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듯 기준도 다양하다.
행복하다는 느낌을 알게 된 건 스무 살 초반이었다. 신병 위로휴가를 나오고 가게 식탁에 앉아 가족들과 함께 케이크를 먹었을 때였는데, 가족들과 함께 있는 그 느낌이 좋았다. 휴가를 나오며 20년을 넘게 치킨집을 하시던 두 분이 갑자기 그만두시고 실내포차를 한다는 소식에 의아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크게 느껴지는 낯섦은 아니었었다. 손님을 받으며 장사를 하는 와중에도 생일도 아닌데 케이크에 불을 켜고 나를 축하해 주셨다. 군 생활을 문제없이 잘 보내고 휴가 나왔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그다지 빵을 좋아하시지 않는다. 뜬금없이 케이크를 사 오셔서 축하해 주셨을 때 여러모로 놀라기도 하고, 그 특유의 텐션이 높은 이상한 분위기가 있는데 그게 적응이 잘 안되었었다. 그때는 잘 몰랐었는데, 이후에 그게 부모님이 생각하시는 자식을 축하하는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지금까지 빵을 따로 사 드셔보시거나 그런 적이 없으셨다. 내가 왜 그때 하필 케이크였냐고 여쭤보니, 잘 사는 부잣집에서는 그렇게 축하하는가 싶어서 나도 그런 자식들처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대답을 하실 때마다 그 태연함이 참 오래 기억에 남게 된다. 다른 부모님들도 마찬가지로 자식 생각하는 건 다 똑같겠지만, 내가 받은 사랑에 보답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물론, 학위를 딴다고 해서 보답 드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들도 다 따는 학위이다. 이 좁고 좁은 학계에서 골방에 틀어박혀 아무리 내 인생 관찰하며 산다 한들, 현실은 사람 관계 하나 이해하지 못한 모질이다. 남들 다 있는 친구가 나에게는 없다는 걸 아시고는 마음 아파하셨는데, 그걸 또 본인들의 대물림이라고 생각하신다. 지금 당장은 답을 못 찾고 있지만, 당신의 자식이 행복하게 산다는 게 가장 큰 보답인 것 같다.
크게 거창하지도 않고, 너무 소박하지도 않은 평범에서 행복함을 느끼고는 한다. 이런 거 보면 내가 소심한 게 맞는 것 같다. 언젠가 가족 외의 타인으로부터 행복을 느끼게 된다면 그때는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