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하는 시인의 고백

하루의 사분의 일을 출퇴근하면서...

by 세정

나는 하루 여섯 시간
집에서 일터까지

여행을 한다

긴 시간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버려두었던 옛 시집을 꺼내 본다

나의 소년 시절을 위로했던
천상병, 한용운, 박목월, 김소월,

박인환, 이상을 만난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시를 볼 수 없어 시 한 구절 꺼내

눈을 살포시 감는다

통근버스가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가속 페달을 밟자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잡아채듯

시가 지나가는 소리에 숨을 죽인다

통근하는 시인의 가슴이 벅차 올라

한 줄의 시를 쓰고 지우고 또 쓴다

통근하는 버스에서 하는

나의 솔직한 고해성사는

고작해야 몇 줄의 짧은 시다

짧다고 모두 시는 아니겠지만

나의 시가 고단한 삶에 지친

모든 사람들의 휴식과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통근하는 시인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