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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Mar 21. 2020

잘 하고 싶어서


남해 보존지도의 첫 번째 남해 보호수 전시는 작품 제작에만 5명이 참여하여 한 달간 작업을 한다. 남해소리 공연은 음악가만 6명이 참여한다. 이 기획을 위해 도와준 분들은 수도 없이 많다. 전에는 가진 돈에서 주변 사람 몇몇 모아서 진행 했는데 지금은 여러 지역에서 불러오고 여러 날 작업을 한다. 그것에 걸맞게 기획력이 향상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그들에게 항상 민망하다.


남해 보존지도와 남해소리 프로젝트를 위해 공모사업을 신청했고, 1차 서류심사가 됐다고 하여 2차 발표를 하러 다녀왔다. 상대방이 기분 좋게 돈을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야하는데 짧은 시간 안에 어필하기가 만만치 않다. 상대와 나 사이에 '돈'이 끼면 항상 부자연스럽다. 보조사업비를 받아야만 할 수 있는 기획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남해 보존지도와 남해소리 프로젝트는 작년에 작게 시작해 놓고 보니 못한 것들이 많아서 이번에는 도움을 받아 퀄리티를 높이고 싶다. 


창원에서 발표를 마치고 부리나케 남해로 오니 거실 테이블 위에 인삼 하나가 있었다. 부엌에 가보니 머윗대를 넣고 끓인 장어국이 한 솥 있었고 오이무침과 취나물이 냉장고에 있었다. '엄마가 다녀 가셨구나.' 

아들 시간 뺏고 부담 줄까봐 창원에 발표하러 간다는 것을 알고 없는 시간에 다녀 가신 것이다. 부자연스럽게 했던 발표와 대답, 보조사업비를 받아보려고 애쓰는 모습. 이런 것들이 스쳐지나가며 눈물이 핑 돌았지만 거실에 벌러덩 누워 인삼을 씹어 먹으며 몸과 마음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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