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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오세훈이 이명박보다 못한 이유

오세훈 시장은 영원히 대권과 친해질 수 없다.

by 한교훈
news-p.v1.20250325.3c8a9ff4dfb44253bc1c267fee619f25_P1.jpg 지난 3월 25일, 남태령 일대를 찾은 오세훈 시장(우). 제공 서울시


“이명박 시장도 철거하지 못했던 천막을, 오세훈 시장은 철거하겠다고 나섰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감수성도, 정치적 거리 두기도, 민주적 포용성도 한참 부족하다.”


챗GPT가 오세훈 시장의 광화문 앞 더불어민주당 천막 당사 철거 발언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낙동강 페놀 사건으로 이름을 떨친 '환경 변호사 출신' 오 시장이 낙동강을 쑥대밭으로 만든 기업인 출신보다 한참 못하다니. 아무리 고려대 법대에 인물이 잘나도 '센스' 넘치는 정치인이 끗발도 센 법 아닌가. 인공지능 생각에도 그의 대권 가능성은 안드로메다에 있다고 보는 듯하다.


한강에 대한 애틋함조차 이명박 전 시장보다 한참 떨어진다. 물 위에 띄우는 걸 좋아하는 오세훈 시장은 2006년 '한강 르네상스 사업' 명목으로 1천4백억 원을 쏟아부어 세빛둥둥섬을 띄웠다. 강산이 두 번 변해가는 올해, 이번엔 약 7백억 원을 들여 한강버스를 띄운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서울시장)은 오 시장에 비하면 위인이다. 오 시장이 쏟아부은 돈의 3배를 들여, 천연기념물 왜가리가 청계천을 찾아오게 했다. 오 시장은 돈뭉치를 물에 띄우면 가라앉는다는 과학 상식을 모르는 걸까. 르네상스는커녕 암흑 시대로의 역행을 선도 중이다.


물이 아닌 땅에서도 오 시장의 실책은 계속된다. 토지거래허가제를 풀어 잠잠했던 아파트 값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 두드렸다. 임기 중 풀어제낀 규제가 한둘이 아니었기에, 지금이 최악이 아니라는 점에 공포가 몰려온다. 물, 땅, 다음은 하늘일까. 그러나 하늘길을 틀어가며 잠실에 555m 짜리 해괴망측한 유리기둥을 박아버린 담대함을 뛰어넘긴 힘들 듯하다. 그 점에서도 오 시장은 이 전 대통령보다 몇 수 아래다.


오 시장의 책임감은 어떠한가. 전임 시절 이미 공기보다 가벼운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무상급식을 두고 서울시민 전체를 상대로 정치 도박을 감행했다. 주민투표에서 패하자 시장직을 내팽개치는 역사를 썼다. 정치는 책임의 예술이라고 한다. 오 시장은 예술을 할 생각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그의 예술 개념이 일반 상식과 다른 것일까. 태국 빠따야 건설 현장에서 조폭한테 두들겨 맞아가면서 금고를 지켜냈다는 이 전 대통령이 더 대단해보일 지경이다.


'손 대면 턱'하고 돌덩이로 굳는 오 시장은 쇼맨십에서 그나마 돋보인다. 지난 25일, 남태령을 찾은 그의 눈빛에 독기가 가득찼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트랙터 상경 시위를 반드시 막겠다고 한다. 절도 있는 손과 옆에 선 방배경찰서장, 그 뒤로 보이는 수도방위사령부 푯말 조합이 절묘하다. '요원들을 반드시 끌어내라'던 대통령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는 듯하다. 하나같이 엘리트 출신 파시스트만 콕 집어낸 명태균 씨의 안목이 대단하다. 이 전 대통령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나라 지키겠다는 열정은 잘 알겠지만, K-3 기관총 개머리판을 광대뼈에는 갖다대지 말았어야 했다.


“오세훈은 광화문에서 천막을 철거하려 했고, 정치는 그를 기억에서 철거할 것이다.”


글을 읽은 챗GPT는 다시 말한다. 인공지능 생각에도 그의 대권 가능성은 여전히 안드로메다에 있다고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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