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 멀리 발 닿고 손 뻗을 수 있는 대로 가고 싶다. 당연히 내가 그런 극지방에 간다고 할 때마다 말린다. 왜 그렇게 오지를 가려고 하느냐, 혹여나 위험한 일을 당할까 노심초사하신다. 둘이 가는 것도 아니고 혼자만 가니까 걱정되시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내가 언제나 혼자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시는 것 같다. 고민 하나 속 터놓고 말할 친구가 없는 아들, 꼼꼼하지 못한 모질이가 매번 스스로에게 화 내시는 걸 아신다. 그 모습이 안쓰러우신가 보다.
나는 가족들이 걱정하게끔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드리고 싶은 거다. 그러나 부모님은 내가 무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시는 것 같다. 물론 내가 하려는 도전 하나하나가 가족들에게 생소하고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들이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한다. 많이 경험하고 알고 있어서 나쁠 게 없다. 무지해서 손해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라고 말은 했지만 거창한 것은 사실 없고, 그저 당신의 아들이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당신의 또 다른 인생이자, 분신이다.
그래서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 이렇게 입 발리게 말을 해도 완벽하지는 않다. 언제나 실수를 한다. 타고난 멍청함인지, 버릇을 그렇게 들인 건지, 수련이 부족한 건지. 뜯어보고 나면 별것 없는 놈이다. 나는 내가 자존감이 바닥이라는 것을 잘 아는 만큼,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고 또 때려죽이고도 싶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나를 부둥켜 안고 살아가려면 부단히도 노력해야 한다.
매번 자려고 누울 때마다 가족들이 혹여나 사고가 날까 봐 걱정이 된다. 지난 과거의 일이 정말 트라우마로 남은 건지, 아니면 커피를 너무 과하게 마셔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가끔 오락가락 몸 상태 때문에 시야의 수평이 맞지 않는다. 걸을 때마다 땅이 푹푹 꺼지는 듯 시야가 초점을 못 잡는데, 이러다 쓰러져 죽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남겨진 그러면 가족들에게 참 못난 사람이 될 것 같다.
지금껏 죽어가려 할 때마다 기적처럼 살아났는데, 언제나 운에 맡길 수는 없을 것 같다. 내 몸 못 챙긴다는 소리를 참 자주 듣는데, 그런 소리 들으면 더 안 챙겨주고 싶다. 그 정도도 못 이겨내는 나약한 내 몸이 밉기도 하고, 그렇게 노력해서 성과도 없는데 병이나 가지니 꼴 뵈기가 싫다.
그럼에도 나를 믿어야지 어쩌겠나. 마음이라도 불타고 있어야지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를 지켜봐 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