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AI 너, 내 글 동료가 돼라!

by Wonsup

지난 글에서는
AI를 활용해 시나리오 작업을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큰 효능감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시나리오 같은 스토리 창작에 AI를 써보려는 시도는
이미 여기저기서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들어보면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더군요.
“하도 난리라서 나도 써보긴 했는데, 별 도움은 안 되던데.”

왜 그럴까요.

제 생각엔, 대부분 AI를 그저 조금 더 편한 검색도구 정도로만 쓰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왕년의 네이버 지식인 쓰던 감각 - 궁금한 것 물어보고 대답을 얻는 방식이죠.

자료를 찾고, 레퍼런스를 모으고, 요약을 시키는 것.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용합니다.
글쓰기에 자료조사는 필수니까요.

다만 거기서 멈추면 AI 겉핥기만 했을 뿐입니다.



1. 검색도구 이상의 활용이 필요

AI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로 사용하는 건 분명 편리합니다.
검색사이트보다, 위키보다 쉽고 빠르게 답을 얻을 수 있죠.
(사실 이것조차도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질이 달라지니까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작점일 뿐입니다.


AI를 활용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

산발적인 아이디어를 개연성 있는 뼈대로 발전시키는 데에도 쓸 수 있고,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설계할 수도 있고,
다양한 이야기 전개로 빠르게 시뮬레이션해 볼 수도 있고,
이를 바탕으로 드래프트를 쓰게 할 수도 있고,
퇴고 단계에서 리뷰를 맡길 수 도 있습니다.


즉, AI는 단편적 정보를 얻는 데서 끝날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발전시키고 구조화하고 실현하고 검증하는 과정 전체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킬링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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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협업자로서의 AI, 그리고 마이크로 사이클

저희는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제3의 팀원’ 으로 두고 작업했습니다.

AI는 어떤 순간에는 리서처가 되고, 어떤 순간에는 브레인스토밍 파트너가 되고,
또 어떤 순간에는 컨설턴트나 보조작가가 되기도 했습니다.


창작에서 필요한 건 정답을 한 방에 맞히는 일이 아니라,
가능한 선택지를 더 많이 더 빨리 검토해 보는 일일 때가 많습니다.
AI는 바로 그 'try and error'의 속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려 줍니다.


전통적인 시나리오 개발 방식은
'이 길이 맞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트리트먼트 혹은 초고까지 한참 써보고,
그제서야 비로소 판단이 가능했습니다.

여기엔 몇 주에서 수개월이 걸리고, 이는 선택의 기회비용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의 압도적 속도를 활용하면, 창작의 각 세부단계에서

- 아이디어를 던지고,
- 즉시 결과물을 만들고,
- 그걸 바로 검증하고 개선하고,
- 다시 다음 아이디어를 시험해 보는

이 마이크로 사이클(Micro-Cycle)을 빠르게 반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속도로 완성도를 쌓아 올릴 수 있죠.


말하자면 IT 업계의 애자일(Agile) 개발 방법론을 스토리 창작 과정에 도입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AI를 활용하며 얻은 가장 큰 효능감도 사실 여기서 왔습니다.

한 달 걸릴 작업을 일주인 안에 끝낼 수 있어요.
작업의 리듬 자체가 달라진 것이죠.



3. AI를 활용한 시나리오 창작의 딜레마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식의 AI와의 협업이 말처럼 쉬웠다면 이미 모두가 훨씬 잘 쓰고 있었겠죠.


AI를 활용한 스토리 창작에는 큰 간극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시나리오를 다루는 콘텐츠 전문성’과
‘AI를 다루는 기술 전문성’ 사이의 간극 입니다.


작가 중심 접근의 한계

작가는 스토리텔링의 언어를 압니다.

하지만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프롬프팅(AI에게 원하는 답을 끌어내기 위해 질문이나 지시를 잘 구성하는 기술)에는 컴퓨터 언어에 대한 이해와 공학적 사고가 요구되며,

이는 작가가 단기간에 습득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작가가 단독으로 AI를 활용할 경우,

AI의 표면적인 기능(정보 검색, 글 요약) 이상을 끌어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AI는 보조 도구에 그칠 뿐, 창작 과정의 혁신을 이끌지 못합니다.


기술 전문가 중심 접근의 한계

반대로 AI 전문가가 시나리오 개발에 투입될 경우,

그의 기술적 활용 능력은 뛰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적 문법, 캐릭터 작법, 내러티브 구조, 그리고 영화 제작 프로세스 등

시나리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노하우와 산업적 이해도가 부재합니다.

결국 기술은 뛰어날지 몰라도 결과물은 '영화의 생명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영화제작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딜레마가 쉽게 이해가 갈 겁니다.

AI를 도입해서 제작 효율성을 높이고 싶은데

작가진에게 AI 쓰게 하자니 잘 쓸 줄을 모르고,

AI 전문가에게 맡기자니 글을 쓸 줄 모르고 소통도 잘 안되는 거죠.


물론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간극을 줄일 수 있겠습니다만,

chatGPT가 나온지 겨우 3년 남짓 된 시점에서 이는 시기상조이며,

생업에 바쁜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분야의 스킬을 새로 익히라 하는건 사실상 무리...


결국 지금 시점에서 AI와 함께 쓰는 시나리오 창작의 핵심

이야기의 언어와 기술의 언어, 이 둘을 연결하는 것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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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AI를 사용한 방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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