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개관 50주년
10월의 시드니는 스스로 정한 마감날짜에 떠밀려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어서 한번 정신 차리고 써보겠습니다. 10월에 시드니에서 일어난 일들을 나열해 보니 여하튼 오페라 하우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역시 시드니는 오페라하우스에서 시작해서 끝이 납니다.
첫째, 10월 7일 전 세계인의 귀를 의심하게 만든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하루사이 수백 명의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팔레스타인도 사망자가 발생하고 미사일이 오고 가며 무고한 시민 수천 명이 죽게 되었습니다.
이에 호주 정부는 10월 9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이스라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밝히며 이스라엘을 위로하는 퍼포먼스를 하였습니다. 이에 격분한 팔레스타인 교민들이 오페라하우스 광장에 모여 팔라스타인의 자유를 외치며 항의를 하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또한 경찰 인력이 대거 투입되어 이스라엘 교민과 팔레스타인의 교민의 무력충돌을 막아야 했습니다.
호주는 인구의 1/3이 호주밖에서 태어난 이민자의 나라입니다. 즉 전 세계 160개의 인종들이 모여사는 다문화 다민족 국가라고도 부르지요. 영국, 이탈리아 같은 유럽이나 인도, 중국 같은 아시아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 같은 중동사람들도 조화롭게 함께 사는 도시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지속되는 한 두 커뮤니티 간의 무력충돌과 테러 등의 위험이 여전하긴 하지만 정부가 팔레스타인의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경찰의 사전대응으로 시드니에서 두 세력이 전쟁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또한 누가 승리라고 할 것도 없는 무고한 시민이 죽는 전쟁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둘째, 오페라하우스가 1973년 10월 20일에 개관하여 50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얀 지붕에 미디어아트로 화려하게 생일빵을 하게 되었습니다. 콘크리트로 만든 호주의 랜드마크이자 UNESCO가 꼽은 가장 어린 건축물유산 (2007)이라는 수식어도 좋지만, 특별한 날 가족과 친구와 함께 오는 오페라하우스에는 많은 이의 꿈과 추억이 숨 쉬는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1957년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문화예술공간을 만들겠다는 시드니 사람들의 꿈이 덴마크의 윰 우촌이라는 당시 38살의 젊은 건축가를 만나서 현실화되었습니다. 물론 당초 6년 계획했으니 17년이 걸렸고 예산도 10배나 더 쓰여 욤 우촌이 사퇴하고 카힐 주수상도 선거에서 패하여 3차 공사였던 내부 공연장은 호주 건축가 피터가 마무리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과 더불어 호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목축업을 하던 청정국가 호주의 이미지를 한 번에 예술과 문화가 숨 쉬는 도시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공연을 즐기러 오는 사람, 친구들과 파티를 하러 오는 사람, 아님 계단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사람, 모두에게 열려있는 건축물입니다. 건축으로 시작하였지만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문화 공간으로 이젠 호주의 역사가 되고 오페라하우스의 50주년 생일에 저도 관광객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가이드로 일하는 저는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한국에서 시드니 직항이 대한항공, 아시아나, 콴타스, 젯스타, 티웨이까지 주 30회 정도 되니 정말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오시지요. 코로나를 겪고 나니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하고 마스크를 벗고 사람들과 웃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깨닫게 되었지요. 저도 이렇게 일할 수 있어서 기쁘고 시드니에 오시면 오페라하우스에서 대리석처럼 부드러운 콘크리트도 한번 만져보시고 칵테일도 한잔하시며 좋은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