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와 광고

기능과 성능보다 더 중요해지는 광고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알리는데 지출되는 비용이 약 5~10% 정도 된다. 부가가치가 높은 럭셔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광고비용이 훨씬 더 많다. 일반적으로 상품을 제조하는데 지출되는 원가가 소비자 가격의 20~30%밖에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광고시장의 규모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시장에는 항상 경쟁이 있다. 과거와는 달리 제품을 제조하는 기술이 보편화되었고 제품을 생산하는 비용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소비 시장 규모에 비해 공급이 많다. 그렇다 보니 공급업체 간에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알리는데 경쟁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고객들은 제품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자신을 찾는데 굉장히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도 콘텐츠를 알리기 위한 광고를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고객에게 정보가 전달되지 못하면 어떤 부가가치도 만들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 앞으로는 제품의 기능과 성능보다는 제품과 관련된 재미있는 스토리에 기반한 체험을 소비자들은 소비하게 될 것이다.  스타벅스의 커피 재료값은 몇 백 원이지만 소비자들은 몇 십배의 가격을 지불하고 스타벅스의 분위기를 산다. 이는 스타벅스가 맛있는 커피뿐만 아니라 스타벅스만의 콘텐츠로 고객들의 머릿속에 자리를 잡기 때문이다.

기시모이치로씨가 쓴 '미움받을 용기'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를 이제까지와는 좀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알려주고 있다.   100만 부 이상 국내에서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책 내용의 신선함이 베스트셀러가 되는데 당연히 기여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용 면에서 기존의 실패한 책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미움받을 용기'는 어떻게 100만 부 이상의 판매가 가능했을까? 

출판사를 운영하는 친구는 제목이 좋아서라고 했다. 일반적인 시각을 조금 비틀어서 만든 제목에서 신선함이 느껴지긴 하다. 독자의 시선을 끌만한 제목이다.  그렇지만 제목만으로 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필자는 광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출간되었다. 책에 누가 투자를 하느냐며 내부의 반대가 심했지만 투자심사역이 끈질기게 설득해서 책 출간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은 그 책이 독자의 시선 속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당시 어디를 가든 '미움받을 용기' 책에 대한 광고를 접할 수 있었다. 광고를 자주 보니 이 새로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을 것은 당연하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도 하고 선물도 하면서 이 책은 읽지 않으면 유행에 뒤쳐진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광고를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백 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구글이 검색 기술로 광고시장에 진출한 것은 신의 한 수다. 사람들이 관심 있어하는 키워드 정보를 수집하고 그 키워드와 관련 있는 제품 및 서비스의 광고를 판매하는 것은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쉬운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기술을 사업으로 연결하는 것은 실재로는 쉽지 않다. 유용한 기술을 개발하였지만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망한 기업이 얼마나 많은가? 재료를 생산하고 제품을 만들고 유통과 서비스를 입혀서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이 들어간다. 구글은 고객들의 앞에 서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서 그 정보를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회사들에게 판매한다. 한두 푼도 아니고 제품 가격의 10% 정도를 받고서. 90년대 말에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구글이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당연한 결과처럼 보일 정도다. 

광고는 콘텐츠이면서 콘텐츠를 판매하는 채널이다. 

콘텐츠를 모르고서는 콘텐츠를 잘하지 못하고서는 미래의 성공한 기업이 되기 어렵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콘텐츠를 잘 만드는 기질과 소질을 가지고 있다. 

전쟁 이후 성실과 끈기로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의 기적을 이루었다면 미래의 기적은 콘텐츠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