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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동 Aug 03. 2018

나의 개를 위한 매우 사적인 글


작은 콧구멍 두 개가 까만 코에 있는 네가

그 콧구멍을 아주 작게 벌렁거리며

숨을 쉴 때.


아빠다리를 하며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내게 다가와

앞 발바닥을 내 정강이에 살포시 얹어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냥 정말 좋아하면

그런 감정이 생길 수도 있더라.


지금 내 앞에서 자고 있는 너.


마치 사람인냥 베개를 하고

네 꼬리는 내팽겨놓은 모습에
뭔가 모를 울컥함을 느꼈다.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격하게 반겨주던

네가 없어지면 어떡하지.


내가 늦게까지 책상에 있으면

자러가자고 칭얼거리던

네가 없어지면 어떡하지.


어느 늦은 밤.

널 안으면 비몽사몽한 눈동자로

뚱한 표정으로 날 봤다.

난 그게 참 귀여워
혼자서 껄껄하고 웃고 했는데


조금씩 나이가 들어

예전같이 않는 네 모습을 보니

덜컥 겁이 난다.


너가 만일 나중에

아주 나중에

나를 떠나게 된다면

나는 개를 다시는 키우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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