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포털 댓글 창을 봤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다룬 기사에 누가 이런 댓글을 달았다.
“역사는 반복되니까….”
과거사와 연결된 문제에서는 빠지지 않는 말이다.
중국이 뭘 잘못했을 때, 가만히 있는 정부에 '사대'를 꺼내어 “역사는 반복된다.” 말한다.
일본이 잘못해도 그렇다.
일제 강점기의 만행을 소환해서 “역사는 반복된다.” 말한다.
좋다.
그런데 하나만 묻겠다.
진짜 역사는 ‘반복’되는가?
반복이란 무엇인가.
사전은 “같은 일을 되풀이함.”이라 한다.
같은 일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객체인 행위와 행위를 하는 주체가 그대로여야 한다.
상모를 돌리던 철수가 10분 뒤에도 같은 방향과 자세로 상모를 돌리면 반복이다.
철수가 상모를 반대로 돌린다거나, 영희가 이어받으면 반복이 아니다.
역사에 적용해보자.
역사는 과연 반복되는가?
아니다.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는 않는다.
일제 강점기에 거짓말한 행위와 2023년 일본의 거짓말은 같은 일인가?
거짓말이라는 행위 자체는 같을지라도 행위를 한 주체나 거짓말의 내용은 다르다.
절대 같지 않다.
관행으로 쓰는 말을 너무 진지하게 해석했을까?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익숙함을 의심해야 얻는 것도 있다.
다양한 변수를 너무 단순화하지 말자.
생각하자.
정보가 흘러넘쳐 낙수마저 없어진 사회다.
단순함은 곧 적이다.
이분법에 빠지는 순간, 부정확한 정보도 내 마음대로 가져다 쓴다.
반복이라 치부하지 말고, 뭐가 다른지 생각해보자.
격변하는 시대에 줄곧 ‘정신 승리’만 해대는 모자란 “아Q”는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