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여,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말은
절대로 절대로
하지 말게 하소서
말이 가벼워 부서지거나
아무데나 붙어
곁눈질하는
사생아(私生兒)가 되지 않게 하소서
처음에 가고자 하는 길도
만날 반가운 사람도
모두 잊은 체 표류하며 떠 내려가는
우수마발(牛溲馬勃)*이 되지 않게 하소서
내 안에 참았던 말들이
질식할 때까지
천일염으로 염장(鹽藏)하여 꼭 필요한 때에
싱싱하게 꺼내 쓰게 허락 하소서
하는 말은 나를 분명히 들어내어
주변을 살피거나
우유부단에서 벗어나
정직한 말만 하게 하소서
헤어졌을 때는
‘그 사람 참 말이 무겁네!’하고
흉금을 터놓고
또 만나고 싶게 하소서
요변(妖變)**하는 상황에선
기치와 품격을 더하여
촌철살인의 유머로
날 선 공방을 무의미하게 화합케 하소서
죽을 때까지
밥 먹듯 해야 하는 말
나로 하여금 살맛나는
따뜻한 이웃 되게 만들어 주소서
말의 어전에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전장에 임하듯 엄숙히 나갑니다
님이여!
부족한 말버릇을 간섭하고 이끌어 주소서
* 소의 오줌과 말똥이란 뜻으로 가치 없는 말이나 글 또는 아무리 천해도 쓸 데가 없음
** 요망하고 변덕스럽게 행동함
***중요한 일을 앞두고 목욕을 하여 몸을 깨끗이 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