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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폐관수련인 Nov 22. 2022

가족에게

자식으로서

바라는게 없다. 여기까지 오게된 것도 가족들 덕분이다. 나는 내가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때는 언제나 가족들의 영향을 받았다. 만약 가족들이 없었다면 나 스스로가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내가 해야되는 일과 계획 등을 부모님과 이야기할 때마다 유학간게 후회되냐고 물어보신다. 아마 내가 스트레스 받아하는 모습을 보고 걱정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스트레스 받는건 오롯이 언제나 부족하고 또 부족한 나 때문인데, 부모님은 부모로서 도움주지 못하는 것에 미안함을 느끼신다.


부모님께서는 일을 하시며 쉬신 적이 거의 없다. 365일 내내 하루 중의 대부분을 가게에서 보내시고, 추석이나 설날 중의 하루를 그나마 유일하게 휴일로 가지시곤 한다. 어린 내가 가게에 나오는걸 별로 좋아하시지는 않으셨지만, 나는 가게 문을 열 때마다 그 적막함이 참 좋았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새벽녘에 가게를 마치고 나와 가족들만 움직이는 그 시간이 가슴 두근거리고 신났었다. 집까지 200m 남짓하는 짧은 거리였지만 그 시간에 함께 걸어가는게 여행을 가는 것 같았었다. 항상 좋았던 기억만 있었던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다 지나갔다.


언제나 부모님은 내게 좋은 환경, 훌륭한 시설에서 자라나게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가지셨다. 고된 장삿일과 손님들과의 마찰은 젊음에도 불구하고 쌓이고 쌓여 몸과 마음도 지치게 만들어서, 거실 식탁 자리에 앉아 술과 함께 한풀이를 자주 하시게 되었다.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언성이 높아지고 폭언이 오가며 싸울 때마다 숨쉬기도 어려운 불안감이 몰아쳤지만, 그들도 아직 젊고, 미숙하며, 경험이 필요한 부모 중에 하나라는걸 나는 알고 있었다.


돈과 사람관계의 얽혀진 복잡함은 지금도 모르지만, 적어도 관여되면 골치 아파진다는건 알겠다. 나도 그들의 자식이기 때문에 무언가 결핍된 것이 있을거다. 항상 완벽을 추구하지만 나사하나 빠진것마냥 행동한다. 내 이 빌어먹을 성격도 그 중에 하나로 보인다.


이걸 부모님께 이야기하니까 되려 좋아하신다. 애초에 연기하며 사람을 대해도 그들에게는 다 티가 난다. 사실, 가족이니까 그런 모습을 이해 하는거지 뭣 모르는 남은 그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나는 그런 취급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은데, 깊게 잘 안된다. 나는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친하다고 생각할 때가 자주있었다. 짧막하게 진지한 대화를 나누거나 시간을 함께 했다는 이유로 뒷통수 맞았다며 어이없어해 하는 그런 상황들은 참 당황스럽게 만든다.  누구나 본인마다 자기만의 기준을 갖고 있지만, 남에게 강요하는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조용히 멀어지는게 내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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