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연령층이 섞여 있는 식당이 맛집이다. 가게에 들어섰을 때 남녀노소. 가족, 연인, 친구, 또는 혼자 다양한 구성의 손님이 홀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 여기 틀림없이 맛집이구나.' 라며 기분 좋게 식사를 기다린다. 손님들 뿐만 아니라 일하는 분들이 청년, 장년, 노년이 함께 섞여 있을 때, '아, 여기 오래된 맛집이구나.' 라며 음식을 기다린다.
일본 후지요시다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하던 TOFU(두부) 공장을 아들이 리노베이션 하여 TOFU를 거꾸로 한 FUTO라는 상호로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아들 며느리가 커피와 베이킹을 하며 운영을 하는데 어머니도 함께 도리야끼 디저트를 만들며 카페 일을 돕는다. 돌창고 디렉터인 유타와 본인이 대화를 하다가 유타가 온라인 미팅이 있어 카페 앞 야외벤치로 회의를 하러 나갔다. 회의가 좀 길어지는 거 같으니 어머님이 담요를 가지고 나가 유타 무릎을 덮어주신다. 그리 춥지 않은 겨울 날씨였기에 같은 연령대인 토푸 카페의 주인과 본인은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어머니는 손님의 마음을 헤아려 이해하고 배려했다.
밤에 동네 바 BAR 에 가니 "누구" 딸이 한국계 회사에 취직했다는 이야기가 이슈였다. '나나'라는 젊은이인데 유타 소개로 한국말에 대한 자신감도 얻을 겸 돌창고에서 며칠 일을 도우며 지냈었다. 그랬던 친구가 이번에 한국계 유명한 회사에 취직했다며 작은 동네의 큰 화젯거리였다. 바을 운영하는 분이 나나 아버지와 연극 동아리를 함께 하는 친구사이라 나에게도 연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한 젊은이의 성취가 윗 세대의 기쁨으로도 퍼지고 있었다.
인구감소로 인해 지역이 소멸위기를 겪고 있다고 한다. 남해군 역시 인구 4만 명 마지노선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걱정이 많은데 매년 자연감소율이 워낙 높아 이주민 유입에 기대를 걸고 여러 유인정책을 펼치고 있다. 많은 인구 '숫자'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인구 연령대 '구성'도 중요하다고 본다. 오래가는 맛집은 청년, 장년, 노년이 함께 일한다. 자기가 살아온 삶의 시간을 헤아려 오시는 손님들의 마음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고 넓어 남녀노소 다양한 층이 찾는다. 지역을 운영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이주를 타진하는 손님들을 깊고 넓게 이해한다면 인구감소 시대에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