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드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by 시드니 이작가

요즘 드론(Drone)을 사고 싶어 졌다. 땅에서 170미터를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새의 눈처럼 중력을 걷어내고 자유롭게 세상을 보고 싶었다. 드론을 사면 산에 가서 저 봉오리가 궁금하다고 몇 시간을 걷지 않아도 되고, 골프 치러 가면 전체 골프장의 풍광을 배경으로 멋진 드라이브 샷을 담을 생각을 하니 사고 싶다는 욕망은 사야 된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드론을 아는 친구 말로는 DJI 가 가성비 최고라고 한다. 게다가 무조건 배터리 2개 정도 추가해서 900불 정도면 해상도 4K에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며칠 Kogan, ebay 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또다시 가서 새로고침을 해서 혹시 EOFY (End of Finance Year) 세일은 하지 않을까 다시 봐도 900불이다.


내가 너무 자주 검색을 해서인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드론 광고들만 스팸으로 뜬다. 나의 선호도와 소비패턴을 알고 있는 AI의 알고리즘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라, 뭐야? 이게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드론이 30불이란다. 900불이라던 드론이 갑자기 30불이라니 내가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생긴다.


과소비한다는 생각으로 듀얼카메라와 가장 비싼 4K를 옵션 추가하니 15불 더해서 45불이다. 중국에서 직배송해서 15불의 배송료는 기꺼이 내준다. 총합 60불에 4K 듀얼카메라 드론이다. 말이 안 되는 가격인데 진짜 드론이 올까? 혹시 드론 가방이 45불이라는 것일까? 결제하기 전에 여러 번 확인하고 결제까지 마무리했다. 속는 셈 치고 기다려봤다. 어라, 뭐야? 중국에서 20일 만에 호주 시드니 우리 집에 왔다. 사기일 줄 알았는데 진짜 오다니 놀랍니다.


경이로운 그 단어, 언박싱, 공기가 일도 빠지지 않고 뚱뚱한 뽁뽁이를 걷어내고 검은 캐리백의 지퍼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리모컨, 듀얼카메라 드론, 여분의 배터리 2개, 충전 USB, 사용설명서까지 다 들어있다. 이 모든 게 45불이라니니 광고대로 모든 제품이 다 들어있어서 한번 더 놀랐다.


일전에 드론 아는 친구한테 배운 대로 주위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넓은 공터에 자리를 잡았다. 바람 세기도 약하니 드론 날리기 딱이다. 어라, 뭐야? 앱을 다운로드하고 와이파이를 연결시켜도 프로펠러가 꿈적을 안 한다. 그럼 그렇지 안되나 보다 포기하려는 찰나에 윙 소리를 내더니 드론이 하늘로 날아간다.


우와 신기하다. 개 산책을 시키던 동네 꼬마들도 내가 날린 드론을 보고 신기해서 모여든다. 어라, 뭐야? 리모컨에 작동한 대로 드론 조정이 안된다. 자꾸 왼쪽으로 날아간다. 급하게 매뉴얼에서 본 대로 비상착륙을 눌러도 자꾸 드론이 작아지고 결국 점이 되고 사라졌다.


순식간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은 아무리 뛰어도 드론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제 너무 드론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어져서 와이파이도 끊겼다. 혹시라도 어디에 착륙하여 주인님의 구조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까 싶어서 헤메고 다녔다. 허사였다. 배터리가 살아있을 20분 골든타임도 지났다.


5초 드론을 날리고 돈 60불도 날렸다. 집에 와서 다시 똑같은 드론을 검색해보니 다른 사이트에서는 40불에 판다. 이런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 넓은 세상 같으니라고. 드론은 아직 바람이 가득 찬 뽁뽁이와 리모컨만 남기고 날아갔다. 아니 이렇게 글감도 남겼구나.


50불짜리 드론 잘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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