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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포티 Mar 29. 2023

야시장의 함정 feat. 갑각류

베트남 푸꾸옥

나는 해산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고향이 바닷가임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부터 고기를 좋아했지 바다에서 나는 것들은 별로였다. 반대로, 고향이 같은 아내는... 음.. 생각해 보니.. 아내는 해산물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먹는 건 거의 다 좋아하는 사람이다 ;;


나는 갑각류의 맛은 좋아한다. 다만, 그것들을 먹기 위해 드는 엄청난 노력을 생각하면 내가 느끼는 효익이 크지 않기에 손대려 하지 않을 따름이다. 아내가 혼자 먹기 미안해서 한 점씩 까 주는 것 이외에 내가 나의 노력으로 갑각류를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내가 엄청 군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내는 아주 가끔씩 한 점을 떼내어 준다. 그것도 본인의 배가 어느 정도 찬 이후의 일이지, 처음부터 까 주지는 않는다.


아내는 먹는 것에 대해서는 어린아이 같은 진지함을 가진 사람이다. 배고플 때와 배부를 때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고, 맛있는 것이 눈앞에 있을 때와 맛없는 것이 눈앞에 있을 때가 하늘과 땅 차이인 사람이다. 아내와 좀 비싸고 맛있는 집을 가면, 아내는 배가 터질 듯 나오고 나는 라면 생각을 하면서 나오는 경우가 있다. ㅋ


그런 면이 아내가 이쁘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라면, 좀 이상한가?


하나 더. 아내는 저체중이고 나는 과체중이다. 열라 불공평한 몸이다.  쩝!




야시장은 여행의 필수코스다.


일단 사림들이 북적거리고 활기차서 좋다. 불빛이 눈을 즐겁게 한다. 늘어놓은 음식들이 유혹한다. 무엇보다도 딱히 할 일이 없는 밤시간에는 야시장과 마사지가 제격이다. 특히, 동남아 여행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야시장은.. 심한 동네에 가면 먹기가 찝찝한 경우가 있다. 여행지에서 배탈이 났던 경우가 딱 한번 있었는데, 야시장에서 뭘 주워 먹고 나서였다. 딱 한번뿐이라 표본으로 쓰기에는 터무니없지만, 좋지 않은 기억은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푸꾸옥에서 열흘을 있으면서 여러 종류의 갑각류를 먹었다. 갑각류와 해산물에 환장하는 미식가 아내 덕분이다.


사실 나는 야시장이 쌀 줄 알았다. 싸다고 믿었고, 실제로 우리나라보다는 쌌다. 그런데, 갑각류는 달랐다. 첫날은 야시장에서 먹고, 그다음 날에는 길 가다가 바다가 보이는 음식점이 있어서 거기서 먹었다.


이 음식점도 야시장만큼이나 사람이 터질 듯이 많았다. 사람이 많은 걸 보고서 들어가긴 했다. 하지만, 먹는 환경도 그렇고, 넓은 창을 통해 보이는 석양이 지는 바다 뷰도 그렇고. 야시장과는 비교도 안 되는 훌륭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이 야시장보다 쌌다. 야시장 두 배의 갑각류와 조개류 등을 먹었는데 가격은 비슷하게 나왔다. 아내도 야시장에서 보다 훨씬 자주 갑각류를 내 입에 넣어 주었다. 오랜만에 갑각류와 조개류로 배가 불렀다.


그날 이후로도 야시장을 몇 번 더 갔었다. 밤에 불빛 좋고 사람 북적이는 곳이 이곳뿐인지라 경치나 휴식이 지루해지면 달리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야시장에서 뭘 먹지는 않았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야시장에서는 사람 구경을 하고, 다리가 아플 즈음에 마사지를 클리어하는 저녁 스케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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