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이 지역을 구한다

by 최승용
IMG_3213.JPG 삼동면 시문마을

호랑나비 두 마리를 품고 돌창고 카페로 들어오는 아이를 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할머니가 미숫가루와 쑥개떡을 입 앞에 갖다 대어도 녀석은 고개를 저으며 테이블에 턱을 괴고 나비만 쳐다본다. 아빠가 녀석을 마당으로 데리고 나간 사이 "어린 시절 저를 보는 것 같아 아이에게 하나 주고 싶어요" 라며 엄마에게 돌창고 굿즈를 건넸다. 아이의 엄마는 활짝 웃으며, 호랑나비를 안고 온 사연을 들려준다.


몇 주 전에 남해로 가족 여행 와서 남해힐링숲타운을 구경하는데 아이가 곤충에 흥미를 보이자 그곳에서 안내하는 분이 "잘 키우면 나비가 될 수도 있다"며 아이에게 애벌레 두 마리를 주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애벌레는 고치가 되더니 호랑나비로 부화했다고 한다. 집 앞에 나가 나비를 날려주려고 하는데 바람도 많이 불고 공기도 안 좋은 도시에서는 나비가 죽는다며 아이는 남해로 가서 날려줘야 한다며 떼를 썼다고 한다. 그래서 온 가족이 몇 주만에 나비를 안고 다시 남해를 찾았고, 힐링숲타운으로 가는 길에 잠깐 쉬었다 가려고 돌창고에 들렸다고 한다.


인구가 줄어가는 현실에서 지역과 관계 맺으며 정기적으로 찾는 여행객들과 함께 지역을 만들어 가야 한다. 호기심과 애정 어린 눈빛을 보고 아이에게 애벌레 두 마리를 건넨 안내원의 다정함.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서울에서 남해까지 함께 온 할머니, 엄마, 아빠의 다정함. 그 다정함이 모여 지역을 구한다. 나비를 품고 쭈뼛쭈뼛 인사하며 나가는 아이에게 여름에는 우리 마을에 반딧불이 많으니 또 놀러 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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