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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수의견 Aug 28. 2023

힙스터와 로컬리즘

당신이 로컬리스트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HIP은 '유행에 밝은, 앞서가는' 이런 뜻도 있지만, '무언가에 대해 많이 아는' 이란 뜻도 있다. 그런 사람을 'HIPSTER'라고 한다.


보통 먹고 살만한 사람들의 고급 취향 정도로 보일 수 있다. 이것을 세대분류학적 관점에서 보기도 하는데, 사실 이런 현상은 인류 본성적인 거라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나타난다.


왜 뜨는 상권, 소위 핫플은 이동할까? 부동산적 논리 때문에? 그것이 토대가 될 수는 있지만 직접적 동인은 아니다. 사실 핫플이 아니고 힙플이라고 불러야 하며, 상권의 이동이 아니라 그냥 힙스터들이 몰려다니는 문화 현상이다.


인류의 원형은 유목민이였기에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그것은 비단 인류 뿐만이 아니다. 생명체의 본성이다. 곰팡이, 박테리아, 바이러스 모두 이 원리를 따른다. 깃발꽂기.


무리 중엔 꼭 도전과 모험을 나서는 탐사대가 있고 그 중 많은 수는 죽지만 때로는 신대륙을 발견하는 프론티어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때 죽음의 땅에 들어선 포자들은 후발대에게 죽음의 페르몬을 남겨서 접근을 막고, 생명의 땅에 들어선 포자는 번식의 페르몬을 뿜는다. 곰팡이가 적당한 환경을 만나면 순식간에 번식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이건 곤충도 마찬가지고, 대부분의 동물들이 이런 기제에 따라 번성한다.


힙스터란 그런 촉을 가진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의 특징은 심미안이다. 심미. 즉 남들 못보는 가려진 미학, 숨은 가치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말했듯 종족번식의 우월함과도 맞닿아 있다. 이 현상은 특히 사춘기 청소년기부터 청년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내가 먼저 깃발 꽂았어!'


한 반 아이들 중 '노스페이스 바람막이'가 '구하기 쉽지 않고 멋져보인다'란 사실을 발견한 1인. 그리고 그 멋짐을 알아보는 추종자. 이 공식이 시작되면 얼마 안가 그 반 전체가 노스페이스 족이 되어버린다.


그 아이는 마치 예언가처럼 앞으로의 트랜드를 선도할 것이다. 이들은 뼈 속까지 개인주의적 차별화가 타고난 성향으로 난 아이들이다. 때문에 꼭 중산층일 이유도 없다. 또한 보편화 되면 바로 그 즉시 흥미를 잃는다. 


이것을 '서브컬처' 비주류 문화라고 한다. 인류는 항상 비주류, 변방문화가 종국엔 주류문화를 잠식하는 역사를 보여왔다.


힙합이란 장르는 전형적 뒷골목 서브컬쳐에 출발했지만 수십년간 성장하여 지금의 주류 장르가 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다른 개념으로 인디씬, 언더씬 이렇게 부른다. 이 소수자 문화는 문화적 자뻑에 도취되어 있으며 주류 문화에 대한 심한 반감을 갖고 있다.


때문에 '카운트 컬처(저항 문화)'라고 분류되기 한다. 그 구조는 글로벌리즘 대 로컬리즘으로도 나타난다. 글로벌리즘은 전 세계가 하나의 유통망으로 연결되는 서플라이 체인을 상징하며, 정치적, 경제적으로 프랜차이즈식 집단주의로 귀결된다. 반대로 로컬리즘은 지역기반 독립상점, 다문화, 소규모 생산(작가주의 레어템)으로 연결된다. 때문에 로컬리즘은 극단적 차별화, 극단적 개인화를 추구하는 힙스터와 연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서브컬쳐의 섹터들을 보면 오타쿠, 히피, 힙합, 얼터너티브, 비건, 자연주의, 얼리어답터, 컬렉터(수집광), 컬트(광신), 오컬트(주술) 심지어 음모론 영역까지 포함한다. 이 영역은 전부 배타적 우월성을 누리려는 '벽(습관/취향)'이다.


'힙'이란 '이것들에 대해 많이 안다'라는 것이다. 심미성이란 '숨겨진 가치'이다. 이 심미적 눈썰미는 무언가에 열광하여 그것에 몰두하는 행위에서 시작한다.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란 책에 소개되는 유별난 조선 지식인들은 실은 전부 힙스터였던 것이다.


왜 시장과 상권에 문화기획자들이 들어갔을까? 이벤트 잘해서? 이슈 잘 만들어 내서? 소위 문화기획자란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힙스터다.


핫플이니, 힙플이니 하는 것들 역시 본질적으로는 문화적 현상이다. 외려 이것은 정상적인 소비문화와 거리가 멀다. 힙플은 생계 필수품을 사러가는 곳이 아니다. 유행을 소비하러 가는 곳이다.


왜? 인간 본성인 신분상승욕과 번성욕구에 끌리기 때문이다. 과거 프론티어들은 승자독식(The Winner Takes It All)을 해왔다. 목숨 걸고 블루오션(개척지)를 발견하면 먹이사슬 최상층으로 일순간 상승한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무리는 번성을 한다. 이 본능이 반영되는 곳이 바로 핫플이다.


왜 핫플에선 꼭 인스타 인증을 해야할까? 그리고 그 인증샷은 핫플을 띄울까? 왜 뜨는 상권은 죄다 MZ이 주도할까?


오래된 골목의 심미, 노포 맛집의 심미, 한옥의 심미, 레트로 타이포그라피(싸인물)의 심미, 시장분위기의 심미, 장인 브랜드의 심미, 친환경 라이프의 심미, 미니멀리즘의 심미, 플랜테리어의 심미... 이국적이고 생소한 문화와의 조우, 새로운 가치의 발견. 희소성. 그것을 진정 라이프스타일(생활)로 즐기는 스웩(멋짐). 그런게 깃발 꽂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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