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답잖다

집으로 가는 길

by 정선생

새들도 세상을 뜬다며 탄식하던 시인이 무색하게

까치고 까마귀고 종종걸음 마실을 다닌다

발에 채일 듯 지나가도 날아갈 생각 않더니

자동차에 치일 찰나, 날갯짓으로 폴짝 도망간다


먹이 될 만한 걸 찾는 모양으로

혼이 떠난 길냥이의 살갗을 뜯느라고

전깃줄에 앉아 고개 숙인 행인에게 똥 갈기며

새들은 집요하게 대가리를 아래로 향한다


새들이 꼭 하늘을 날아야 하는 건 아니지마는

그들마저 지상에 발 묶인 듯해 서글픈 저녁

어째서인지 똑바로 선 솔방울 따라

텅-빈 하늘을 괜히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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