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답잖다

억지로 뛰지 않아도 좋아

by 정선생

베짱이를 닮았다만

하필이면 가장 더러운 곳이다

더럽고 냄새나기에 창이 열렸고

마지막 힘을 다해 뛰어 들어왔으리라


문을 오르지도 어딘가로 뛰지도 못하더니

저녁이 되어도 그 자리에 네가 있었다

어쩌면 뛰지 못한 것이 아니라,

뛰지 않은 것인지도 모를 일

발목이 잘린 것은 네가 게을렀던 탓이 아니라

죽을 힘 다해 도망친 덕분일지도


말 한마디 건넬 수 없으니 마음을 몰라

움찔거리는 더듬이와 창밖을 번갈아 바라보다

하릴없이 돌아왔지만

내일 아침이면 어디론가 사라졌을

네가 간 곳 어디일지 상상하지 않으마

그저 어디든 너의 안식을 염원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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