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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정 Aug 07. 2019

이야기로 시작되는 콘텐츠

이야기가 콘텐츠의 가치를 더하다

나른한 오후에 조는 학생들을 깨우기 위해 털보 장비라는 별명을 가진 수학 선생님이 간간히 들려주는 삼국지 이야기는 귀를 쫑긋하고 했다.  선생님이 부단히 가르치고자 했던 수학은 잘 기억하지 못해도 삼국지 이야기는 오랫동안 기억되었고 그 이야기에서 살아가는 지혜와 처세를 배웠다. 이야기는 귀에 쏙쏙 들어오고 오랫동안 기억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콘텐츠 산업에서 이야기는 가장 핵심이다. 대박을 내는 모든 콘텐츠는 모두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이야기는 사람들의 생각을 남들에게 쉽게 전달하고 오랫동안 기억되게 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는다. 모두 콘텐츠 제작공장에 있는 것처럼. 이렇듯 콘텐츠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이야기는 주인공의 환경이 변화하면서 갈등이 시작되고 악당을 만나면서 갈등이 고조된다. 오히려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주인공의 갈등이 더 고조될 즈음 깨달음으로 인해 갈등이 극적으로 해결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주인공에게 어떤 긍정적 혹은 비극적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알려주며 이야기로 결론을 맺는다. 이런 이야기 형식을 빌어 선조들은 자연과 사회 속에서 얻은 지혜를 후대에 전해왔다. 그 덕에 우리 인간은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우주를 여행하고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내며 만물의 영장으로 살고 있다. 문자와 종이가 없던 시대에는 오로지 말로만 정보와 지식을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지배계층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과학기술이 발전한 지금도 그렇지만.


콘텐츠 분야에서 성공한 개인이나 기업 모두 이야기를 잘 만드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을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해주면서 아이들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이야기 기술을 익힌다. 이야기하는 기술은 대화를 통해 발전한다. 가정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아마도 콘텐츠가 중요해지는 시대에서 핵심인재로 성장할 것이다. 


해리포트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세계적인 부자가 된 J.K. 롤랑 작가의 이야기는 제쳐두고라도 우리 주변에는 쉽게 이야기를 잘해서 성공한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기능과 성능으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없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이야기는 그 진가를 발휘한다. 요즘 아무도 기능과 성능 때문에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다. 이뻐서 재미있어서 사고 싶은 욕구가 생겨 이미 똑같은 기능을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해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광고 비즈니스에서 이야기의 힘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반도체는 세계적인 기업이지만 삼성전자에 비해 청년들의 취업 관심도가 낮았다. 인재가 경쟁력인 산업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 그래서 SK하이닉스는 이야기를 만들어 광고를 한다.  "이천의 특산물이 무엇인지?" 초등학생에게 낸 문제로 시작하는 이야기로 광고를 했던 SK하이닉스가 보수도 좋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좋은 반도체 회사라는 것을 대중들이 인식하게 되었다. 상품과 서비스에 어떤 이야기를 입히느냐에 따라 상품의 승패를 결정짓기도  한다. 현대에서 야심 차게 출시한 해치백 자동차인 i30의 처음 광고는 기능과 성능을 강조한 이야기로 광고를 만들었다. '해치'라는 단어로 연상하는 '막 헤치지~' 야한 이미지를 노출하여 수 십억이 든 광고를 몇 주 만에 방송하지 못한 영향도 있었겠지만 고객의 긍정적 관심을 끌지 못한 그 광고는 i30의 매출에 기여를 못했다고 한다. 이후에 아이돌 가수 '아이유'와 톱스타 배우  '유인나'가 i30를 타고 잔잔한 음악과 함께 하루를 즐기는 이야기를 광고를 만들어 i30의 판매가 늘었다고 하니 제품의 기능과 성능의 변화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변화만으로도 새로운 부가가치가 만들어진다니 이야기의 파워는 대단하다. 


콘텐츠 산업에서 과학기술과 이야기의 중요성을 판가름 하기는 힘들다. 상호 보완적으로 콘텐츠의 경쟁력에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화려한 CG(컴퓨터 그래픽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기술) 기술로 영화를 만들어도 실패하는 영화는 대부분 이야기가 재미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작은 제작비로도 이야기가 재미있어 성공한 영화가 있는 것을 보면 이야기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과학기술로 산업화와 정보통신 기술로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로 성장한 우리 사회는 '수포자' '문과충' 이런 말로 수학을 잘하는 이과생보다는 이야기를 잘 만드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우리나라의 위기를 초래할지 모른다. 

정보통신 기술이 성숙되면 콘텐츠 혁명이 시작될 것이다. 아마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 시대의 주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야기는 생각하고 대화하는 문화 속에서 풍성해진다. 우리 사회는 이야기가 중요해지는 콘텐츠 혁명에 준비되어 있을까?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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