 그리고 댓가를 바라지 않고 단지 곁에서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대한 고백임을,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답한다.  


*

나는 침대에 누워 내게 찾아온 모든 감정을 공책에 적어 내려갔다. "사랑에 빠진 마음"에 바치는 공책이었다. 12월 31일 밤늦게 빌리가 샴페인 한병을 들고 돌아왔다. 빌리가 병을 땄고, 우리는 서로에게 "당신을 위하여" 건배했고, 찾아온 새해에 건배했다. 


<온 더 무브>, 올리버 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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