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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생의 오늘 Jan 09. 2022

그 남자의 꿈


남편은 회사원이다.

늘 회사일로 고통받지만, 아침 일찍 출근길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에서, 나는 가장의 든든함을 느낀다.


그러던 그가 2년 전 문득, '변호사 시험을 한번 준비해보면 어떨까' 하는 말을 툭 던졌다. 평소 서로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던 우리이기에, 남편이 꿈에 대해서는 얼마나 진심인지 알았고,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나도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시를 준비해봤지만, 기본적으로 고시 등의 시험은 경제적 지원과 극한의 물리적 노력이 필요하다. 돈도 돈이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또 실패했을 때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선뜻 "그래, 해보자"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특히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로스쿨을 합격해야 하고, 로스쿨 입학 후에도 변호사 시험을 쳐야 하는데, 그 과정을 옆에서 지원하고 지켜봐 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가 받은 대출금과 현실적인 이유들을 들며 사실 상 나는 남편의 제안을 거절했고, 결국 그 이는 꿈을 접기로 했다.


나는 그냥 '보통'의 가정을 꾸리고 싶었고, 남편도 현실적인 여건을 잘 알기에 그것에 동의했다.




그 뒤로,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평소 철학에 관심이 많은 나는 남편과 일주일에 한 번씩 고전 독서모임을 다니면서 책을 읽고 토론을 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조금씩 성장했다.


남편이 어릴 때 책을 좋아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그가 책과 토론에 진심인 줄 몰랐다. 나는 일이 힘들 때면 독서모임을 안 갈 때도 많았는데, 남편은 빠지지 않고 독서모임에 참여하며 토론을 주도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간 전혀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고통 속에서도 남편은 운이 좋게, 회사에서 그동안의 실적을 인정받아 사내 우수인력으로 선정이 되었다.


나는 문득 그런 남편의 모습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는 어느 날, 먼저 출근길을 나선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오빠, 우리 로스쿨 한번 준비해보자."라고 말했다.


그리곤 새해부터 토익학원을 끊어 주고, 어제는 법학적성시험인 리트(LEET) 입시설명회를 함께 다녀왔다. 우린 지방에 사는지라, 서울까지 차로 왕복 열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삶의 의미를 찾은 그의 모습을 보니, 그 여정이 크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린 가끔, 어찌 보면 더 구속도 많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은 '결혼을 한 이유'에 대해 서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항상 답은 같다.

서로의 꿈을 지원해주고, 그 길을 함께 하기 위해서다.


이 원칙은 늘 변함이 없다.


그 길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그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린 지금까지 우리가 믿는 신념과 가치를 위해 살아왔고, 이를 위해 달려왔다.


삶 별거 있나.

이러려고 돈 버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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