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창고에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을 때 섬이정원 아저씨는 본인의 모종을 나누어 주었고 그것이 지금의 돌창고 정원이 되었다. 아저씨는 나에게 정원 책도 빌려주고 식물시장도 데리고 가면서 정원을 가꾸는 재미를 알려주었다. "(남해)섬이 정원(이다)" 라는 네이밍처럼 아저씨는 남해섬 전체를 정원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 방식은 찾아오는이에 대한 환대와 증여 그리고 칭찬과 응원이라는 방식으로. 섬이정원 아저씨는 친구이면서 선생님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돌창고를 방문한 섬이정원 아저씨는 늘 그래왔듯 돌창고 주변의 정원을 둘러보며 이식할 식물들, 정리가 필요한 꽃대와 가지들을 일러주며 다음 계절을 준비하게 한다. 아저씨는 작년에 돌창고 담장 대신 심은 애기동백나무들을 보며 "올해는 기대가 되네"라고 말한다. "기대하는 마음"이 "정원을 가꾸는 마음"인가 보다. 그런 마음이라면 동백꽃이 피는 추운 겨울도 기다려지고, 백일홍이 피는 무더운 여름도 기다려진다. 수선화가 피는 봄은 말할 것도 없으며 그라스와 수크령의 털꽃이 피는 가을도 기다려진다.
하고 싶은 것이 많기에 해야 할 일은 처음부터 많았고, 모든 것이 처음 하는 것이기에 걱정거리도 많았다. 그래도 10년 전 돌창고를 시작했을 때는 아침이 기다려졌다. 밤에 생각난 것을 실행해 보고 싶어서. 해외여행을 가면 빨리 돌아오고 싶었다. 남해에 적용해 보고 싶어서. 나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나. 내가 쌓아온 것들을 지키느라 찾아오는이에 대한 환대와 증여, 지역에서 무언가를 시작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칭찬과 응원에 인색했나. 10월은 정원을 가꾸는 마음으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