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공간-동선] 소비의 한복판에서 감정을 건드리는

[리뷰] 2024-2025 롯데갤러리 애비뉴엘 아트홀 전시 셋

by 문성 Moon song Kim

감각과 사유의 기록

감각이 아직 판단이 되기 전의 상태를 기록한다.
이 글은 이해보다 먼저 도착하는 질문들의 기록.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잠실 롯데 애비뉴엘아트홀에서 관람한 전시들을 돌아보며, 마주한 순간들을 적어본다. 잠실은 자주 가는 지역으로 동선은 반드시 롯데백화점과 롯데애비뉴엘과 롯데타워몰이 이어진 거대한 쇼핑몰을 지나야 한다. 어디에서든 산책을 가장한 탐색을 하는 게 습관인 탓에 롯데애비뉴엘 6층에 있는 아트홀도 자연스레 발견하게 되었다. 잠실에 갈 때마다 들러 전시를 확인하고 감상하곤 했다.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전시들을 지켜보는 일은 성북구립미술관이나 송파구립 갤러리 호수와 같은 시민을 위한 관람공간이지만 사립이자 롯데의 거대한 쇼핑몰 공간에 위치한 갤러리라는 점에서, 시선을 잡아끄는 쇼핑윈도들 속에서 예술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또 머무르게 하는지를 지켜보는 일이기도 하다.

**롯데애비뉴엘 아트홀은 아트홀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주로 무료 전시로 운영되며, 신진 작가 소개, 기획 전시, 전시 작품의 판매(판매 목적)가 이루어지는 듯 하기에, 롯데타워몰에 있는 사립뮤지엄이나 석촌호수에 있는 공립미술관과 비교하면, 사립갤러리에 가깝다.


미사키 카와이 《fuzzy style》2024.05.01 - 2024.06.23

2024년 롯데아트홀에서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동심의 세계를 보여주는 아티스트, 미사키 카와이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이미 첫 내한 전시도 롯데에서 진행된 경력이 있었고, 이번 전시는 두 번째로 조형물, 판화, 도자, 프린트 등의 다양한 매체의 작업 100여 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미사키 카와이는 일본 오사카 출신으로 교토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을 거쳐 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였고, 특유의 어린아이 같은 이미지로 개인의 감정과 추억을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전달하며 그 단순한 이미지와 색감으로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고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fuzzy style’이라는 전시 제목은 ‘솜털이 보송보송한’이라는 의미의 fuzzy에서 비롯된 것으로,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패브릭 질감과 단순하고 익살스러운 이미지, 통통 튀는 컬러를 통해 유쾌한 시각적 즐거움을 보여준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Review
잠실점 애비뉴엘 아트홀에서 관람했던 전시들을 중, 전시실 안에 가장 많은 사람들 그리고 가장 많은 아이들을 목격한 전시가 바로 이 'fuzzy style'전시였다. 갤러리 측에서 설명하듯 가정의 달, 가족들이 모두가 편안히 그리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라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걸 관람객들이 그대로 증명하고 있었다.
미사키 카와이는 이미 이름에조차 '카와이'(귀엽다)가 들어갈 정도로 분명한 귀여운 콘셉트를 전시된 작품 전체에서 강렬히 보여줬다. 알록달록한 원색의 컬러들에 단순한 선과 보드라운 털은 시각적으로도 따뜻하고 명랑한 분위기를 전달해 그 자체로 슬며시 웃음이 나는 장난감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함께 웃음 짓고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게 하는 사랑스러움은 잠시 멈추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만드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감흥을 줄 가능성이 높지만 한편으로는 아마추어적인 이미지가 갖는 소박한 매력의 힘을 생각게 하는 작업들. 참고로, 이에 대해서 1970년대의 일본 언더그라운드만화운동으로 의도적으로 거칠게 표현하나 미적으로는 의미 있는 품질을 지닌 작품을 지칭하는 '헤타우마'의 의도적 차용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무엇보다, 애비뉴엘은 잠실롯데의 거대한 쇼핑몰 중에서도 고급명품매장들이 주로 모여있어서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고, 특히나 6층의 미술전시실에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굉장히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기에 의외로 현재 미술시장에서 인기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나 시기에 적합한 전시들로 관람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었다. 그러니 잠실역에 오면, 전시실에 들러서 감상하며 쇼핑 사이에 잠시 환기를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라도 어느 순간부터 꼭 들리는 전시공간이 되었다. 심지어 쇼핑하지 않아도 비가 온다거나 폭염이나 폭설, 한파와 같이 야외활동이 어려울 때, 전시만 보러 오고 나설 정도로 소비의 한복판에 위치한 전시공간의 쾌적함은 매력적이었다.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mcVvxiIG304kXLc0V967Q72KZag%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WJRaS5XbX6eRkXGdiYnOVCDEV3U%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6DiFNgPFc9HwYM6j8d%2B59TnL9KM%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2B5ILjIQc%2BPGC0VizeUxxfJyvPYg%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TiLc1limqbwzxXKxrA4qSMr2ZPo%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2%2Fs47gzgif6zfgb3sj2ZHO0ep0Q%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re5rQVraAX%2BV1qTYA5LMwfvtp3I%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EZalPojOdHbIC8o1unfIw0SitJU%3D


그리고 같은 공간이지만, 전시는 매번 전혀 다른 결로 바뀌어 있었다.


<love me till I'm me again> 2024.8.31-11.12.

두 번째로 소개할 전시는 개인전으로, 아주 젊은 작가인 갈리나 먼로의 회화작업들이었다. 갈리나 먼로는 1993년생으로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순수회화로 대학원을 마친 뒤 현재 미주와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으로 콜라주적인 화면 구성과 밝은 색채, 대담한 터치를 통해 인물과 꽃, 나무 등의 이미지를 다루는 회화 작품 20여 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전시에서는 ‘꽃을 건네고 받는 순간을 공유하며 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맥락으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Review

전시실로 들어가며 멀리서 보았을 때는 밝고 따뜻한 일러스트처럼 보였던 작품들은, 가까이 다가가 각각의 작품 앞에 섰을 때 전혀 다른 밀도로 다가왔다. 큰 캔버스 위에 펼쳐진 대담한 구성과 컬러의 매치는 단순한 귀여움을 넘어서 시선을 끌고 화면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작가의 말을 읽으며 밝고 따뜻한, 그리고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이 그림들을 그리게 된 의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저는 저의 작품은 우리가 일상에서 끊임없이 목격하는 잔인함에 대한 항의의 한 형태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삶이 어두워질수록 제 그림은 더 밝아져야 합니다."


언뜻 보면 선명하고 화려한 색채의 꽃들, 꽃을 건네거나 쥐고 있는 보드라운 곡선의 손과 팔, 그리고 꽃병들은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단순한 즐거움처럼 보였지만 작가의 문장을 읽고는 어두운 삶을 견디기 위한 위로와도 같은 의미로 다가왔다. 특히나 이 그림을 마주할 누군가에게 꽃을 건네는 것과 같은, 일종의 격려이자 헌사처럼. 다른 어떤 의미나 기법을 논하고 더하기보다, 작가가 전하고자 한 그 의미 그대로 한껏 꽃을 선사하는, 꽃을 건네는 화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전시였다. 전시를 못 본 이들에게도 이 리뷰 속 사진들을 감상하며 당신에게 건네는 꽃, 지치고 힘든 하루하루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건네주고 싶었기에. *전시의 제목은 노래의 제목이기도 한데, 관계에 취약해진 이들이 종종 도움을 요청할 때 쓰는 표현이라고도 전하고 있었다.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dL2mxeR%2B4VDol%2BtYJHxhYPf0cZE%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Vt3BE%2Ffw37FhwO57IxFnrrgiNn8%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5j7Xug%2FeblCRKNM%2Bh6DIpfZINGU%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nX%2BDtDx4o1C7ugRZ2HiVBcupsjc%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kD3AgysRfa64lcFtN1bmSN2YfUY%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KgioO9q%2F%2B%2F3MHNFmYvZqKhk4tyg%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LhpbrAEN%2BKLaoYtX0JlfiPCz9Fo%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7mpL7awiOqF670Z%2FNqnjeiP5q1U%3D


애비뉴엘 아트홀의 새로운 전시들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언제나, 그러니까 아주 무심한 일상 속에서조차, 조금이라도 따뜻한 순간들을 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렵거나 복잡한 전시들보다는 단순하고 소박한 혹은 직접적으로 온기를 전하는 전시들에 더 많은 관람객들이 들어서고 더 열렬히 반응하는 모습을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많은 이들의 행복한 표정을 마주했던 전시는 2024년 연말과 2025년 연초에 만난 미셸 들라크루아 특별전이었다.


미셸 들라크루아 특별전 <행복한 순간의 기억> 2024.11.22 ~ 2025.2.16

전시의 주인공인 미셸 들라크루아는 1933년 파리에서 태어나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했으며, 평생을 파리에서 살아오며 자신의 기억 속 풍경과 일상을 구상회화로 담아왔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그 배경이 되는 도시의 풍경을 그려내며, 그 속에 삶의 시간과 기억을 함께 담아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Review

언뜻 평범해 보일 수 있는 그의 풍경은, 마주하는 순간 단순한 일상의 기록을 넘어서는 힘을 갖고 있었다. 그림 속 장면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유년 시절이나 지나온 시간의 특정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했다. 이미 우리의 기억 속에 낭만적으로 남은 순간들은 그의 아기자기하고도 섬세한 파리의 구체적인 장면들 속에 마치 우리가 파리의 그 어딘가에 그와 함께 어린 시절을 거닐 듯 낭만적인 그의 기억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끌고 있었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관람객들의 시선은 마치 그의 그림들을 통해서 그와 함께 어린 시절의 기억 속을 탐험하듯 그림의 장면들을 따라 느릿한 발걸음으로 각각의 장면들 속을 비슷한 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은 제각기 향수에 젖은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 장면 자체도 전시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현대미술이 계속해서 실험해 온 다양한 형식들 속에서도, 여전히 전통적인 구상회화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림이 기억과 감정을 불러내는 매개로서 얼마나 직접적으로 작용하는지를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전시이기도 했다.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h2BYUjFjyDyVfke2r1qOQFL7bO8%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EBSVOuwPdQhJzXAuJEdkUTzxwQ8%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QFr2YHEFYyA%2FjilI6QPMmkNiWvQ%3D
img.pn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FG8h%2FDUkQ2VWSkWosQDtl0e%2BNGo%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bXPcl1K69ZSx8LhMvLphS1jCH3U%3D
tfile.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GvvtsIWlOMcpzEp3F%2BPnwqoQ4MY%3D



2024년에서 2025년을 지나며 지켜본 롯데 애비뉴엘 아트홀은, 쇼핑몰이라는 거대한 소비 공간 안에 위치한 전시 공간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진행된 전시들은 하나의 방향성을 따라 축적되기보다는, 시기마다 서로 다른 감각과 주제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동심과 유희, 위로와 감정, 그리고 기억과 향수까지. 각각의 전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관람자를 붙들지만, 그 경험들은 하나로 수렴되기보다는 서로 다른 결로 남았다.

무언가를 보기 위해 찾아가는 전시라기보다, 이동의 동선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전시. 머무르기 위해 들어가기보다, 걷다가 시선이 멈추고 다시 이어지는 관람. 그래서 이곳에서의 전시는 하나의 완결된 경험이라기보다, 일상의 흐름 속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며 남는 감각에 가깝게 의도된 것인지도 몰랐다. 앞으로도 이 공간이 어떤 전시들을 선보일지, 그리고 소비의 동선 속에서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게 될지 나는 2026년을 맞이하면서도 그 변화를 계속해서 흥미롭게 지켜보게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전시 / 공간-제도] 석촌호수에 생긴 미술관의 시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