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남자들의 수다

K-Standard

by 정구

[K-Standard]


지방에서 한평생을 살아오신 부모님은 수원으로 이사오시고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다시 내려가서는 못살겠다는 말을 하신다. 2012년도에 수도권 대학에 입학을 하며 처음 서울을 맛본 본인 역시 문화생활과 정보의 바다에 눈을 뜨며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거라 점점 확신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감히 이 기분을 표현하자면 우물 안의 개구리에서 조금 벗어난 기분?을 느꼈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렇다고 지방에 사는 것이 우물 안에 사는 것이라는 뜻은 아니니 곡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미국으로 여행과 출장을 많이 다니며 미국에서 계속 살아온 이민 2세대 분들이나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다 이민을 가신 이민 1세대 분들과 얘기를 많이 나눌 기회가 많았다. 신기하게 이민을 오고 후회되는 것 중 한 가지가 동일한 게 있었다.


“더 빨리 오지 않은 것”


왜 그렇게 얘기를 할까 적어도 내가 가장 크게 느낀 한 가지는 남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어느 집을 살건, 어느 차를 타건, 어떤 옷을 입던 본인들이 원하는 혹은 자기만의 개성이 있는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


미국을 여러 번 나가며 인상 깊었던 것 중 한 장면이 있다.


한 가족이 축하할 일이 있었는지 동네 피자집에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와서 파티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였으면 무슨 동네 음식점에서 저러냐 웃음거리가 되며 SNS에 오르내렸겠지만 가게 손님들도 함께 축하해 주며 본인들의 삶을 즐기는게 참 멋있어 보였다.


"자신이 원하는 것, 생각한 것을 거리낌 없이 도전할 수 있는 것"

"본인과 다른 길을 가는 것, 본인보다 좀 더 창의적인 것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색안경을 끼지 않는 것"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적성이 잘 맞는지를 알게 하고 본인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며 자신이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지를 고민할 시간이 있는 문화가 적어도 미국은 정착이 잘되어있는 거 같다. 그리고 이런 문화들이 엔지니어, 간호사, 배관공과 같은 전문성 있는 직업을 존경하고 대우해주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미국이 가진 강점이 아닌 한국은 가지지 못한 약점일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어울리는 것,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표준에 맞추어 남들이 하는 것 남들에게 보일 나를 꾸미는 모습이 개개인의 색을 점점 잃어가는 한국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럽다.


한국은 한국만의 K-표준이 오히려 뚜렷해지고 있다. 10대에는 수능 공부를 하고 20대에는 좋은 대학을 가서 좋은 직업을 갖고 30대엔 좋은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수도권에 적당한 집을 사서 점점 자산을 불려 나가는 정석과 같은 표준이다 요즘에는 좀 더 상세하게 어떻게 결혼 프러포즈를 하며 태어난 아기가 타고 다니는 카시트나 유모차는 이런 게 좋은 거며 여러 가지에 표준을 메기고 서로의 것을 비교하며 서열 세우기 경쟁이 붙은 거 같다


어쩌면 2030 세대들이 자극적인 기사제목을 읽고 선동되어 정치에 목소리를 높이는 게 본인들의 색을 찾으려는 발버둥인 거 같기도 하다. 그것조차 본인들의 색이 아닌 어떤 한 기자의 색을 강제로 입혀졌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지방에서 수도권을 처음 올라오며 우물밖의 세상으로 나왔구나 생각을 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진정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내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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