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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멘션 Feb 24. 2020

발리와 치앙마이를 품었던
3주간의 시간들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여행




"아는 만큼 보고 느낄 수 있어."




내가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던 것은 다양하고 복잡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사업부 종료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전의 회사에서 사업부를 정리하게 되면서 타 팀으로 포지션 이동을 제안받게 된 것이다. 사진과 영상을 찍는 것을 좋아하여 여행으로 꿈을 꾸고, 여행으로 꿈을 이루던 내가 더 이상 여행 관련 콘텐츠를 제작할 수 없다는 사실에 결국 퇴사를 결심하고 나는 퇴사와 동시에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원래 처음 계획은 4박 5일간의 짧은 여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여행을 떠났다면 3주간 마주한 모든 풍경들과 3주간 만난 모든 인연들을 거의 접하지 못하고 돌아왔을 것이다. 그러한 생각이 여행을 다니면서도 계속되었고 그러다 보니 ‘퇴사하고 길게 여행 오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특히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보다 내가 살아오면서 맺은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발리를 함께 한 친구들, 치앙마이를 함께 한 전 직장 동료, 내가 좋은 관계를 맺지 않았다면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닌 ‘홀로 떠난’ 여행이 되었을 것이니까. 만약 그렇게 혼자 여행했다면 이번 여행이 이렇게 풍성할 수 있었을까 싶다. 







사실 많은 여행지 후보가 있었지만, 그중에서 발리로 떠나게 된 것은 발리가 가진 타이틀 때문이었다. ‘신들의 섬’이라고 불리는 발리가 과연 어떤 풍경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타이틀이 붙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실제 내가 바라본 발리는 정말 신들마저 반할만한 풍경이 도처에 숨 쉬던 곳이었고, 특히 자연경관에 대한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발리 일정 이후 떠났던 치앙마이는 무엇보다 ‘약속’ 때문에 결정한 여행지였다. 친한 지인이 동남아 3달 살기를 떠난다고 했는데 예전부터 같이 여행을 가보자고 수도 없이 내뱉었었고,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여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떠난 치앙마이에서는 카페를 중점적으로 돌아다니기보다는 사원과 시장을 여행하며 치앙마이 사람들의 삶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치앙마이와 발리 모두 한 달 살기로 유명한 여행지인 만큼 장기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3주간의 시간들.







나 같은 경우에는 평소 여행을 떠나기 전 떠나는 장소에 대한 조사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편이다. ‘아는 만큼 보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떠나는 나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부터 문화 및 역사, 그리고 꼭 가서 사진 찍고 싶은 스팟까지 상세하게 조사를 하고 여행을 시작한다. 그렇게 해야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며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 조사도 물론이지만 발리의 경우에는 풍경 하나를 보기 위해 좁은 협곡을 기어가다시피 했고 가파른 산을 오른 적도 많았다. 그렇지만 찾아간 곳의 풍경을 내 눈으로 마주한 순간 언제 힘들었냐는 듯 모든 고생이 녹아내리더라.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티부마나 폭포인데 입장료가 한화로 약 15000원 정도였고 돌이 많아 아쿠아 슈즈가 필수인 곳이었다. 구글맵으로 구경하는데 정말 멋진 폭포가 있길래 찾아가 봤더니 사진보다 훨씬 더 멋있는 풍경을 품고 있었다. 티부마나 폭포를 가기 위해서는 정말 가파른 계곡을 내려가야 하는데 그 길이 정말 험난했다. 예쁜 사진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남들 다 잘 시간에 일어나 출발했고, 무거운 촬영 장비를 들고 어렵사리 도착했는데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아서인지 숨겨진 원석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경이로워서 피곤이 싹 기시는 느낌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발리의 티부마나 폭포




치앙마이에도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 바로 치앙마이 근교인 치앙라이에 있던 블루 템플이라는 곳이다. 원래 화이트 템플을 보러 갔던 것이었는데 입장료가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실망스러웠기에, 입장료가 무료인 블루 템플에 대한 기대감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착하고 보니 너무나 멋지고 화려한 색감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치앙라이 푸른사원




‘함께’여서 즐거웠던 하루


 2020년 1월 1일을 맞이하여 일출을 보기 위해 발리의 바뚜르 산에 오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1,700m 높이의 산을 밑에서부터 걸어 올라가야 했고 새벽녘에 출발해야 했기에 피로와 추위가 동시에 몰아닥쳤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결국 정상에 올라 일출을 보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해 준 요소는 역시나 함께 한 친구들 덕이었다. 모두가 피곤하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격려해준 덕에 목적지에 닿을 수 있었고 거기서 본 일출로 지친 심신을 모두 떨칠 수 있었다. 때문에 이러한 걱정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지속적으로 펼쳐지는 멋진 풍경과 함께 한 사람들 덕분 아니었을까.


사진을 찍는 것 외에 발리와 치앙마이에서의 하루 일과는 대략 이렇다. 나는 원래 잠이 많은 편이 아니고 여행을 떠나면 더욱더 잠이 줄어드는 편이다. 그래서 하루 일과가 정말 일찍 시작된다. 아침 6시쯤 일어나 해가 뜨는 풍경을 보거나 산책을 하면서 발리 사람들의 아침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구경한다. 그리고 함께 온 친구들과 전날 계획한 여행지로 떠나는데 보통 아침 8시에는 숙소를 나섰던 것 같다. 그래야 상대적으로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전 중에 두 곳 정도를 보고 날씨가 좋으면 오후에 한 곳을 더 보고 돌아와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하면서 오늘 찍은 사진을 보정하기도 하고 수영을 하기도 하고 너무 피곤할 때에는 낮잠도 잔다. 그 뒤에는 노을을 보러 나갔다. 나는 특히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을 너무 좋아해서 매번 찾아가는 편인데 발리는 우기여서 일몰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그렇게 나가서 저녁을 먹거나 숙소에서 밥을 해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여행의 필수요소


 장기 여행의 매력은 한 지역의 다양한 모습을 좀 더 깊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더 자세히 보고, 만약 자세히 보지 못했다면 다시 가서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번 여행 역시 장기로 가지 않았다면 발리를 깊게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3주라는 긴 시간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함께 할 사람이었다. 함께 하는 사람은 이러한 여행을 더 깊고 오래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발리 여행도, 치앙마이 여행도 함께 한 사람들 덕분에 매일매일이 소소한 행복으로 가득 찬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모두가 사진을 좋아하고, 영상을 좋아하며, 새로운 풍경을 보고자 하는 열정이 충만한 사람들이었기에 서로의 합이 정말 잘 맞았던 것 같다. 덕분에 정말 좋은 사진과 영상을 담으며 3주 간의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 채워 돌아올 수 있었다.







함께 하는 여행의 또 다른 장점은 여행의 모든 순간이 더 풍부하고 그 소중한 순간을 훗날 공유하며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반면 단점으로는 나와 궁합이 잘 맞는 친구를 구하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떠난 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떠나기 전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여행 중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번에 떠났던 여행지에 내가 다시 올 수 있다면,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꼭 함께 다시 오고 싶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너무도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던 풍경을 공유하고 그 기억을 먼 훗날 함께 추억해보고 싶다. 


기나긴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시거나 부딪혀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장기여행을 꼭 추전 드리고 싶다. 아시다시피 시간적 금전적 제약이 많은 요즘 사람들에게 장기여행은 많은 것을 내려놓고 떠나야 하는 큰 도전이겠지만, 이러한 큰 도전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만큼 일상에 많이 지쳤다는 뜻일 테니 잠시나마 지친 삶에서 옆길로 벗어나 자신에게 휴식을 주면 좋겠다. 



2019.12.24 ~ 2020.01.11

'박진수'님의 쉼 이야기

Insta : jinsu.f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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