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요시다에 살고 있는 유타에게 선물이 왔다. 자신 가족이 쓰던 가방이다. 요즘 세상에 쓰던 물건을 선물하는 사람이 있을까? 기술의 진보로 신상품이 과거의 상품보다 미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좋고 심지어 가격까지 더 저렴한 시대이다. 쓰던 가전제품을 고치려고 해도 수리하는 값이 그 상품의 신제품 가격에 버금가서 포기하고 새로 사는 경우도 많다. 이런 시대에 자신이 사용하는 좋은 물건에 자신의 체온을 담아 선물하는 유타의 모습에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를 그는 아직도 살아가고 있구나'. 항상 유타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가 생각난다. "연민 어린 무심함"이랄까.
유타가 사는 후지요시다는 오래전부터 텍스타일 산업이 유명한데 요즘에는 젊고 유능한 디자이너들이 와서 장인들과 함께 기능적이면서도 미적인 제품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 하나인 텐진 팩토리의 타월도 함께 보내왔는데 bath towel, face towel 각 2종이다. 얇고 꺼칠꺼칠한 타월인데 가격이 8만 원이나 하길래 물어보니 100% 고급 리넨으로 쓰면 쓸수록 부드러워지고 물기가 잘 닦이면서도 또 빨리 말라서 위생적이고 여행할 때 사용하면 좋다고 한다. 한 7년 정도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수건 여러 장 값이 저 한 장에 들어가 합리적인 가격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몇 주만 있으면 유타가 다시 남해로 와서 업무에 복귀하는데 그때 내가 주문한 '수저'도 가지고 온다. 수저에 관심이 많은데 일본 신사의 문인 도리이를 만들고 칠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손주들을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는 '수저'가 있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형태로 주문했다. 주문생산 방식인 오더 메이드 역시 물건을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이다.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버리지 않고 오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물건을 사는 것보다 좋은 소재로 만든 기능적이고 미적인 물건 하나를 잘 고르고, 그렇게 값어치 있는 물건을 사용하다가 주위 사람에게 체온을 담아 선물하고, 자신의 생활패턴과 몸에 맞는 물건을 오더메이드 하여 곁에 두고 오래 사용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래된 것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후지요시다의 공산품을 돌창고 스튜디오에 소개하고, 남해의 식재료로 가공한 먹거리를 후지요시다에 소개하는 도시를 거치지 않고 지역과 지역을 다이렉트로 잇는 프로젝트를 시작해봐야겠다. 지역을 다시 쓰는(재생)것도 필요하겠지만 지역을 오래 쓰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