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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세상 속에서 마스터피스 만들기

AI와 함께 살아가기

by Mr text

AI는 '전문성'이라는 벽을 무서운 속도로 허물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블로그 글, 논문 초안, 마케팅 문구, 디자인 시안, 노래, 그림, 소설에 영상까지. 클릭 몇 번, 프롬프트 몇 줄이면 마치 전문가가 만든 듯한 결과물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금세 만들어진다. 예전 같았으면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만들지 못했을 것들까지도.


이제는 누구나 그럴듯한, 80점짜리 결과물은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지금이야 '할 수 없던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놀라움에 박수를 보내지만, 그 놀라움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누구나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잘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럴듯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비 전문가가 만든 80점짜리는 특별하지 못하다.


음악이라고는 콧노래 정도밖에 부르지 못하는 A가 AI의 도움을 받아 하루에 100곡씩 노래를 만든다고 해보자. 세상에는 A가 만든 '그럴듯한'노래가 하루에 100개씩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AI는 A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AI 없이도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을 만들어온 작곡가 B 역시 AI를 활용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가 자신의 직관과 경험, 감성을 얹어 하루에 수십 곡을 만들게 된다면? 그중에서 진짜 100점짜리, 그러니까 '마스터피스'가 나올 확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결국 100점짜리를 더 많이, 더 자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시장을 독식하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생산성의 한계 때문에 전체 시장의 일부만 담당하고, 그가 담당하지 못하는 남은 영역은 다른 사람들이 채워야 했다. 그러나 AI가 실력 있는 사람에게도 속도와 효율이라는 무기를 쥐어주게 되면서, 이제는 '잘' 하는 사람이 '많이'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실력 있는 사람이 혼자서 시장을 독식하는 것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일자리를 뻇는 것은 AI가 아니라 AI를 잘 활용할 줄 아는 다른 사람들이다. AI는 우리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동시에 위기도 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그럴듯한 것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어떤 영역에서만큼은 AI가 만든 그럴듯한 결과물을 뛰어넘는 100점짜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100점짜리는, AI는 물론 AI를 활용한 다른 창작자가 줄 수 없는 무언가를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결국 핵심은 오리지널리티. 즉 '나만이 가진 고유한 무엇'이다.

AI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데이터를 조합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그럴 듯 하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결과물이 나온다. 여기에 나의 경험과 감정, 생각, 직관, 가치관 같은 것들을 얹어내야 비로소 AI로는 대체할 수 없는 결과물이 만들어질 것이다. 비록 매끄럽진 못하더라도 마음이 담겨 있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것들. 100점짜리란, 마스터피스란 이런 데서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그럴듯한' 결과물이 범람하는 시대. 이 시대에 차이를 만드는 것은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느꼈고,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이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얹을 수 있는가'다. 기술이 제공하는 효율 위에 나는 무엇을 얹을 것인가? 내게서 비롯된 그것을 얹어 만들어낸 결과물은 누구도 만들 수 없는 단 하나의 100점짜리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내 안에 무엇을 쌓아가야 할 것인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나 다움.'

그것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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