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산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고향이 바닷가임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부터 고기를 좋아했지 바다에서 나는 것들은 별로였다. 반대로, 고향이 같은 아내는... 음.. 생각해 보니.. 아내는 해산물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먹는 건 거의 다 좋아하는 사람이다 ;;
나는 갑각류의 맛은 좋아한다. 다만, 그것들을 먹기 위해 드는 엄청난 노력을 생각하면 내가 느끼는 효익이 크지 않기에 손대려 하지 않을 따름이다. 아내가 혼자 먹기 미안해서 한 점씩 까 주는 것 이외에 내가 나의 노력으로 갑각류를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내가 엄청 군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내는 아주 가끔씩 한 점을 떼내어 준다. 그것도 본인의 배가 어느 정도 찬 이후의 일이지, 처음부터 까 주지는 않는다.
아내는 먹는 것에 대해서는 어린아이 같은 진지함을 가진 사람이다. 배고플 때와 배부를 때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고, 맛있는 것이 눈앞에 있을 때와 맛없는 것이 눈앞에 있을 때가 하늘과 땅 차이인 사람이다. 아내와 좀 비싸고 맛있는 집을 가면, 아내는 배가 터질 듯 나오고 나는 라면 생각을 하면서 나오는 경우가 있다. ㅋ
그런 면이 아내가 이쁘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라면, 좀 이상한가?
하나 더. 아내는 저체중이고 나는 과체중이다. 열라 불공평한 몸이다. 쩝!
야시장은 여행의 필수코스다.
일단 사림들이 북적거리고 활기차서 좋다. 불빛이 눈을 즐겁게 한다. 늘어놓은 음식들이 유혹한다. 무엇보다도 딱히 할 일이 없는 밤시간에는 야시장과 마사지가 제격이다. 특히, 동남아 여행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야시장은.. 심한 동네에 가면 먹기가 찝찝한 경우가 있다. 여행지에서 배탈이 났던 경우가 딱 한번 있었는데, 야시장에서 뭘 주워 먹고 나서였다. 딱 한번뿐이라 표본으로 쓰기에는 터무니없지만, 좋지 않은 기억은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푸꾸옥에서 열흘을 있으면서 여러 종류의 갑각류를 먹었다. 갑각류와 해산물에 환장하는 미식가 아내 덕분이다.
사실 나는 야시장이 쌀 줄 알았다. 싸다고 믿었고, 실제로 우리나라보다는 쌌다. 그런데, 갑각류는 달랐다. 첫날은 야시장에서 먹고, 그다음 날에는 길 가다가 바다가 보이는 음식점이 있어서 거기서 먹었다.
이 음식점도 야시장만큼이나 사람이 터질 듯이 많았다. 사람이 많은 걸 보고서 들어가긴 했다. 하지만, 먹는 환경도 그렇고, 넓은 창을 통해 보이는 석양이 지는 바다 뷰도 그렇고. 야시장과는 비교도 안 되는 훌륭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이 야시장보다 쌌다. 야시장 두 배의 갑각류와 조개류 등을 먹었는데 가격은 비슷하게 나왔다. 아내도 야시장에서 보다 훨씬 자주 갑각류를 내 입에 넣어 주었다. 오랜만에 갑각류와 조개류로 배가 불렀다.
그날 이후로도 야시장을 몇 번 더 갔었다. 밤에 불빛 좋고 사람 북적이는 곳이 이곳뿐인지라 경치나 휴식이 지루해지면 달리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야시장에서 뭘 먹지는 않았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야시장에서는 사람 구경을 하고, 다리가 아플 즈음에 마사지를 클리어하는 저녁 스케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