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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진씨 Sep 30. 2022

남용하는 '자유'에 사라지는 가치

자유를 외칠 자유도 자유인가

자유를 증명할 수 있어요?

'자유 시간'이다. '자유(自由)'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덕분에 지난 5월 10일을 기준으로 자유를 언급한 횟수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었다. 많이 외치면 외칠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 자유를 사랑하는 필자도 당장 UN 사무총장 후보군이 되어도 손색없는 시대가 되었다. 취업이 어려운 지금, 가장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거 이름부터 당장 ‘자유’라고 바꿔야겠다.


자유인인 필자를 당장 UN 사무총장으로 추대하라!


'자유'는 윤 대통령 이외에도 수많은 정치인이 연설에서 꼭 하는 말이다. 자유민주주의, 국민의 자유와 행복 등 좋은 말에는 여지없이 자유가 들어간다. 그런데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자유는 무엇인가. 해방인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인가? 모르겠다. 정치인은 설명하지 않는다. 4~5년에 한 번 날아오는 공약집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언론 인터뷰에서도 묻지 않는다. 이것이 진정 '국민이 알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아닐까?


기업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서 저런 식으로 말했다가는 가차 없이 탈락이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합격률을 확 떨어트리기 때문이자. 기업은 구체적인 답변을 원한다. 또 솔직해야 한다. 변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잘 모르면 모르는 대로, 하지만 다른 경험을 통해 잘할 수 있다며 면접관에게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저는 무엇을 어떻게 해서 이러한 성과를 내겠습니다.


이 점에서 정치인을 바라보는 시민과 지원자를 바라보는 면접관은 같은 같은 생각이다.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잘할 수 있다는 태도와 그 결과를 보여주면 된다.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이전에 성공한 경험을 증거로 한 번만 믿어달라고 부탁하면 될 일이다. 그걸 자유나 국격 등 엄중한 권위를 빌어 변명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 권위를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정한 자유를 묻는다

애초에 '자유'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이야기를 이어 가야겠다. 필자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 자유를 가장 잘 정의했다고 생각한다. 몇 번을 읽어도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밀이 정의한 자유를 필자가 이해한 바는 다음과 같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마음대로 하되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라.


반대로 이야기하면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자유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엿보인다. 밀은 이 경우에 사회가 개인에 제약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 처벌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 책임 없는 자유는 방종(放縱)이다.


밀은 인간이 불완전하므로 자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사상과 토론, 결사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불완전한 인간을 이야기했다. 어떤 사람이 한 이야기도 정답이 아니므로 토론이 필요하고, 사상의 자유도 인정해야 한다. 공리주의를 표방한 사람답게 토론과 사상의 자유가 사회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필자가 이해한 밀의 자유론은 여기까지다. 새삼 더 공부가 필요함을 느낀다.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 자유를 생각해본다. 대통령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자유를 사랑하는 윤 대통령은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위기를 자유로 극복하자고 말한다. 발언의 취지는 잘 알겠다.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 자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자유는 무엇인가. 예산을 숨기면서도 용산으로 이사 갈 자유? 대통령과 국격에 치명상을 입힌 발언 왜곡을 법대로 처벌할 자유? 피해는 주지 않을 테니 술 한 잔 걸칠 자유? 그렇다. 그에게는 자유의 영역이다. 지금까지 이를 자유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이제야 그 큰 뜻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본다.


그런데 대통령의 자유가 시민과 공동체에 피해를 준다면 말이 달라진다. 그건 자유가 아니다. 명백한 오용이다. 또한 그 자유를 21번씩이나 외치면 남용이다. 자유의 오용과 남용. 윤 대통령과 100일 넘게 동행한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자유도 울고, 존 스튜어트 밀도 울고 있다.


자유는 인간이 가지는 가장 고유한 가치다. 말하기는 쉽지만 풀어서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지금처럼 자유가 남용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어려울수록 계속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어떤 자유를 지향하는가, 책임이 따르지 않는 자유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사회를 대표하려는 정치인에게 꼭 물어봐야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정치인의 모습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물어보자. SNL 주 기자처럼 최악의 사례를 뽑아 밸런스 게임 형식이 좋겠다.


다음 중 무엇이 더 자유와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다 때려치고 술 마시기 vs 멋대로 예산 낭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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