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인 선생님을 위한 리더십 2

by 김선생의 오늘


세상이 달라졌다.

선생님도 이젠 권위와 지시만으로 아이들을 설득시킬 수 없다.

우리의 리더십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중학교 내신시험을 다 치르고, 졸업만을 앞두고 있는 중3 아이들 대부분이 11월이 되면 수업 듣길 거부한다. 3년 내내 시험에 시달렸으니, 그 녀석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수업을 듣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남은 기간 동안 중국어 수업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중국어로 간단한 연극과, 노래를 연습해서 발표하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어에 좀 더 흥미를 갖고 익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연극은 중국 영화 패러디를, 노래는 중국 동요나 대중가요를 부르는 것으로 하고, 한 달간의 연습기간을 가졌다. 그리고는 '중국 문화 축제'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였다.


드디어, 무대 발표 날.

별거 아니지만, 나는 조금 들뜬 마음으로 수업을 들어갔다. 아이들도 코로나 시국에 벌어지는 작은 이벤트에 신이 난 모양이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준비한 귀여운 머리띠를 끼고 율동에 맞춰 노래를 불렀고, 그 앙증맞음에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했지만 열심히 준비한 모습이 이뻐 보였다. 그리고 다 외우지 못한 중국어 대사를 중얼거리며, 중국어도 한국어도 아닌 제3의 언어를 내뱉는 모습을 보면서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교실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제 중국 문화 축제를 마무리하려고 할 찰나, 평소에 장난기가 많던 한 녀석이 "이제는 선생님 차례예요. 저희 이제 곧 졸업인데, 선생님 노래 안 하면 이제 선생님 안 봐요."라고 하면서 "노래해!"를 외쳤고, 나머지 녀석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노래해!"를 외치기 시작했다.


평소 수업태도가 좋고, 일 년 동안 나를 잘 따라주던 반이었기에, 내가 노래를 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이 느낄 실망감이 상상이 됐다.


그런데 정작 나는 내향인이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다. "노래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몸이 급속도로 굳기 시작했고,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조용히 하라고 하고 수업을 끝낼까?', '아니야, 그럼 아이들이 실망할 거 아니야. 나는 아이들에게 발표를 다 시켜놓고 나는 정작 안 하면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내면의 갈등을 겪다, 아이들의 보채는 소리에 결국 마이크를 잡았다.


최근 '리더십이 무엇인가', '리더십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가' 고민하던 나였다.

어쩌면 이번이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하지 못하면, 내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대학교 시절 정말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만 불렀던 18번 곡 거미의 '어른 아이'를 선곡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거미를 조정석 씨 덕분에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에 한 소절, 한 소절 내뱉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처음 듣는 선생님의 노래에 환호했다.


그리고 마침 노래가 끝나갈 무렵 종이 쳤고, 나는 마이크를 들고 교무실로 줄행랑을 쳤다.




교사에게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보여주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아이들의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고, 그들에게 '나는 너희들과 소통하는 의리 있는 선생님'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름 아닌 그것이,

내향인인 내가 노래를 부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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