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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Mar 09. 2020

나는 추상이야

시문 제1 저수지. 옆으로 자라는 나무


"나는 추상이야."


오랜만에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평생 aesthetic을 언어로 말하는 본인은 추상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추상이 아닌 그것을 향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 무엇일까 라는 고민이 있다고 토로하셨다.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항상 하는 대답은


"지역으로 내려오세요!"


추상과 관념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삶을 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은 지역에 있다고 보기에 나 역시 남해로 내려왔다. 문화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본인이 하는 일은 aesthetic을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게 공간과 프로그램으로 풀어놓는 일이 아닌가 한다. 연구자와 문학가는 aesthetic을 텍스트로 이야기하고, 건축가는 공간의 배치로 이야기를 하고, 예술가는 미술로 이야기를 하고, 기획자는 앞 사람들의 업적을 맥락에 맞게 구성하고, 운영자는 aesthetic을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서비스 한다. 그래서 잘 만든 문화공간에는 aesthetic 이라는 주제로 연구자, 문학가, 건축가, 예술가, 기획자가 모두 참여하고 있으며 각자의 관점으로 할 말이 많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공간도 있겠지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언어와 그림으로 구축한 추상적인 이야기를 최종소비자인 생활인들에게 서비스하는 운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신이 직접 추상을 몸으로 살아내야 그렇게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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