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樂
[낙, 樂]
흔히 30대 남자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투자가 풀리지 않거나 연애사가 매끄럽지 않을 때라고 한다. 저금리 시대의 코인과 부동산의 부흥기를 만끽하던 90년대생들은 처음 겪어보는 하락기에 손을 놓아버리고 만다.
31세 Y사원은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다 빚도 자산이다라는 말을 굳게 믿고 대출이자 나가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그는 입사 1년 차인 17년도에 첫 아파트를 갭으로 매매하며 많은 차액을 보았다. 현재는 똘똘한 한 채를 매수하여 30대 이촌 입성이라는 꿈을 꾸며 매주말마다 임장을 다닌다고 한다.
어느 날씨가 좋은 10월 아침 Y사원이 커피 한잔을 하자고 한다.
Y: 선배 요즘 재미가 없어요
N: 돈도 그렇게 많고 주말마다 놀러도 잘 다니더니 왜 재미가 없어?
Y: 저는 결혼을 진짜 빨리 하고 싶었어요 50이 되기 전에 제 자식이 스무 살이 되길 바랬거든요 제 생각이 더 굳기 전에 자식들 생각에 많이 공감해 주고,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더 많이 놀아주고 싶었는데 점점 늦어지는 게 보이니까 자꾸 다른 데서 그 욕구를 푸는 거 같아요
N: 지금 만나는 친구랑은 결혼얘기 하고 있어?
Y: 네 근데 뭔가 “아 이 사람이다” 하는 좋아서 결혼이 아니라 그냥 때 돼서 하는 결혼 같아서 자꾸 망설여지네요 예전에 H랑 장기연애할 때는 주말에 같이 요리하고 산책하고 그런 생각들이 행복한 미래가 그려지는 거처럼 막 떠올랐었는데 지금 친구는 아니라서.. 근데 막상 또 헤어지거나 결혼을 안 해야 될 이유가 있는 거도 아니에요.. 직장도 외모도 성격도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거든요
N: …
Y: 금리가 올라서 부동산도 잘 안되고 연애도 시원찮고 재미가 없네요
Y는 20대 중반부터 취준을 같이해온 H와 6년을 사귀고 헤어졌다 3년 전 Y를 처음 본 해에 H와 헤어짐을 각오한 눈빛을 나는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좋지 않은 기억은 희미해지고 행복한 기억만 진해지듯 현재 Y에게는 H와의 추억이 오직 행복하고 순수했던 기억만이 남아있는 게 아닐까 감히 추측해 본다
세월을 많이 살아온 어른들은 이런 대화를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그냥 결혼해 별거 없어” 혹은 “쓸데 없는 걱정이야” 같은 말들을 해줄까?
적어도 나는 Y에게 함부로 헤어지라, 조금만 더 만나보라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친구의 고민에서 진심 어린 마음이 느껴졌던 걸까
아니 어쩌면 내 인생에 없었던 일이지도 않으며,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내가 주인공이 되어 함부로 결정짓지 못했던 게 아닐까
사람들은 대게 남일에는 쉽게 얘기하지만 본인일에는 절절맨다는 걸 잘 알기에…
현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들에게.."요즘 어떤 낙(樂)으로 살아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