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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다

# 내 20대는 참 괜찮았어!

by MrExfluencer

20대 초반의 열정과 패기넘치던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20대까지는 하고 싶은일 하며 살거야!

잘되면 좋고 서른까지 잘 안되면 그때 가서 먹고 살 길을 찾지 뭐! 난 굶어 죽지 않을 자신은 있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문화기획사를 폐업한 시점의 나이가 29이었고

먹고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아 '약대'에 진학하게 된 지금 30대가 되었다.



2년 전 이맘때, 20대의 마지막을 맞이한 순간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며 호기롭게 시작했던 문화기획사의 존폐를 고민하고 있었다.

(# 11. 도망과 결단 그 사이. https://brunch.co.kr/@mrbackpack/24)


위 글을 쓰고 약 3달 후, 오랜 고민 끝에 우리는 결국 회사를 폐업하기로 결정했다.

20대 내내 찾고 목표로 했던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는 순간이었다.


회사의 존폐를 고민하며 도망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묻고 되물었다.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과 지금이 무엇이 다른지,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인지 아니면 나의 능력이나 의지의 부족인 것인지,

그만둔다면 앞으로 무엇을 목표로 삼고 어떻게 실행에 옮길 것인지,


그렇게 오랜 고민을 하다 보니

처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닌 돈을 버는 '일'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생각하게 되었고

나에게 있어 '일' 만큼은 장점보다 '나쁘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일로서의 문화기획사는 내 기준 나쁜 쪽에 해당한다는 것도...


결국 우리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나는 '좋아하는 일'이라는 목표를 '좋아하는 것'과 '나쁘지 않은 일'로 분리시키기로 했다.

(일에 대한 기준이나 가치관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자칫 오해의 소지가 될 것 같아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참 아이러니했다.

20대의 나는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되는 이상적인 꿈을 찾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왔지만,

이제는 다시 좋아하는 것과 일을 분리하고자 한다.


나의 이러한 모습에 혹자는 꿈에 살던 20대가 이제야 현실을 깨달았구나라고 비웃듯 이야기 하지만,

꿈을 꿨기에 삭막한 현실에 좌절하는 것이 아닌 꿈같은 현실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지난 나의 20대에게 말해주고 싶다.

"내 20대는 참 괜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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