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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Oct 25. 2023

공간정돈,  현재의 나에게 맞게 재배치하기

의식"주"일상실험

1. 가을맞이 주거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

가을을 맞으며 시작한 집정리는 공간을 확 바꾸고 싶다는 충동으로 번졌지만 다행히 나의 의생활 no buy year 프로젝트가 인테리어용품 소비욕에도 제동을 걸어주었다. 그것을 위해서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소품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충동 안에 숨은 욕구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더욱 쾌적하게 지낼 것인지, 무엇보다 그걸 위해서 내 일상의 어느 정도까지를 할애하고 싶은지 나 자신의 한계선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거기까지 깨닫고 나니, 집정리는 가을과 함께 느리게 진행되었고 그 과정이 일부를 가을이 절정에 치닫는 지금 정리해 본다.


2. 청소와 정리의 루틴화, 쾌적한 주거의 기본

마음이 번잡할 때, 생각이 많아질 때, 내가 찾은 방법 중의 하나는 의식주라는 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들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살기 위해서 해야 하는 필수적인 행위들이니 여기에 집중하다 보면 게을러진 마음을 다잡는 데에도 복잡한 머릿속을 잊고 몸을 움직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더불어 생활이 쾌적해지니 어느새 기분도 좋아진다. 그중에서도 '주'는 기거하는 공간의 유지와 관리에 관련된 일이니 당연히 청소, 정리, 공간의 유지 및 보수가 기본이 된다.

내가 시작한 의식주일상실험도 3년 차가 되면서 매일, 주에 한두 번, 달에 한두 번, 간절기마다 등의 루틴을 만들어두면 훨씬 더 편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테면, 매일 하는 일은 최소한.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양치와 세수, 나갈 준비를 하고 가볍게 머리카락을 비롯해 밤사이 가라앉은 먼지를 빨아들이고 나서 출근.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고 식사하고 저녁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한번 간단히 활동하며 떨어진 먼지나 부스러기, 머리카락을 한번 더 빨아들인다. 부엌은 요리하고 식사를 마치면 설거지와 조리대정리까지 끝내서 매일 조리대와 싱크대가 비어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일인가구에 조리과정도 간단한 편을 선호하다 보니 설거지거리가 많지 않다. 욕실은 샤워를 할 때마다 스퀴즈로 샤워부스의 유리와 바닥의 물기를 정리하고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양치와 세수를 하고 나서 생각날 때마다 매직블록으로 닦아주면 오랫동안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주중에는 생각날 때마다 제습, 환기를 시키고 먼지가 눈에 보일 때 진공청소기로 집 전체를 한번 돌려준다. 일이 주에 한 번 바닥을 물걸레질하고 이삼주에 한 번 모인 폐지와 비닐, 플라스틱, 쓰레기통을 비운다. 그때쯤에는 욕실도 함께 청소해 줄 시기. 희석한 락스스프레이로 변기, 세면대, 하수구, 벽면의 물 때나 곰팡이가 시작되려고 하는 부분에 뿌려주고 시간을 두었다가 청소로 마무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절기가 되었을 때, 그간 생각해 둔 누적된 보수할 것이나 정돈할 것들을 처리한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그럴 듯 하지만, 재미있는 건 루틴이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는 걸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면서도 피곤하거나 마음이 좋지 않을 때, 힘들 때에는 청소를 미루고 먼지를 방치하고 쓰레기가 쌓여있는데도 모른 척 눈을 감아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먼지가 쌓인 화장대나 꽉 찬 분리수거통이 거꾸로 아 내가 요즘 다른 일들에 몰두하거나 치여서 내 일상을 잘 돌보지 않았구나 깨닫게 만든다. 다시 나의 하루하루를 꾸려나가게 해주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그래서 나를 좀 더 챙겨주어야겠다고 스스로에게 좀 더 다정해질 수 있게 만든다.


3. 정돈, 현재의 나에게 더 잘 맞게

처서가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고 여름내 늘어졌던 몸과 마음을 다잡는 심정으로 간절기 정리를 했다. 여름 이부자리를 빨고 널어 일광소독을 하고 선풍기도 분리해서 청소해 다시 수납장으로 넣었다. 오래된 매트리스커버를 처분하고 새로 매트리스커버와 이불커버도 장 반해 정리하고 나니 좀 더 새롭게 공간을 꾸미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까 혹은 무엇을 어떻게 더하거나 뺄까 고민하며 몇 가지 책들을 찾아보고 스케치를 해대고 사야 할 물건 목록을 작성해 보다가 문득 이렇게 무언가를 또 버리고 소비할 거라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쾌적함을 만드는 것이 낫겠다는 당연한 깨달음이 뒤늦게 찾아왔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얼까.

차분히 다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우선, 맘에 들지 않는 것들을 적어보았다. 부엌의 식탁을 빼서 세팅해야 하는 게 번거롭게 여겨졌다. 거실이 현관, 부엌, 욕실을 연결해 주는 기능 외에는 작품들을 걸어두는 것 외에 공간을 활용하지 못한다 것이 안타까웠다. 침실이자 작업실로 기능하는 큰 방이 좀 더 각각의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졌으면 했다. 언제부터인가 책상에 앉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가능하다면 책상 앞에 앉아서 작업을 하고 싶은 혹은 책을 읽거나 생각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고 싶었다. 저녁에 집에 들어왔을 때 대뜸 침대에 누워버리는 게 아니라 집의 구석구석을 알뜰하게 활용해서 조금 더 즐겁게 그리고 생산적으로 활동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요컨대, 요즘 내가 저녁이나 주말의 여가를 보내는데 잘 맞도록 가구와 물건을 재배치하는 정돈이 필요했다.


4. 서가에서 찾은 정돈의 실마리: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실험>

도서관의 서가를 거닐며 다양한 인테리어도면, 사례집들을 뒤적이며, 건축과 주거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여러 책들을 둘러보고 빌려 읽기도 했지만 제법 오래도록 마음에 남은 책은 조성익이라는 건축가가 쓴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실험>이었다.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나라는 한 사람의 특징이 결정된다. 집이 삶의 방식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이 한 문장이 공간과 그 공간에 사는 사람의 관계를 잘 함축해서 말해주는 것 같아서 책을 집어 들었는데 공유주택을 건축한 자신의 사례를 들어 일인가구에 대한 존중과 합리적인 생활을 위한 공간적인 대안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공유공간과 개인공간의 나눔에서 개인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공간을 아름답게 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보다는 공간을 실제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맞도록 기능적으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에 공감이 갔다. '굳이 모든 것을 개별적으로 갖추고 사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살인적인 집값에 합리적인 비용과 최소한의 공간에서 필요한 것을 나에게 맞게 소유하고 누리는 주거'를 말하며 주거가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임을 설계를 통해서 설명해 나가기에 그 관점에 동의하기도 하고 지금까지 셀프인테리어를 해온 나의 주거도 빗대어 보며 참고할 부분이 많았다.


5. 내 공간에 적용해 본 정돈팁: 시선, 빛, 비움, 그리고 공간에 나의 취향 더하기

나는 책을 읽어 내려가며 몇 가지 구절들 속에서 공간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힌트를 얻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이리저리 궁리하고 시도해 보고 실패하기도 하고 만족하기도 하며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나갔다.

첫째로, 작은 공간이 답답하지 않으려면 공간의 비율에 해답이 있다는 것. 시선이 향하는 곳이 깊게 혹은 높게 창 너머로 확장되면 시각적으로 더욱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 따라서 좁고 긴 방이 꼭 나쁘다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시선이 뻗어나갈 수 있다면 그 장점을 활용해 방을 기능에 따라 나누어 쓰기 좋다는 것.

나는 시선을 기준으로 내 공간을 다시 살펴봤다. 집에 돌아왔을 때 대문, 현관 앞의 공간, 현관에 들어섰을 때, 책상에 앉았을 때, 침대에 누웠을 때, 화장대 앞에 섰을 때, 부엌이나 화장실에 들어서고 나설 때. 시선이 머물렀을 때 이미 최적의 상태로 정리된 것들은 그대로 두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바꾸어나갔다. 현관에서 들어설 때 마주하게 되는 벽면에 마음에 드는 그림들을 걸어두었다. 테이블을 벽에 붙이지 않고 책장과 나란히 두어 책상에 앉았을 때 현관의 숲커튼 너머로 시선이 멀리 뻗어나갈 수 있도록 또 옆으로 고개를 돌려도 큰 방에서 가자 먼 곳에 있는 침대 끝, 창문 너머의 나무들에게로 시선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했다.

 


둘째, 빛을 만드는 공간적 효과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면 활동에 따라 주변의 시각적 소음을 잠재우는 조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 예를 들면, 낮은 의자와 책상에 펜던트 조명을 더하면 천장을 높여주는 효과로 공간을 더욱 넓게 느끼게 한다는 것.

이미 레일조명으로 조명의 효과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다시금 각 공간의 역할을 생각하며 조명의 위치를 검토하고 재조정했다. 현관에 어둠을 감지하고 켜지는 조명을 달아 막 돌아왔을 때, 혹은 불을 다 끄고 나설 때에도 편안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옷장에도 역시 하나 더 달아서 옷을 확실히 확인하고 꺼내어 입거나 다시 걸어둘 수 있도록. 현관에 들어섰을 때 시선이 닿는 벽면에 붙여둔 그림에 조명을 드리우고 책상에 앉았을 때 편안히 작업할 수 있도록, 책상에서 시선이 닿는 곳에도 조명을 달아 커튼의 숲풍경에 햇살이 드리워지는 모습에 빛을 더했다. 침대에도 이미 쓰고 있던 스폿조명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으로 끝. 펜던트나 스마트조명을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지만 지금 쓰고 있는 조명들이 수명을 다하기 전까지는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기에 미련 없이 포기했다.

셋째, 중요한 것만 남기는 비움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 시간에 따라서 개인의 욕구가 변화하기에 그 욕구의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

상반기에 한차례 미니멀리스트게임을 해보고 그 홀가분함과 가벼움을 경험했기에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더불어 정리한 물건들이 더는 필요가 없다는 것을 지금껏 확인했기에 나는 다시금 물건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는 날짜마다 늘어나는 개수를 부담스럽게 여기게 될까 봐 매일 최소한 하나씩 정리해나가 보기로 했다. 이미 미니멀옷장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에 그걸 제외하고 책장과 수납장, 욕실과 부엌에서 필요 없는 물건들을 정리했고 그 덕에 책장의 빈칸에 거실수납장에 있던 미술용품을 옮겨 책상에서 앉아 책장에 손을 뻗어 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기가 수월해졌다. 거실수납장옆에 쌓아두었던 간이액세서리수납함과 가방들을 거실수납장안에 넣을 수 있었다. 더불어 큰방에 있던 전신거울을 거실수납장옆으로 옮겨 재배치해서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체크하고 거실수납함에서 액세서리와 가방을 챙겨 나가는 동선이 자연스레 이어지게 되었다.



넷째, 개인적인 공간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시각, 청각, 후각의 프라이버시 지킬 필요가 있다는 것. 나아가 공간의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있어야 공간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서 좋아하는 물건을 가까이에 두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꾸미는 수납장을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

3년째 내 공간을 꾸리며 살아본 경험은 시각, 청각, 후각의 프라이버시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창문을 열었을 때 시야에 걸리는 것들이 있거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거나 걱정될 수도 있다는 것, 벽면이나 현관, 대문 너머 다른 이들의 생활소음이나 고성방가 혹은 공사소음이 귀를 거슬릴 수도 있다는 것, 누군가가 피운 담배냄새가 창문을 통해 들어오거나 하수구나 현관 앞의 쓰레기 냄새가 신경을 예민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 모두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서울의 오래된 동네인 터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각자의 생활루틴을 파악하고 또 이야기를 나누며 조정해 오긴 했지만 다시 한번 시/청/후각의 관점에서 점검을 해보았다. 창을 열었을 때 회색담벼락이 아닌 풀과 꽃, 나무가 보이는 건 좋았지만 가을에 접어들면서 햇살이 잘 들지 않고 겨울에는 잎이 다 진 쓸쓸한 정원을 보아야하기에 욕실에 작은 초록화분 두 개를 들였다. 이미 수없이 꽃과 화분을 죽여본 터라 자신이 없어서 인조식물을 들였지만 그것으로도 화장실이 한층 화사해졌고 다시 한번 현관에 걸린 숲풍경과 침실에 더한 숲풍경의 쿠션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얼마 전 옆집 사람이 이사를 가고 난 뒤로 한층 더 동네가 차분하고 고요해져 소음은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김에 망가진 스피커를 정리하고 친구가 건네준 여분의 스피커로 음악을 더하기로 했다. 그리고, 공간에 어떤 향이 나면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바디샤워나 샴푸, 비누향. 향수나 아로마 오일향 외에는 공간에 어떤 냄새가 나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 자체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냉장고를 열었을 때 냉장고 안에 들어있거나 배어있던 음식냄새나 요리를 하며 나는 음식냄새.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곤 했지만 그 냄새들 외에 내가 맡고 싶은 냄새가 난다면 더 좋겠구나 싶었다. 마침 갖고 있던 다 쓴 화장품 공병과 아로마오일, 알코올을 더해서 방향제를 만들어 거실에 두었다. 집에 들어섰을 때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그렇게 바꾸어나가면서 이제 걸핏하면 바꾸곤 했던 책상의 위치는 두 달째 그대로 편안하게 사용하고 있다. 부엌 식탁의 불편함이나 거실에 대한 불만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집에 들어왔을 때 내가 그린 작품과 좋아하는 이미지들이 아로마향과 함께 나를 맞이한다. 책상에 앉아서 책을 들춰보기도 하고 만년필과 엽서를 꺼내 편지를 쓰기도 하고 화집이나 서류들을 다시 훑어보며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이따금 고개를 들어 숲풍경 너머를 상상하고 창밖의 하늘을 쳐다볼 수 있어서 답답하지 않다. 그리고 여전히, 내 공간은 내 시간과 함께 변화하는 중이다. 욕구가 변화하면서 공간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 덕분에 완벽한 정리정돈이란 없다는 것을 더욱 분명히 깨닫고 나니 이제는 공간을 정리 정돈하는 데에 부족함도 조급함도 없다.



6. 좋은 거리감: 정체성의 욕구와 공동체의 욕구 사이에서

덧붙여, 저자의 이야기 중에 주거에 한정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삶을 포괄하는 인상적인 문장.  "개인의 상반된 욕구를 모순된 것이라 하지 않고 인정하며 두 가지 모두를 위한 적절한 '좋은 거리감'이 필요하다".  그는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기는 싫고, 좋은 이웃과 어울려 살고 싶지만 적당한 거리를 지키고 싶은 것은 인간이라면 갖고 있는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욕구이며 그 근원을 파고들면 그 핵심에는 정체성의 욕구와 공동체의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나만의 본질적 특성을 갖고자 하는 정체성의 욕구는 익명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특히 필요한 것이자 진짜 내가 누구인지 생각할 여유라고, 그렇기에 내게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이고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가족, 회사, 동창회 같은 집단의 영역에서 벗어나 나를 찾는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는 외로움을 물리치고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공동체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있기에 소속감과 성장의 욕구를 일상에서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에 이웃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둬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혼자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야만 하기에 '이웃의 가치'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제안한다.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 모여 종교와 가족공동체가 하던 일을 넘겨받아 사회제도가 손대기 어려운 개인의 문제를 또래이웃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가르치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공감과 위로, 응원과 격려를 얻어보자고.

다양한 이들과 생각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며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통해 삶이 더 풍성해지고 의미 있어진다는 것에는 나 역시 동의하지만 비슷한 성향이나 지향하는 가치가 맞는 혹은 취향과 선호가 유사한 사람들을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가까운 거리가 우선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그런 이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고 그럴 기회도 많지 않기에 그런 이들을 초대해서 먹고 마시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 그렇게 나의 공간에서 풀고 싶은 욕구를 하나 더 추가한다. 소중한 이들을 초대했을 때 편안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안락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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