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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Nov 25. 2020

배꼽


돌창고 곁으로 이사온 녹지와 두송이 작가는 폐통발과 그물, 천막을 이용해 가방을 만들고 있다. 돈이 필요하기에 두송이는 독일마을 맥줏집에서 녹지는 돌창고에서 일을 하며 유난히 덥고 사람도 많았던 올 여름을 잘 버텨내었다. 너무 고되서 노동을 마감을 할 때는 저렇게 평상에 드러 눕지만 그들이 힘들다고 불평불만을 한 적은 없다. 그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돈을 벌고 있으니깐.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치있다고 생각하고 재밌는 것을 하기 위해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신세한탄이나 불평불만 하지 않는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에 만나는 금방 잊혀질 고됨 일 뿐이다. 


그들을 보며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지금도 그런 시절처럼 살아내야 한다. 2016년에 시작한 돌창고프로젝트 역시 위기 아닌 적이 없었고 시작할 때 구상한 모습을 아직 시작도 못했다. 이와 함께 2018년 부터 기획 한 산업유산 재생 프로젝트 역시 아직 완성하지 못하고 진행 중이다. 재밌고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만날 수 밖에 없는 이런 작은 고됨을 너무 크게 받아들이고 있다. 2016년이나 2020년이나 같은 시간 속을 살고 있다. 어느 새 가을이 무르익었고 엊그제 그들은 KITOVU(스와힐리어로 배꼽) 라는 조그마한 간판을 달았다. 간판을 달았다는 기쁜 마음에 읍에 가서 피자를 먹고 들어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작은 고됨도 작은 기쁨도 즐기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12월 7일날 오픈을 한다고 하는데 그날 저녁 작은 고됨과 작은 기쁨을 나누는 대화를 나눠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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