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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개연성 Oct 09. 2019

에디션덴마크 창업 스토리


제품 생산의 측면에서, 덴마크의 식품은 믿을 수 있다. 식품생산자들간에 ‘내 친구와 가족이 먹을 수도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정직하게 만들겠다’는 공유된 믿음이 있다.


이지은&요핸 풀스버그 대표 인터뷰


에디션덴마크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지은: 요핸은 덴마크 사람이고, 나는 덴마크에 몇 년 살았던 한국인이다. 우리가 보는 덴마크의 문화, 가치관 등을 덴마크의 좋은 제품을 통해 소개하고 싶어서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덴마크 꿀을 한국에 가져와 팔고자 덴마크 스페셜티 허니 브랜드인 대니시비키퍼스를 만들었다. 그러다 꿀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도 같이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것이 에디션덴마크다.


시작이 왜 하필 덴마크 꿀이었나?


요핸: 하루는 내 고향인 오르후스(덴마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보다가 그 아이디어가 문득 떠올랐다. 이전에 지은의 엄마가 덴마크 꿀을 한국에 가져와달라고 요청했는데, 그녀가 덴마크 꿀을 무척 맘에 들어하는 걸 보고 한국에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은: 덴마크의 꿀을 선물했을 때 엄마는 물론이고 큰어머니들이 무척 좋아하셨다. 한 분은 본인이 아주 어릴 때 먹었던 생꿀과 비슷한 맛이라고 했다.


덴마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오르후스 (출처: 에디션덴마크 인스타그램)


덴마크 꿀을 찾기 위한 여정이 다이나믹하다고 들었다.


요핸: 처음 양봉가를 찾으려 했을 때는 사실 막막했다. 주위에 아는 양봉가가 있는지 수소문해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지은: 그러다 범위를 넓혀 온라인에서 리서치하기 시작했다. 작은 양봉가를 중점적으로 찾아 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우리의 비전을 말하고, 방문을 요청했다. 10명이 넘는 양봉가를 만났고, 다양한 꿀을 테이스팅 했다.


그러다 우연히 십 년도 더 된 한 오래된 기사를 봤다. 연세가 지긋한 양봉 장인에 관한 기사였는데, 내용이 정말 좋았다. 기사의 주인공의 이름과 위치를 찾아 그에게 연락해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났더니 생각보다 훨씬 젊었다. 알고보니 같은 이름의, 같은 지역에 사는 다른 사람이었다(웃음).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 분이 덴마크 양봉협회에서 이사를 맡고 있는, 5대째 내려오는 양봉 장인이었다. 주위의 평판도 좋고 수십개의 꿀을 테이스팅 했을 때 그 분의 꿀이 가장 맛있었기 때문에 그와 함께하게 되었다.


에디션덴마크가 방문했던 장소들


로모섬의 양봉 장인을 처음 만났을 때 어땠나?


요핸: 매우 수다스러운 사람이었다. 그가 출신인 지역은 방언이 강하다. 지은은 그의 말을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가 꿀과 양봉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 정말 열정적이었다. 그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말을 할 수 있었다.


지은: 양봉에 관한 모든 지식을 알고 있었고, 모든 디테일을 우리와 나누고 싶어했다. 우리가 관심이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고 질문 하나를 하면 끝없이 말해서 도중에 멈춰야 했다.


Elen과 대화 중인 지은과 요핸


대니시비키퍼스가 ‘국내 유일의 덴마크 스페셜티 허니’라고 들었다. 스페셜티 허니라는 말이 생소한데 무엇인지 설명한다면?


지은: 양봉가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꿀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을 때, 꿀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굉장히 많은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슈퍼마켓에서 꿀을 사면 그냥 ‘꿀’인데 양봉가가 채취하는 꿀은 봄, 여름, 가을처럼 계절별로 나뉘어져 있었다. 계절마다 채취한 꿀을 바로 병입하기 때문이었다. 또 계절, 지역에 따라 고유의 맛과 향을 지니고 있었다. 그 고유함을 그대로 소개하고 싶었다.


계절별로 고유의 향과 맛을 지닌 대니시비키퍼스 꿀


요핸: industrial honey(공장식 꿀)과 다르게, 스페셜티 허니는 한 명의 소규모양봉가가 계절별로 채취한 꿀이다. 또 열이 가해지지 않은 생꿀이다.


꿀의 질감에서 양봉가의 노련함이 묻어난다. 얼마나 자주, 어느 기간 동안 저어주어야 하는지는 매 해의 수확이 다르고, 그래서 정해진 룰이 없다. 오롯이 양봉가의 감에 의존해야 하는 작업이다. 병입이 하루만 늦어져도 꿀이 지나치게 딱딱해질 수도 있고, 너무 일찍 병입을 하면 결정 입자가 커서 꺼슬거리는 식감이 될 수 있다. 스페셜티허니는 장인 정신(craftmanship)이 담긴 꿀이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린다.


완벽한 크림 질감을 만들기 위해 너도밤나무로 만든 노로 꿀을 젓는 로모의 양봉장인


꿀이 매력적인 이유가 있다면?


지은: 꿀 한 병을 만들기 위해 꿀벌들이 백만 송이의 꽃을 방문한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식품이라는 게 매력적이었다. 또 꿀은 그 해의 날씨와 그 계절에 피는 꽃에따라 맛이 달라진다. 마치 ‘자연의 흔적’같다. 특정한 지역, 특정한 시기의 날씨, 그 날씨에 따라 핀 꽃의 종류와 수, 그 꽃들에서 꿀벌이 꿀을 가져오는 방법, 이후 양봉가의 노력이 합쳐져 꿀 한 병이 완성된다.


대니시비키퍼스의 첫 번째 꿀의 원산지인 로모섬에 대해 설명해달라.


요핸: 독일과 가까운 덴마크 남서쪽의 섬이다. 풍요로운 자연 경관을 지녔고, 유네스코문화유산에 등재된 바덴해에 위치해있다. 아름다운 장관을 가져 덴마크 현지인과 독일사람들이 휴가로 많이 온다.


지은: 바람이 매우 센 곳이기도 하다. 작년 여름에 드론 촬영을 하다가, 드론이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 바닥에 곤두박질 쳤을 정도였다(웃음).


로모섬


런칭 이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메테 런칭 행사, 올리브마켓, DDP 브랜드스토리전 등 다양한 행사에 초청되어 참여하고 있다. 그중 기억에 남는 행사는?


지은: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처음 런칭하는 자리였는데, 하루 평균 100명정도 되는 분이 저희 제품을 사주셨다. 정말 반응이 뜨거웠던 행사다.


요핸: 우린 행사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테이블 중 하나였다.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정신이 없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참여한 에디션덴마크 팀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지은: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프리츠한센이 처음으로 자체적으로 카페를 운영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메뉴로 덴마크 티를 팔면 좋을 것 같아 지인분이 소개해주셨다. A.C. 퍼치스 티핸들이 메뉴에만 들어가기로 했다가 물건도 함께 팔아보고 싶다고 제안드리니, 감사하게도 흔쾌히 카페 앞 테이블을 내어주셨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의 프리츠한센 카페


결과적으로 시음, 시식이 무척 성공적이어서 사람들이 무척 길게 줄서서 우리의 제품을 맛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 행사 동안 약 1만 개의 시음용 컵과, 7천 개의 시식용 스푼을 사용했다.


요핸: 오랜 기간 브랜드를 준비했지만 사람들에게서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첫 시간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쿨허벌을 맛보고 기존에 없던 맛이라며 흥미로워했다. 꿀의 맛이 무척 좋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시작부터 HAY, 프리츠한센, 60S 등 다양한 빅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하고 있는 비결은?


요핸: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처음부터 큰 브랜드에게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다. 또 그렇게 제안을 받은 브랜드들도 대부분 놀랄만큼 열린 마인드였다. 이는 한국인의 정신에서 비롯된 것 같다. 덴마크에서는 모든 것을 무척 오랜 기간 준비한다. 이메일을 보내는 데에만 몇 주가 걸리고,  실행에 옮기는 데 수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시간이 많지 않아도 빠르게 진행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다.


지은: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셨고, 또 흔쾌히 같이 뭔가를 해보자는 제안을 많이 해주셨다. 하나 덧붙이자면 덴마크의 가구를 소개하는 곳은 많지만, 식품을 소개하는 곳은 많지 않아서 그 점이 또 흥미롭게 작용한 것 같다.


왜 식품 브랜드가 가구 브랜드와 잘 어울릴까?


지은: 식품도 가구도 ‘리빙’과 ‘홈’이라는 주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리빙 제품에 관심 있는 이유는 집에서 더 퀄리티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좋은 음식과 함께라면 더 좋을 것이다.


요핸: 또 에디션덴마크의 제품 특성상 음식이지만 미적으로도 아름답다. 그래서 가구와 잘 어울린다. 가구도 음식도, 이왕이면 바라봤을 때 아름다운 것이 좋다.


60S 라운지와 A.C.퍼치스 티핸들


‘꿀’과 ‘차'라는 국내에서 아직은 조금 생소한 제품을 판매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지은: 아무래도 한국에서 꿀은 젊은 층이  접하기 어려운 제품이다. 최근에 브랜딩이 잘 된 꿀 브랜드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긴 하지만, 그 전까지는 슈퍼마켓 사양꿀이나 알음알음으로 직접 받아오는 큰 병의 꿀이 선택지의 전부였다. 그래서 가능성을 봤다.


차는 아주 익숙하거나 (보리차, 현미녹차처럼)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덴마크에 있을 때 A.C. 퍼치스 티핸들의 ‘쿨 허벌’이라는 티를 처음 마셔보고 그 인식이 바뀌었다. (티 답지 않게 너무 맛있어서!)  한국에 올 때마다 가족, 친구를 위해 선물로 구입하곤 했다. 선물을 받은 친구들은 하나같이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색다르고 맛있는 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에디션덴마크의 제품을 맛있게 먹는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가장 애정하는 레시피가 있다면?


지은: 대니시비키퍼스의 꿀을 좋은 빵, 크림치즈와 함께 먹는 것.

요핸: 나도 비슷하다. 대니시비키퍼스 꿀을 구운 호밀빵(Rugbrød) 한 조각과 함께 먹는 것.



덴마크 음식(식재료)의 매력은.


지은: 제품 생산의 측면에서, 덴마크의 식품은 믿을 수 있다. 식품생산자들간에 ‘내 친구와 가족이 먹을 수도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정직하게 만들겠다’는 공유된 믿음이 있다.


요핸: 덴마크 사람들은 음식에 대해 추구하는 기준이 높다. 또 음식에 대한 법도 까다롭다.


지은: 소비의 측면에서는 사람들이 한국보다 훨씬 요리를 많이 한다. 덴마크에서 가족,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 삶에 무척 중요한 측면이다. 함께 요리하고, 함께 먹는 것.


요핸: 우리 가족은 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한 번도 외식을 한 적 없다.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게 무척 자연스럽다. 한국과 무척 다르다. 가정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신경쓰고, 집에서 휴식하는 것이 일하고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잘 돌보려 한다.


식사 중인 요핸의 가족 (출처: 에디션덴마크 제공)


덴마크 문화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영향을 미쳤을까?


요핸: 단순함, 높은 질, 그리고 아름다움(Simplicity, High Quality, Beautiful). 이 세 가지는 덴마크가 추구하는 것이고 에디션덴마크가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은과 요핸의 인연은.


지은: 2013년 인턴십을 위해 덴마크에 갔다가 요핸을 만났다. 처음에 하우스메이트로 만나서,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었다.


요핸: 처음 만났을 때 나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지은이 한국에 돌아가야 했을 때 너무 슬펐고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 덴마크 대사관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 그때 한국에 처음 왔고, 한동안 덴마크에서 살다가, 최근 지은과 함께 에디션덴마크 론칭를 위해 한국에 다시 오게 되었다.


지은: 요핸의 석사 논문 주제도 한국 정치다.


‘서촌의 작은 덴마크’라는 쇼룸이 화제다. 서촌이라는 장소에 쇼룸을 얻은 이유가 있을까?


요핸: 정말 아름다운 산이 있었다. 자연과 가까이 있을 수 있고 조용하고 일하다 휴식하고 싶으면 산책을 할 수도 있었다.


지은: 서촌은 덴마크와 닮은 점이 많다. 역사가 있는 오래된 건물들이 있고, 삶의 속도도 매우 느리다. 우리의 브랜드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에디션덴마크 쇼룸, 지은, 요핸


고집하고 싶은 철학이 있다면?


지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대니시비키퍼스로 말하면, 덴마크의 소규모 양봉 장인을 돕고, 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거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으로 가치를 전달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은: 정직함(transparenc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같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가진, 우리와 결이 맞는 좋은 브랜드들을 더 많이 소개하고자 한다. 커피콜렉티브라는 커피 브랜드의 커피 원두와 자연과 사람의 지속가능성을 모토로 질리지 않는 리빙 제품을 만드는 스케게락의 키친웨어를 하반기에 런칭할 예정이다.





에디션덴마크 홈페이지 | 에디션덴마크 인스타그램




editor 개연성

photographer M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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