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하는 마음

저자 양희 I 출판 제철소

by 시드니 이작가

최근 소설인가? 아니 드라마인가? 시나리오인가? 구분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뭔가를 쓰겠다고 생각을 하고 며칠 열의에 불타서 폭풍 검색을 하였다. 벼락치기, 작심삼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삼일이라도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개념이 잡히고 나흘째는 뭘 해야 할지 길이 보이기도 한다.


일단 소설가들을 예능이나 인터뷰한 것들을 찾아보았다. 삶 자체가 역사의 증인이자 생명처럼 글을 쓰는 황석영 작가, 그리고 뒤를 따르는 듯한 김훈 작가, 연예인만큼이나 유명해진 김영하 작가들을 생각하면 나는 감히 깊은 사유와 서사를 끌고 갈 끈기도 능력도 안된다. 물론 그분들은 천 명의 글 쓰는 사람 중에 한두 명에 꼽히는 성공한 분들이고 아직도 골방에서 배를 곯으며 창작을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게다. 재미있는 것도 많은 이 시대에 닮고 싶다는 생각도 감히 들지 않기에 존경하는 마음까지만 다가가기로 한다.


좀 더 재미있을 것은 시나리오, 드라마 작가로 검색 방향을 바꿔봤다. 조선판 좀비 열풍을 만든 김은희 작가, 나는 좀비 별로 재미없던데 우리 와이프는 자신도 좀비가 되고 싶다며 목을 꺾고 가래 낀 소리를 내며 좀비를 따라 하며 좋아한다. 아님 김은숙 작가. 그래 도깨비, 공유의 대사가 멋지긴 했다. 뉴턴의 만유인력 사과처럼 내 마음속에 꿍하고 떨어진 너를 나도 연신 외워 부인한테 써먹기도 했다. 사람들은 다 재미있고 좋다고 하지만 나의 맘을 온전히 가져가진 못했다.


아니면 유영아 작가는 <남자 친구>나 <7번 방의 선물>처럼 천천히 흘러가는 일상 속에 작은 행복과 감성 돋게 하는 문학적인 말들이 내 맘을 더 뺏어간다. 또 인생 드라마인 <응답하라 1988> 이우정 작가는 <꽃보다 할아버지>에서 보여준 편안한 일상들의 이야기가 참 좋다. 스스로 내가 이렇게 천천히 흘러가는 드라마를 좋아하는구나 라고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달달한 애기들을 내가 쓰기에는 난 너무 경상도 아재스럽다.


그러면서 만나 책이 양희 작가<다큐하는 마음>이다. 필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큐 하는 그 마음에 공감이 간다.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끈질기게 바라보고 전달하고 싶은 그 마음, 돈도 안되는데 괜한 오지랖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알고 나면 모른 채 할 수 없는 그 마음을 나도 조금 이해할 것 같다.


그래서 소설 하는 마음, 드라마 하는 마음보다 다큐하는 마음이 나의 마음과 가장 겹친다. 이민생활을 하며 힘들 때마다 때마다 꺼내 보던 영화가 <노무현입니다> 다큐멘터리이다. 벌써 이 책을 통해 쿠바 한인 <헤레니모>의 삶과 일본 조선적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동시대에 살고 있어서 영광인 멋진 다큐멘터리 감독님들을 알게 되었다.


물론 글쓰기가 나의 돈벌이는 아니지만 나중에 필력이 좋아져서 드라마나 시나리오를 쓰면 방송국 들락거리며 연예인들도 만나고 더 성공하면 예능에 나와서 고상한 애기도 하는 그런 작가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글로 돈벌이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길인데, 그 길 중에서 다큐멘터리는 더욱 외롭고 좁아터진 길이다. 그런데 그 길이 내가 가장 편하게 느끼고 가야 할 길이라는 느낌이 든다.


혼자만 보는 일기만 쓰다가 브런치에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나중엔 소설을 쓸지 시나리오를 쓸지 그 영역을 넓혀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내가 어떤 글을 잘 읽고 재미있어하는지,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를 조금 더 알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가고 있다.


그래 일단 작심삼일이 자나고 나흘째는 다큐하는 마음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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