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남자 친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by 시드니 이작가

tvn에서 2018년 말에 했던 드라마 <남자 친구>를 만나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이 운명은 최근 호주 시드니 락다운 (Lock down)으로 집에만 있어야 했고, 글을 쓰던 중 드라마 시나리오에 관심이 생겼고, 이왕이면 <걸어서 세계 속으로> 보다 재미있게 해외 영상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유영아 작가가 극본을 쓰고 쿠바를 배경으로 촬영을 했고 송혜교, 박보검이 주연한 <남자 친구>를 보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7분 보고 광고 1분 보고 이렇게 한 시간짜리 드라마를 보다가 7월 30일부터 넷플릭스 (Netflix)에서 16부작을 올렸다. 며칠 동안 금요일이 되길 기다렸다가 토요일 오전까지 1박 2일 드라마 남자 친구 정주행 했다. 토요일 오후 일을 하는데도 자꾸 맘이 싱숭생숭한 게 시드니의 봄바람인지 쿠바의 따뜻한 바람인지가 내 가슴에 계속 와닿는다. 꿈이 깨지기 전에 기억을 기록한다.


쿠바에서 우연히 김진혁(박보검)이 소매치기를 당한 차수현(송혜교)에게 도움을 주며 인연은 시작된다. 한국의 현실로 돌아와 보니 차수현은 김진혁이 입사하게 된 호텔의 대표이다. 차수현의 아버지, 차종현(문성근)은 서울시장 출신에 유력한 대선후보였고 김진혁의 아버지, 김장수(신정근)는 장수마트의 과일장수이다.


김진혁은 평범한 가정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고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장남이고, 차수현은 재벌가에 정략결혼하였으나 이혼을 하고 휴게소에서 라면 먹는 것까지 기사거리가 되는 외동딸이다. 김진혁은 두려움을 정면 돌파하는 용기와 맡은 바를 끝까지 해내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고, 차수현은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신경을 쓰고 자신보다도 남을 챙기는 큰 눈에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출구가 없어. 너에게 헤어 나올 방법이 없어."처럼 책을 좋아하는 김진혁은 사려 깊고 말을 따뜻하게 할 줄 아는 남자이고 한강뷰의 창이 큰 아파트와 사무실 여기저기에 좋은 그림을 두고 보는 차수현은 맘이 따뜻한 여자이다.


직원과 대표, 연상과 연하 그리고 싱글남과 이혼녀라는 장벽은 낯선 곳에서 설레었던 마음에서 시작하여 포장마차에서 닭똥집을 먹고 그림을 보며 쌓아 올린 추억이 훨씬 높았기에 넘을 수 있었다. 또 도도한 척을 해도 술 먹고 흐트러지기도 하고, 트럭 타는 것을 부끄러워해도 바쁠 때 서빙까지 해주는 비서 장미진(곽선영)과 큰 배와 큰 얼굴만큼이나 편안한 아저씨 같고 친구 같은 남실장(고창식)처럼 친구들이 있기에 함께 웃으며 울며 드라마 같은 일은 드라마 속의 현실이 되었다.


우리 와이프는 박보검에게 나는 송혜교에게 넋을 놓고 보았겠지만, 이화동 벽화마을에서 사진을 찍고, 시드니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얘기하고, 멜버른, 캐언즈로 여행 다니던 우리 모습과 겹쳐 보인다. 처음에는 책을 읽고 사진, 여행을 좋아하는 김진혁에게 나는 감정을 이입하고 부인은 자신을 대표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드라마의 마법이 풀리기 시작하니 찬이네 골뱅이 사장 이대찬처럼 수수하고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나에게 장미진 같이 발랄하고 따뜻한 부인이 있는 현실이 보인다.


드라마가 끝나니 이제 줄거리는 잊히고 음악이 남는다.

Si llego a besarte - Omara Portuondo

그리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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