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느닷없이

내가 초대한 불청객

by 미스터그린

장소는 도쿄의 오타구로 정했다.


일본에서 가장 큰 도시이면서 안 가봤다는 게 도쿄를 선택한 이유였고

그중에서 오타구인 이유는 변두리였기 때문이다.


"도심의 변두리로 가겠다"

지역을 정하기도 전에 세운 조건이었다.

원할 때는 도시의 인프라를 누리되 일상은 평범한 일본의 일상 속에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의 목표는 '그저 생활해 보는 것'이다.

한 달간은 확실한 주민이 되어 그들이 평소에 보고 먹고사는 것을 곁에서 경험하고 싶었다.

단순히 일본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실제로 일하고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계속 있었기에

일본살이 체험을 하고자 했다.


image.png 출처 greenblog.co.kr

많은 변두리 중에서도 오타구를 고른 이유는 도쿄 근처 또 다른 큰 도시 요코하마와 가까웠고

적당히 정한 예산 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집(단독 주택!)이 거기에 있었다.

정하 고나니 이름도 재미있고(오타쿠 같아서) 하네다 공항과 가까워서 귀국도 편할 것 같았다.


오타구에 대한 여행 정보는 많지 않았기에 미지의 설렘으로 두었다.

한 달 살기 계획은 크게 세워두지 않았다.

그저 집 근처에서 생활하면서 간간히 도쿄 주요 명소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주변을 거닐며 배고프면 근처의 당기는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고

밤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마무리하는 하루하루를 원했다.


사는 것만으로도 목표 달성인 그런 삶....

그런 생활에 딱 하나 변수가 있다면 친구들이었다.


한 달 살기를 앞두고 '앞뒤 없는 백수'라는 사실을 포장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놀러 오라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두 친구가 덥석 물고 기간 중 놀러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재밌겠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간사하게도 조금 불편했다.

친구들이 오면 삶 보단 여행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걱정 때문이었다.

어떻게 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여행 초반에 초대하기로 하여

한 달 살기 둘째 날부터 4일간 친구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9월 말


더위는 조금 꺾였으나 낮에 긴팔티를 입기엔 더운 날.

나는 도쿄도 오타구 카마타로 향했다.

짐은 별로 없었다. 필요한 건 다 일본에서 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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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로 도쿄를 향할 때, 자리만 잘 앉으면 후지산이 보인다길래

넓은 비상구 석 제안도 마다하고 추천 자리에 앉았는데 날이 흐려서 아쉽게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도쿄에서도 보인다고 해서 가볍게 넘겼는데

한 달 살기 내내 후지산을 보지 못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타구는 나리타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한참 가야 했다.

공항 밑에 바로 지하철이 있어서 편한 것도 잠시

처음으로 도쿄 지하철의 복잡함을 맛보았다.


목적지까지 향하는 시간은 비슷한데 방법은 여러 개가 나오고

한 플랫폼에 여러 열차가 오는 데다, 환승 시스템 이해도 어려웠다.

어찌저찌 찾아가며 도착하니

비행기에 내린 지 거의 4시간 만인 오후 2시가 되어 넘어서 도착했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데다 짐도 있고 길도 처음이라 헤맸지만 힘들기보단 재밌었다.

며칠이면 모를까

한 달이라면 도쿄의 지하철도 어느 정도 적응되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의 집(기간한정)

지역보다 더 많이 신경 쓴 게 숙소 즉, 집이었다.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낼 것이기에 '마음에 드는 것'을 가장 우선 되는 기준으로 잡았다.

여행자가 아닌 거주민인 느낌을 최대한으로 받기 위해 주택가에 있는 집 하나를 빌리기로 했다.

2층이지만 1층은 부엌, 화장실, 욕실로 꽉꽉 들어서있고

정신이 번쩍 들만큼 가파른 계단을 오른 2층에 방 하나 있는 게 전부인 숙소였다.

사실상 분리형 원룸급이라 좁은 감도 있었지만 혼자 있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일단 일본에 도착하면 항상 하는 루틴처럼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맥주를 사서 점심 겸 먹었다.

이후 주변에 뭐가 있나 파악할 겸 가장 가까운 다이소를 들러 생활용품들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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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봤던 초저가 도시락(2000원 가량) / 다이소에서 찾은 반가운 물건(펄럭)

그리고 친구들을 기다리며 잠에 들었다.




친구들과의 일정은 금세 지나갔다.

아키하바라, 요코하마 차이나타운, 오다이바 등 다양한 명소를 들리고 맛있는 걸 먹었다.

여행이 되어버릴까 걱정하던 나의 마음은 완전히 기우였다. 굉장히 즐거웠다.

그리고 즐거운 시간의 끝은 빠르게 찾아왔다.


친구들이 떠나는 날

저녁 비행기라 한 두 군데 정도 둘러보고 가기로 해서 친구들은 캐리어를 들고 나왔다.

나카노 브로드웨이와 신주쿠를 구경하니 벌써 헤어질 때가 되어 역에서 친구들을 배웅했다.


그렇게 나도 카마타로 향하는 전철을 탔다.

배웅까지 마치고 먼 길을 돌아오니 거의 저녁때가 다되어 집 근처 마트에서 저녁 장을 보고 집에 들어갔다.

손님인 친구들은 떠나고 드디어 나 혼자만의 한 달 살기를 즐길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마트에서 샀던 도시락을 내려놓으니

외로움이 밀려왔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던가

원래 없을 수도 있었던 친구들이 있다가 잠깐 떠나간 것 만으로 외로움과 상실감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사실 전날 같이 술을 먹으면서 '떠나면 많이 아쉽겠다'라는 생각은 했지만

같이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붙잡고 싶을 정도로 외로워질 줄은 몰랐다.


그랬다 여기는 일본이라는 외국이었고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여기로 온 것이다.

그런 고독을 한 달 살기 4일째만에 느껴버렸다.


물론 당장 비행기표를 끊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까진 안 들었지만

이런 마음이 지속된다면 그리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마음속 '언젠가' 목록에 있었던 목표였던

'단골 이자카야 만들기'를 빠르게 실행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곧바로 근처 이자카야를 수색했고 평점과 정보를 근거로 가볼 만한 이자카야를 하나 찾아냈다.

곧바로 가지는 않았다.

마음은 먹었지만 일단 그 마음의 준비라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일은 꼭 간다.

그렇게 다짐하고 잠에 들었다.


그날의 마음에서 일어난 나의 결정은

앞으로의 여행에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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