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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Jun 25. 2023

오랜 시간 생존하고 있을 때

시문마을 할아버지 정자

태풍 같은 바람에 정자 용마루가 날아가고, 대나무 외벽이 떨어졌다. 습기에 의해 벽체와 마룻바닥에도 얼룩이 들기 시작했다. 가라지가게(와이즈건축) 장영철 소장님이 서울에서 트럭에 직접 폴리카보네이트를 싣고 와서 지붕을 보수하고, 대나무벽을 정비하였다. 사다리를 타고 목재 스테인을 외부와 내부에 골고루 발랐다. 할아버지 정자는 논으로 둘러싸인 보호수 아래에 위치하여 비가 오지 않더라도 아침마다 이슬이 맺히는 곳이다. 2021년에 조성했기에 1년에 한 번씩은 스테인을 발라주었어야 했는데 때를 놓쳐 나무에 얼룩이 많이 생겨버렸다. 결국 바닥은 스테인으로 해결되지 않아 타일 시공을 하기로 했다.


시문마을 할아버지 정자, 장영철 소장


마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우체부, 택배 아저씨들이 그곳에서 한숨 돌리거나, 여행객과 꼬마아이들이 지붕으로 올라가 나무와 가까워지는 모습을 볼 때 기획하길 잘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물론 기획한 프로젝트가 잘 만들어지면 자랑스러운 일이다. 조성한 결과물을 통해 여러 사람들이 실제 이익을 얻고 있다면 그것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으뜸 자랑은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오랜 시간' 유지되는 것일 것이다. 아쉽지만 오랜 시간 유지관리할 수 있는 비용은 "원래" 없다. 기획-디자인-제작-운영에 참여한 팀들이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며 몇 년이 흘러도 다시 모여 마음을 모아야만 한다. 그러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면 또 함께 하면서 그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으며 신뢰관계를 구축해가야 한다. 기획한 프로젝트를 자랑할 때는 조성했을 때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찾을 때도 아니다. 오랜 시간 '생존'하고 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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