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성 moon song Jul 16. 2024

2년 차 미니멀주거 여름:
세탁, 보수, 제습

의식"주"일상실험

1. 2년 차 미니멀주거 여름맞이의 시작, 가벼운 세탁

봄을 지나며 반복했던 일들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블라인드를 걷어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며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청소기를 돌리며 밤사이 먼지와 내가 떨어뜨린 머리카락들을 빨아들이기. 이삼일에 한 번씩 제습기 틀어주기. 부엌과 욕실은 방충망을 보수한 뒤로는 물을 쓰고 나서는 습기가 자유롭게 빠져나가고 공기가 순환할 수 있도록 늘 열어두기. 그렇게 5월이 지나고 한낮의 기온이 치솟는 6월이 거의 끝나갈 무렵까지 26도의 온도에 50%대의 습도로 놀라울 정도로 쾌적하게 초여름을 보냈다. 

다만 추가한 일은, 침구와 쿠션커버 빨고 햇빛에 바싹 말려서 여름침구와 쿠션커버와 교체한 것이었다. 


2. 본격적인 여름맞이: 장마와 폭염을 대비한 욕실보수 

6월 말이 다가올수록 상황을 달라졌다. 온도와 더불어 습도가 오르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집안의 습도도 오르기 시작했고 이삼일에 한 번씩 제습기를 서너 시간 틀어두는 것만으로는 방바닥의 습기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방바닥에 발이 닿는 감촉이 끈적해지는 불쾌감을 깨닫던 날, 창문을 열어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선풍기도 틀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거나 저녁에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할 때 거실에 선풍기를 틀어두면 습기도 열기도 한층 낮아졌다. 

그럼에도 비가 잦아지기 시작하자, 장마가 오기 전 봄부터 마음먹었던 일들을 할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방충망과 창틀, 문틀의 틈새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것. 우선은 방충망들을 점검하고 먼지와 이물질들을 청소한 다음, 찢어진 방충망들을 손보고 어긋나서 생긴 틈새가 있으면 벌레가 들어올 수 있으므로 틈새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는 부분을 메꾸어주었다. 침실과 부엌의 창문, 현관문까지 간단히 끝내고 드디어 욕실 차례. 

욕실은 이중창 중에 바깥창이 움직일 수 있도록 비어있어야 할 자리에 방충망이 박혀있어 고정되어 있었다. 문제는 고정된 창이 있는 자리가 샤워할 때의 뜨거운 습기가 모이는 자리라 욕실의 습도를 높이고 그 부근이 더 쉽게 곰팡이가 생긴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궁리해 봐도 방법은 하나, 창문을 움직일 수 있도록 방충망프레임을 떼어내고 다시 방충망을 다는 것이었다. 며칠 동안 머리를 굴린 끝에 방충망프레임을 떼어내는 대신, 외부에 설치해 둔 격자무늬 방범창 전체에 방충망을 달기로 했다.

창틀과 방범창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프레임을 닦아 낸 뒤 방충망을 창틀에서 제거하고 예전에 인테리어 하고 남아있던 방충망을 방범창 크기에 맞게 잘라 부착해주고 나니 앓던 이가 빠진 듯 시원했다. - 실제로 2달 넘게 사용해 본 결과, 샤워하고 나서 욕실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게 습기가 빠져나가는 속도도, 온도가 내려가는 속도도 훨씬 빨라졌고 무엇보다도 좋은 건 곰팡이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 내친김에 욕실의 나머지 것들도 정리하고 보수하기 시작했다. 3년간 쓰면서 서서히 색이 변한 샤워기 필터를 갈고 욕실장 두 개 중에 하나를 줄이고 다른 하나도 자리를 옮겨 샤워할 때 욕실장에 물이 튀지 않게 만들었다. 2년째 물건들을 줄여온 덕분에 물건이 한층 줄어 하나의 수납장에도 충분히 물건을 보관하도고 남는다고 느낄 수 있었다. 

3. 폭우와 폭염의 필수 대비 : 제습

밤새도록 비가 폭풍같이 쏟아지고 아침에는 햇살이 비추다가 점심쯤에는 숨 막히는 폭염으로 이어지는 날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자 선풍기만으로는 부족했다. 집안의 습도는 70%를 넘나들고 있었다. 제습기는 온도를 높여놓는 통에 사람이 없을 때나 가능한 옵션이었다. 기어이 제습을 보강해야 할 때가 - 에어컨을 켜야 할 때가 된 것이었다. 문제는 몇 년 동안 미뤄둔 청소를 해야만 마음 놓고 에어컨을 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우선 옷장과 서랍장, 신발장, 거실장과 주방상하부장을 열어서 봄을 맞으며 만들어두었던 제습제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반쯤 녹은 것도 있고 삼분의 일 정도가 녹은 것도 있었지만 어떤 것들은 벌써 거의 다 녹거나 이미 물만 가득 찬 상태였다. 곧바로 교체해야 할 것들을 골라서 깨끗이 비우고 다시 염화칼슘을 채워 각각의 위치로 이동하는 것으로 마무리. 

그리고 이어서 에어컨 청소 업체를 검색해 전체를 다 분리하고 청소할 수 있는 분들을 찾았다. 에어컨 견적과 상태, 원하는 청소의 수준까지 상세히 대화를 주고받으며 그분들의 바쁜 스케줄에 맞춰 예약을 6월 말로 확정했다. 드디어 두 분이 오셔서 직접 청소를 해주시는 걸 보면서 새삼 전문가의 필요를 실감했다. 2인 1조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체계적으로 분리, 세척, 청소를 진행하시는데 마무리할 때까지 바닥에 물방울 하나 튀지 않았다. 고압분사 장비와 특수세제, 각도와 방향을 고려한 방수커버에 화장실에서 연결해 다시 고압분사한 물로 마무리세척까지. 역시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전문가가 해야 할 일임을 단박에 확인하게 해 주었다.

두 분은 청소를 하는 내내 어째서 내부까지 분리해서 세척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해 주시며 내부에서 돌아가는 팬을 분리해서 보여주셨다. 검은곰팡이로 뒤덮인 플라스틱 팬 하나로 모든 설명을 납득하고 이후 에어컨 관리까지 내친김에 자세히 안내를 받았다. 반드시 마지막에 송풍을 돌려서 에어컨의 물받이까지 다 마른 상태로 에어컨을 끄는 것이 곰팡이를 방지할 수 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늦추는 것뿐 곰팡이는 결국은 필 수밖에 없고 이용 횟수에 따라 1년이나 2년에 한 번 정도 여름이 시작하기 전 분리세척으로 곰팡이를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고. 

에어컨 청소를 마치고 기다렸다는 듯 찌는 듯한 무더위와 폭우가 번갈아 찾아오기 시작했다. 아침이나 저녁 집안에서 활동하는데 집안 전체 온도가 27도를 넘어 28도를 향해가고 습도가 70%를 넘으면 에어컨을 틀었다. 몇 분 안에 온도와 습도를 낮추고 송풍으로 한 시간 정도 말리는 것으로도 후덥지근한 불쾌감이 사라졌다. 그 하나만으로도 생활이 훨씬 더 편안해진다는 건 부인할 수 없었다. 물론 가급적이면 에어컨을 트는 횟수를 최소화하고 싶기에 견디기 어려울 때만 활용을 할 생각이다. 부디 올여름 에어컨 없이도 견딜 만하게 지나갈 수 있기를.

4. 여름이라는 계절을 감각하는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미니멀한 주거

미니멀한 생활 덕분에 여름을 기쁘게 맞았다. 창문을 열어두면 푸른 하늘 그리고 작은 텃밭에서 풍성해지는 녹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겨울에는 들지 않던 햇살이 매일 조금씩 더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사계절의 변화에 새삼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창문을 열어두고 매트리스를 접어 앉은뱅이 소파처럼 만들어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들을 한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블라인드를 올리고 내리며 방 안으로 드리워지는 햇살과 그늘을 음미하기도 했다. 

폭염이 시작되었을 때에도 장마와 폭우가 시작되었을 때에도 있는 것들을 활용해 다시 쓰고 정리하고 정돈하는 것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있는 것을 줄이고 그것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불편함과 불쾌함을 덜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줄어든 물건들만큼 늘어난 빈 공간은 창문을 열었을 때 서늘한 공기가 금세 들어찰 수 있도록 선풍기의 바람이 더욱 시원하게 공간을 채우도록 에어컨의 냉기가 더욱 잘 순환하도록 만들어주었다. 그것들을 온몸으로 감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 건 계속해서 유지하고 줄여온 미니멀한 주거. 그러니 내가 앞으로도 미니멀한 주거생활을 포기하지 못할 수밖에. 

매거진의 이전글 2년차 미니멀식생활 봄여름: 소분과 밀프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