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I로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에 대하여

by Wonsup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작가님이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걸 하느냐?”
“AI한테 아이디어를 다 뺏기는 거 아니야?”


그런 반응이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AI가 등장했을 때, 가장 먼저 큰 논쟁이 일어난 곳이 바로 할리우드의 작가들 사이였으니까요.
미국에서 실제로 영화작가조합(WGA)이 파업까지 벌였죠.


요즘 AI가 영상·이미지 등의 창작 분야에서는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시나리오처럼 글을 다루는 영역에서는 여전히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창작에는 원래 다양한 도구가 활용되는 반면, 글쓰기는 종이와 펜만 있으면 되기에

AI를 새로운 창작의 ‘도구’가 아니라 ‘위협’으로 먼저 바라보게 되는 걸까요.


하지만 저는 AI로 작업을 하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바다가 있다. 그 바다를 이용하려면 내가 가진 생수 한 병을 바다에 부어야 한다.
그 생수의 미네랄 구성은 오직 나만이 안다.
그렇다면, 그 정보를 지키기 위해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바다의 이용 자체를 포기해야 할까?


AI를 활용한다는 건 바로 이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마치 아주 거대한 품앗이, 혹은 집단지성의 장에 참여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한 병의 생수를 내어놓지만,

그 대가로 13억㎦의 지식의 바닷물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내 생수는 바다의 일부가 되어 흩어지고,

누군가가 그 속에서 나의 물 한 병만을 따로 퍼올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AI는 나의 생각을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지식과 창의가 서로 교류하며 확장되는 거대한 순환 구조인 것이지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그 사실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다양한 효능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속도’였습니다.
혼자라면 몇 주가 걸렸을 과정을,
AI와 함께하니 며칠 만에 구조를 세우고 이야기를 구체화할 수 있었죠.


그리고 우리는 ‘효율’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었습니다 —
바로 창작의 집중도와 몰입감이 극적으로 높아진 것.


AI를 제대로 활용하니

창작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기보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순수한 즐거움을 더 오래, 더 깊게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답이 없이 끝날줄 모르는 지난한 기획 회의,

쓰다가 막혔을 때 망망대해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막막함,

논의한 대로 힘들게 써왔더니, "내가 생각한건 이게 아닌데?" 할 때의 허탈감.

다 아시잖아요?

그런 고통의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창작이라는 행위 본연의 재미가 채워주었죠.


결국 AI는 우리의 일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밀어주는 조력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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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조금 똑똑한 검색툴’ 정도로만 사용하는 AI,
창작 현장에서 진짜로 잘 쓰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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