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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정 Aug 13. 2019

콘텐츠 산업에 주목하라!

콘텐츠 혁명에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야...

  300년 전만 해도 기술과 인문학은 분리된 것이 아니었다. 과학자, 예술가, 기술자의 경계가 없었다. 1차 산업혁명과 함께 급속도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이 발전하면서 예술과 기술은 각자의 길을 간다.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기술이 기여하면서 산업혁명은 기술이 승리한 시기이다. 인류가 탄생한 후 산업혁명까지는 기술이 느리게 발전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에는 가속도가 붙어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변화를 이루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구텐베르크의 인쇄혁명을 꼽는 것은 지식의 확산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성직자, 귀족들이 독점했던 지식들이 다수의 대중들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지식의 량과 수준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요즘 통섭, 융합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너무 많은 지식이 범람하면서 개인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전반을 꿰뚫을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술이란 체험이다. 예술이란 사람들이 자연과 사람과 소통하며 느끼는 것을 몸짓, 언어, 이미지,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명을 가지고 태어나면서 창조적 예술행위를 한다. 즉 예술은 창조적 활동이다. 과거에는 춤을 잘 추고 그림을 잘 그리고 노래를 잘 부르고 물건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에 의해 예술시장이 만들어졌다. 과거에는 실용적인 상품시장도 예술가의 영역이었다. 상품의 소비자가 자본을 독점하고 있는 귀족들이었기 때문에 생산성이나 가격보다는 미적인 요소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시장이었다. 장인을 의미하는 artist, maestro는 단지 유용한 물건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선 예술가의 경지다.      


  신으로부터 자유를 되찾은 르네상스 시기를 거치면서 권력이 왕과 귀족으로부터 시민과 대중으로 이동하면서 시민의 의식이 성장하고 시장은 대중화된다. 대중도 상품의 편익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가 되었다. 일반 대중이 대량 생산에 참여하고 돈을 벌고 소비를 하는 시장경제가 만들어진다. 기술이 점령한 산업화 시대에서는 상품에서 예술은 생명력을 잃어버린다. 산업화 시대는 더 빨리 더 싸게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경쟁력인 시대였다. 인간의 오감 욕구를 만족시키는 예술적인 가치, 즉 기호 가치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편리 즉 사용가치를 제공하는데 주력했다. 초기 산업화 시대에서는 사용가치가 기호 가치보다 더 선호되던 가치였다.      

  인류는 전기, 컴퓨터, 인터넷, 무선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2차, 3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루었다. 과학기술로 인해 공급이 소비를 능가하는 시대로 발전해나가면서 시장은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사용가치보다는 기호 가치를 더 선호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더 빠르고, 더 연료효율이 좋고, 더 저렴한 자동차들은 시장에서 일반화되었다. 엔진의 소리, 외관의 아름다움, 핸들과 좌석 시트의 촉감, 실내의 향기, 지식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자율 자동차 기술이 상용화되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자동차 시장이 될 것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에 참가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자동차는 이제 가전제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맞을 것이다. 문화예술은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술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예술이 되며 경계가 사라질 것이다. 예술과 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그런 사례로 미국 국적의 프랑스 예술가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1887-1968)의 작품 샘 Fountain(1917)은 20세기 예술품 중에서 일종의 랜드마크로 인정된다. 일상에서 접하는 소변기를  ‘FOUNTAIN’이라는 가치로 포장함으로써 변기를 예술작품으로 변모시켰다. 일상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일상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상용품을 하나 골라서 새로이 붙여진 제목과 대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에 의해  그 실용성이 사라져 버리도록 전시했다. 그럼으로써 사물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창조한 것이다.”   

  

  동대문의 DDR빌딩은 사용가치보다는 예술적 가치를 고려한 건물이다. 산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직선형 사각형 빌딩은 효용성을 강조한 건물이었다. 그 시절에는 그런 건물이 더 잘 팔렸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심심한 건물이 들어설 공간은 사라졌다. 인간의 눈, 귀, 코, 입, 몸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오감 체험형 예술적 건물의 가치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다.     

     

  정보와 지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시대에서 예술가이자 기술자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융합형 인간은 불가능하다. 어느 한 분야도 제대로 알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과학과 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에 과학자, 기술자는 예술을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되고 예술가는 과학과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과학자와 예술가는 성향이 판이하게 다르다. 과학자는 세상을 잘게 나누어 보는 미분적 사고를 하는데 반해 예술가들은 세상을 종합적으로 보는 적분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세상을 다르게 본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이 융합해야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해야 이런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농업시대에서 산업화 시대로 들어오면서 기계가 인간보다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계는 기호 가치보다 사용가치에 기반 한 재화를 생산하는데 탁월하다. 이제는 효율 및 사용가치 측면에서 인간은 기계와 경쟁할 수 없다. 다행히도 인간은 합리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더 성능이 뛰어나고 더 싼 제품을 사지 않고 자기 맘에 드는 물건을 산다. 인간은 합리적으로 사고한다는 이론적 근거에서 경제학이 출발하지만 인간은 더 이상 합리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인간은 좋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다. 좋은 물건은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지만 마음에 드는 물건은 개인에게 주는 절대적인 가치이다. 개인의 사고와 행동을 각종 센스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이다. 개인으로부터 입수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기호에 적합한 상품을 제공하는 맞춤형 경제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도 이러한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위기일까 기회일까? 세계적인 이슈를 다루는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류에게 닥칠 위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표와 논의가 있었다. 이후 과학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전 세계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 산업 등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드론, 클라우드, 3D 프린터, VR/AR, 홀로그램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기계가 인간의 근력 노동뿐만 아니라 창의력이 요구되는 지식노동의 대부분에서 인간을 능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현재 일자리의 약 50%가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우리 사회는 위기와 기회 사이에 놓였다. 변화에 적응하는 생물만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진화론에 따라 우리 인류도 변화를 기회로 모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250만 년 전 수십억 년 진화의 결과물로 출현한 인간은 외부와 소통하는 오감을 발전시켰다. 인간은 외부의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학습과 반성의 프로세스를 지속하며 지능을 발전시켜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인간은 최근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가진 기계를 만들었다. 기계가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지 두려움을 낳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생존할 인간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인간보다 근력이 강하고 인지능력이 우수한 기계가 가지지 못하는 능력은 무엇일까? 아담 스미스의 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최근 여러 학술연구에서 인간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인간은 논리에 맞지 않은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창조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곤궁을 자신의 것으로 느끼는 공감능력을 가지고 더 나은 삶을 위해 협력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기계와 경쟁해야 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이런 창조적 역량과 공감 역량은 인재의 핵심역량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생산성과 효율을 중시하는 산업화, 정보화 시대에서 제조산업과 정보산업 혁신으로 선진국을 추격하며 선진국의 문턱까지 이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창조와 공감 역량이 요구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과거의 혁신역량은 통하지 않는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효율과 생산성을 추구하는 산업은 지고 창의력과 감성이 핵심역량인 콘텐츠 산업이 각광받는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R&D 투자규모가 세계적 수준이지만 여전히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창의적이고 공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제4차 산업혁명에서 도태될지도 모른다.   


   콘텐츠 혁명의 기운이 움트고 있는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의 방향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대중이 경제의 주역이었다면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개인이 주인공인 시대이다. 개성이 넘치고 매력이 있으며 다양성을 수용하고 타인의 곤궁함을 공감할 수 있어 협력을 통해 가치를 창조하는 인간이 창조계급으로 부와 명예를 얻을 것이다. 콘텐츠 혁명에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제를 리드하는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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