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70 노인이 되셨다
아버지 작년에 돌아가시고 울산에 혼자 계시는 엄마한테서 카톡 음성통화가 온다. 70이 넘으셨는데 혼자 계시니 전화가 없으면 "어디 아프신가?" 해서 걱정이 되고, 전화 오면 "뭔 문제 있나?" 싶어서 통화 연결하기 전에 한숨을 돌리며 마음의 준비를 한다.
한 달 전에 휴대폰 가게에서 전화를 받았단다. LG 휴대폰 이제 안 만드니 보상을 해주겠다면서. 엄마는 직원의 말대로 휴대폰 매장으로 방문했고 약정해서 사용한 지 일 년밖에 되지 않은 LG 휴대폰을 주고 새 삼성 휴대폰을 받아오셨다고 한다. 엄마는 통화하고 카톡 하는 정도로만 휴대폰을 쓰는 분이라 아직 새것 같은 LG 휴대폰을 더 사용할 수 없냐고 하니? 직원 왈 앞으로 생산을 안 해서 바꾸어야 된다고 했단다. 다음 달 날아온 요금 통지서는 새로운 삼성 휴대폰 단말기 가격까지 해서 비용이 더 커져 있었다.
엄마도 LG 휴대폰이 고장도 안 났는데 못쓴다는 것도 그렇고 보상해준다면서 비용이 더욱 커진 것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주위분들한테 물어보셨단다. 카더라 통신에 맘고생을 하다가 외국에 사는 나한테 전화한 것이다. "이런 나쁜 놈들 같으니라고 어르신들 잘 모른다고 판매 사기를 친 것이다."
일단은 엄마에게 휴대폰 단말기와 통신 제공사의 개념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지만 이해를 하셨는지 모르겠다. 또 설령 LG 휴대폰이 단종이 되어도 부품 등은 있으니 고장 나도 고칠 수 있고 또 스크린이 깨지지 않는 이상 휴대폰 고쳐가며 쓸 일도 없다고 알려드렸다.
일단 소비자고발센터 1372를 알려주고 아침에 전화해서 신고하고 상황을 보자고 말씀드리고 끊었지만 나도 화가 나고 맘이 아파서 불처럼 성난 마음이 쉽게 사그러 지지 않는다. 내가 근처에 살았으면 노인 모른다고 이런 사기 치지도 않았을 테고 또 우리 엄마도 정말 노인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슬픔이 밀려온다.
내 어릴 적에는 엄마는 방앗간 일 하면서 뙤약볕에 아빠 눈치 봐가면서 일주일에 두 번을 1시간을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울산대학교 주부대학을 다닐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의가 크셨다. 항상 국어사전과 천자문을 머리맡에 두시고 신문 보다가 모르는 글자 있으면 찾아서 익히시고 작문력도 좋아서 우리 백일장 숙제를 해주시면 상도 잘 타 오곤 했었다.
엄마가 10살이 안되었을 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외삼촌과 외숙모 아래서 자랐다고 한다. 무서운 외삼촌 때문에 이모들과 경부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일도 하고 항상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오곤 하셨단다. 다행히 엄마는 핸드볼부에 들어가게 되어서 자매 중에 유일하게 중학교도 졸업하게 되고 전국체전에 경북대표로 줄전해서 메달도 받아오셨더랬다.
그런 엄마가 2년 전 뇌동맥류 수술 이후로 몸의 중심도 못 잡고 10분 이상을 잘 걷지도 못하신다. 엄마는 수술의 부작용이라고 하는데 수술한 대학병원에서도 수술은 잘 되었고 MRI, 신경 검사 등 여러 비싼 검사를 다했지만 별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코로나 시국에서도 울산에서 기차 타고 아산병원, 삼성병원도 찾아갔지만 문제없다는 말만 하는데 정작 본인은 걸음을 제대로 못 걸으니 우울감과 상실감에 힘들어하신다.
이런 와중에 판매직원은 노인에게 멀쩡한 휴대폰을 버리고 새 휴대폰을 사게 하는 사기를 치니 엄마는 화가 나고 나는 노인이 된 어머니를 챙기지 못한다는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항상 어릴 적부터 딸 같은 아들인 나와 애기도 많이 하고 산에도 다니고 엄마와의 추억이 많다. 신이 미쳐보지 못한 곳을 챙기라고 어머니를 보내셨다고 한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참 슬프다는 것을 이제 깨달은 나이가 되었다.
내년 봄에 한국에 가면 아빠 산소에도 가고 엄마랑 여행도 가고 필요한 것도 사드리고 와야겠다. 그때까지 건강하셔야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